JTBC 측이 2016년 10월 24일 당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와 태블릿PC 관련해 문자를 주고 받은 사람은 심수미 기자가 아니라 조택수 법조팀장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JTBC와 검찰의 유착 정황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3부(재판장 박주영 판사)에서 열린 ‘태블릿 재판’ 제7차 공판에서는 손용석 JTBC 사회3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손 부장은 태블릿PC 관련 취재와 보도를 총괄했던 특별취재팀장이었다.
이후 손 부장은 JTBC 측 고소인 대표 자격으로 나서, 여러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또 JTBC 측이 제출한 고소장 작성 시에도 사실관계를 변호사에게 조언하고 최종검토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승권 문자메시지’
JTBC 측은 지난 2017년 1월 26일,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과 본지를 상대로 1차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카카오톡 메시지(2016. 10. 24.)’라는 제목의 증거를 첨부했다. 검찰은 변희재-미디어워치를 기소하면서 이 증거도 법원에 제출했다(증거기록 6번, 55번). 다만, 이 증거는 서류상 카톡메시지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문자메시지다.
우선, 손용석 부장은 이 문자메시지를 한 사람이 심수미라고 진술했다. 손 부장은 2018년 1월 11일 검찰에서 고소인 대표 자격으로 출석했다. 당시 검찰 수사관이 JTBC가 제출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묻자 손 부장은 “당시 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과 JTBC 심수미 기자가 카카오톡이 아니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이라고 진술했다.
심수미, “내가 나눈 문자이며 직접 캡처”
심수미 기자 본인도 이 문자메시지는 자신이 직접 노승권 1차장과 나누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심 기자는 지난 10월 1일 증인으로 나와, 검찰과 변호인 양측으로부터 공히 노승권 1차장과의 문자메시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심 기자는 자신이 노 1차장과 나눈 문자이며 또 자신이 직접 캡처한 것이라고 반복해서 확언(確言)했다.
먼저, 홍성준 검사가 심 기자에게 “이게 이게 당시에 노승권 1차장과 증인이 나누었던 카톡 대화 내용이지요”라고 물었다. 심 기자는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심 기자는 “제가 아마 캡처해서 손용석 선배에게 드렸던 것”이라고 구체적인 제출 방법도 설명했다. 홍 검사는 심 기자의 말을 받아 “(증인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에게 이 사건 태블릿을 제출하고 나눈 대화 내용을 손용석 팀장을 통해 제출했다고 하였다”고 정리했다.
변호인도 확인질문...심수미, “내가 태블릿 전달상황 확인하려 직접 보낸 문자”
다음으로, 이동환 변호사도 심 기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 변호사는 “2016년 10월 24일 저녁 7시20분 경, 그 태블릿PC를 넘겨받은 노승권 검사가 증인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심 기자는 “그렇습니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당시 증인이 쓰고 있던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인지” 물었고, 심 기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또 “이것은 증인이 캡처해서 제출한 것인가요”라고 묻자, 심 기자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동환 변호사는 심 기자에게 이 문자를 국내와 독일 중 어디에서 보냈는지도 재차 확인했다. 24일 당시 심 기자는 독일에 있었다. 심 기자는 2016년 10월 20일에 독일로 출국해 31일 귀국했다. 이 변호사는 “독일에서 문자를 보낸 것인지”라고 물었고, 심 기자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이 변호사는 “노승권 검사와 평소 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였나요”라고 질문, ‘검사장’ 급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심 기자가 해외에서까지 문자를 나눌 정도로 친밀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심 기자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제가 지금은 정치부 소속이지만, 당시에는 사회2부 법조팀이었고, 당시 ‘직원반장’이라고 법조팀장 바로 아래 일종의 검찰 취재팀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심수미 기자는 노승권 1차장과 처음 문자를 시작한 계기까지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태블릿PC가 잘 전달되었는지) 제가 직원 반장으로서 확인을 하고 싶어서 먼저 ‘김필준이 태블릿PC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받으셨는지 궁금하다’라고 전화를 드렸던 것 같고, 그래서 저 문자가 ‘잘 받았다’라는 취지로 시작된 것입니다”
문자메시지 휴대전화는 KT, 심수미 휴대전화는 SKT
하지만 심수미 기자의 ‘준비된 거짓말’은 이동환 변호사가 준비한 회심의 증거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 위쪽에는 KT 마크가 선명했는데, 당시 심수미 기자의 휴대전화는 SKT였기 때문이다. 증거는 김필준 통화내역서였다. 김필준이 제출한 통화내역서에는 김필준-심수미 간 통화 내역에 ‘SKT 고객간 음성 무제한’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이동환 변호사는 심수미 기자에게 “(증인은) 저때는 SKT 통신사를 썼던 것이 맞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심 기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 기자는 우물쭈물하더니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제가 저희 엄마 핸드폰을 가끔 썼는데, 저게 제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김필준이 저를 ‘심수미’로 저장을 해놓은 거예요.” 김필준과 통화할때는 엄마 휴대전화를 썼다는 것인지, 노승권 1차장과 문자를 엄마 휴대전화로 했다는 것인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심수미 기자의 설명이다.
이동환 변호사는 문자메시지 캡처의 시간도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여기 나오는 시간대가 독일 시간인가요?”라고 묻자, 심 기자는 “한국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에 “그럼 한국에 있을 때 보낸 것이네요?”라고 재차 묻자, 심 기자는 “제가 독일에 있을 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라니까요”라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켜보던 판사는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고 변호인을 제지했다.
윗선 생존을 위한 희생양 심수미? 손용석, “심수미가 아니라 조택수”
그런데 손용석 부장이 지난 29일 증인으로 출석해 돌연, 후배 심수미를 위증범, 공무집행방해범으로 확정해버렸다. 손 부장이 입장을 뒤집는데도 검찰의 표정은 태연했다. 사전에 조율이 된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손 부장은 증인신문에서 노승권 1차장과의 문자에 대해 변호인이 질문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가 최근에 다시 확인해보니까, 그 문자는 심수미 기자가 아니라, 당시 법조팀장이었던 조택수 기자가 노승권 차장과 나눴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검찰에서 잘못 진술했고, 지금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손 부장은 “제가 예전에 검찰에 나가 진술을 하기 전에 심수미 기자에게 확인했는데, 그때는 본인도 자신이 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검찰에서도 심수미가 나눈 문자라고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 부장은 처음에는 “심수미가 아니라 다른 기자”라고만 대답했다가, 이동환 변호사가 계속해서 추궁하자 “조택수 법조팀장”이라고 이름을 말했다.
사실 이번 심수미, 김필준, 손용석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택수는 새로운 키맨으로 떠올랐다. 당초 JTBC는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한 사람은 김필준 기자인 것처럼 고소장과 검찰진술에서 묘사해왔다. 하지만 김필준 기자는 자신이 직접 제출하지 않았고, 조택수 팀장과 동행했다고 말했다. 또 직접 전달받은 검사가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임의제출 확인서도 김필준 본인은 확인한 바 없으며, 조택수 기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만 증언했다.
왜 JTBC는 거짓말을 했고, 이제와 심수미를 버렸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JTBC는 ‘노승권 1차장과 문자’를 한 주인공을 일관되게 심수미라고 설명해왔을까. 힌트는 당시 노승권 1차장의 브리핑 발언에 담겨 있다. 노승권 차장은 태블릿PC를 입수한 곳에 대해 “독일의 최순실 집 쓰레기통”이라고 최초 발언한 당사자다. 2016년 10월 26일, 그러니까 모든 언론이 JTBC의 태블릿PC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하던 때에 한 검찰 관계자가 나섰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태블릿PC가 독일에서 입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JTBC 취재진이 독일 현지에서 최씨 주거지 쓰레기통에 버려진 태블릿PC 1개를 확보해 국내로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가 독일에서 집을 옮기면서 해당 태블릿PC를 경비원에게 버리라고 줬는데, 경비원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등이 언급한 검찰 관계자가 바로 노승권 당시 중앙지검 1차장이라는 사실은 인터넷언론 팩트올만이 유일하게 보도했다. 팩트올은 2016년 12월 27일자 기사 ‘최순실의 PC냐, 김한수의 태블릿이냐?… Jtbc 손석희 사장이 밝히라’에서 노승권의 실명을 공개하며 그 발언을 가장 상세하게 보도했다.
팩트올에 따르면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아마 독일에 간 심수미 기자가 입수한 거 같은데 최순실 독일 집에 가서 버리고 간 쓰레기통에서 확보한 거 같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브리핑에서 1차장은 “(최순실씨가) 집을 옮긴 모양이죠”라면서 “옮기면서 경비원한테 버리라고 줬는데 경비원이 독일 사람이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거 같다. 그걸 심수미 기자가 주워서 한국에 보낸 거 같다. 독일에서 입수되다 보니까 그 경위가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승권 1차장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JTBC는 한달 반이 지난 후 내보낸 해명방송을 통해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JTBC는 2016년 12월 8일자 1차 해명방송 중 ‘고영태가 태블릿PC 건네 줬다?…'황당' 루머 팩트체크’라는 보도에서 태블릿PC를 임의제출 받았을 당시에 검찰관계자(노승권 1차장)가 독일에 있는 심수미 기자에게 전화를 해 태블릿PC를 독일에서 구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심 기자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에 태블릿 독일출처설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판과 증인신문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태블릿PC는 독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 심수미 기자도 태블릿PC 입수경위와는 무관하고, 파일 분석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구나 서울중앙지검 넘버2 서열에 있는 검사가 독일에 있는 일개 기자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어 태블릿PC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해명이다.
결국 검찰과 JTBC가 문자메시지의 주체가 노승권과 심수미라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것은, 애초 헛나갔었던 노승권의 2016년 10월 26일 독일출처설 허위브리핑을 JTBC가 애써 사후합리화를 해주기 위해서 벌인 스턴트였을 공산이 높다. 즉, 과거 노승권이 태블릿PC 입수경위 문제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인 JTBC를 위해서 허위로 독일출처설을 엉겹결에 꺼내버렸고, JTBC는 이에 보답하고자 허위브리핑 문제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인 노승권을 위해서 당시 독일에 가있었던 심수미를 확실한 알리바이 대타로 내세워 애초부터 둘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이라는 식으로 말을 맞췄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문자메시지 조작 사안은 일단 심수미 기자의 위증죄, 공무집행방해죄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사안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사실상 희생양으로 내몰린 심수미 기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JTBC측의 조택수 팀장, 손용석 부장, 손석희 사장은 물론이고 검찰측의 노승권 1차장 역시 공범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PC 입수경위 및 실사용자 조작과 관련 검찰과 JTBC의 공모 문제와 거짓말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본지는 심수미 기자에게 전화와 직접 손용석 부장이 노승권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은 조택수 기자라고 말을 바꾼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또 심수미 기자 본인이 직접 노승권 1차장과 문자를 했다고 한 증언을 현재도 유지하는 지, 철회하는 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심수미 기자는 선임인 손용석 부장이 충분히 소명한 문제라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심수미 법정증언 녹취록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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