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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항소심 유죄 판결 비판하는 학술논문 나왔다

올해 3월, 인하대 법학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박유하 유죄 판결은 사법적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절제와 고심의 경계선을 크게 넘은 판결”

박유하 교수 ‘제국의 위안부’ 관련 형사 항소심 유죄 판결 논리를 전면 비판하는 내용의 법학 논문이 전문학술지에 발표된 사실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뒤늦게 화제다.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10월, 박유하 교수가 저서를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위안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벌금 1천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은 당시에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컸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학자가 실명을 걸고 학술논문을 통해 본격적인 비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승기 교수는 올해 3월 31일자로 ‘‘제국의 위안부’ 형사 판결의 비판적 분석 : 서울고등법원 2017노610 판결을 중심으로’ 제하 논문을 ‘법학연구’(인하대학교 법학연구소 발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제23집 제1호에 게재했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논문을 통해서 박유하 교수 관련 항소심 판단은 “학술서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절제와 고심의 경계선을 크게 넘었다”고 결론내렸다.



학문적, 역사적 사안에서는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홍 교수는 관련 항소심 판결문을 평가하기 앞서 논의의 전제로 이런 학문적, 역사적 사안에서는 무엇보다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학문의 연구는 기존 사상 및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비판하여 기존의 틀을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노력”이라며, “그 연구의 자료가 사회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체계와 상반되거나 저촉된다고 하여도 용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학문의 발표로 인한 명예훼손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성숙한 여론형성에 기여한다면 그 제한은 사적 영역에서보다 완화되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위안부 문제와 같이 공적인 관심사이자 역사적 사실의 표현에 있어서는, 관련자들의 명예와 함께 역사적 사실의 탐구 및 표현의 자유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구나 역사적 문제는 과학적 문제와 달리 특정 사안의 진위를 명확히 가리기가 어렵다. 홍 교수는 대법원 선고(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등)를 인용, “(역사적 문제와 같이) 객관적 자료에 한계가 있고, 시각을 달리하는 새로운 자료가 뒤엉켜 객관적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유죄 판단을 극도로 자제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 관련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내용이 과연 객관적 사실이 맞나?

홍승기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항소심 판단에서 특히 문제 삼은 부분 중 하나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박 교수의 주장이 어떻게 허위사실이라는 것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다. 학자가 ‘이설(異說)’을 제기한 것과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도 법원이 구분을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

항소심 재판부는 기존의 통설(通說)인 위안부 강제연행설 등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하면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맥두걸 보고서와 같은 국제기구의 전문가 작성 보고서를 결정적인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위 국제기구 보고서 등에 포함된 사실들은 객관적인 국제기구에서 전문가들을 통하여 방대한 자료 및 각종 증언 등을 수집, 검토한 끝에 인정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위안부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17.10.27. 선고 2017노610 판결)


하지만 홍 교수는 법원이 단지 하나의 ‘의견’일 뿐인 문제의 보고서들에 과도한 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박유하 교수의 분석과 국제기구 전문가의 분석은 “각각 그것이 생산된 연원이 구분되는 독자적인 의견으로서, 그중 하나를 사실로 확정하고 그것에 반하는 표현을 허위사실로 판단할 수는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국제기구의 전문가가, 특정 지역의 지역 문제에 대하여, 오랜 기간 동일한 주제에 천착해 온 그 지역의 전문가보다 이해가 깊을 수는 없다. 국제기구 전문가의 보고서는 ‘지역 전문가의 도움’으로 작성되는 것이고, 그가 도움받은 지역 전문가의 시각과 성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와 맥두걸 보고서는 1990년대에 위안부 논의를 주도하고 있던(요시다 세이지 등) 국내외 인사들의 의견에 터 잡은 것이고, ‘제국의 위안부’는 그들 국내외 인사들과 다른 시각에서 위안부 문제를 분석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이들 보고서의 기재를 사실로 확정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표현들이 ‘허위’라고 하는 판단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법학연구’(인하대 법학연구소) 제23집 제1호, p124)


이와 함께 홍 교수는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의 경우, 아사히신문의 최종 오보 인정 등 논란의 여지가 컸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清治)의 강제연행 증언’을 주요 논거로 인용한 미비점이 있다는 점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박유하 교수가 과연 ‘위안부 강제연행설’을 부정한 것인가?

한편, 박유하 교수가 위안부 강제연행설을 부정해버린 것으로 무조건 결론내린 것도 항소심 판단이 갖는 치명적 문제점이다. 위안부 강제연행설에도 실은 다양한 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위안부 운동을 주도한 연구자들은 일제의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인력 동원방식을 (군과 관헌 뿐만이 아니라 민간의 취업사기, 인신매매까지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강제동원’으로 파악한다”고 하면서, 위안부 강제연행설이 애초 외연(外緣)이 넓은 개념임을 지적했다.

다만 위안부 강제연행설 중에서 ‘일본군에 의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위안부 강제연행설’은 근거 부족으로 인해 이제 학계에서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홍 교수도 “훈련된 제국군대가 제복을 입고 조선반도를 헤집으며 어린 소녀를 총칼로 위협하여 위안부로 끌고 갔다는 주장의 설득력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는 제국군대에 의한 물리적 강제성이 위안부 동원의 ‘주된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박유하 교수는 당시 시대상황의 구조적 폭력 문제에 주목하는 다른 관점의 강제연행설을 설파한 것이지, 강제연행설에 대한 전면 부정론을 펼친게 아니라는 것.

“항소심 판단은,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 의미, 전체적 흐름, 문구의 연결, 전체의 문맥이나 사회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이 사건 표현을 파편화하여 그 의미를 왜곡하였다. 무엇보다도, 유죄에 대한 상당한 의심(actual and substantial doubt)을 무시하고 ‘합리적 의심의 배제’라는 형사 증거법의 기본원칙을 어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이 사건 표현은 기본적으로 학자의 의견이고 평가이다. 입장을 달리하여 이 사건 표현들 가운데 ‘사실’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은 ‘제국의 위안부’의 전체적 맥락에서 파악하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표현이다.”(‘법학연구’(인하대 법학연구소) 제23집 제1호, p108)


“형사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절제와 고심의 경계선을 크게 넘은 판결”

홍 교수는 논문 결론부에서 명예훼손에서의 피해자 특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항소심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제국의 위안부’ 표지 상단에는 “실은 그 옛날의 ‘강제로 끌려간 소녀도 지금의 투사도 ‘위안부’의 전부는 아니다. ‘위안부’ 의 그 모든 모습을 보지 않고는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홍 교수는 “(본문 뿐만 아니라 표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제국의 위안부’의 ‘위안부’란 개인마다 사연과 고통의 층위가 다른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를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항소심은 굳이 제국의 위안부의 ‘위안부’를 ‘이 사건 피해자들’로 좁게 해석하였다”면서 거듭 항소심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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