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이날 정점식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당내 소장파 모임이라는 ‘대안과 미래’ 소속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과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 등이 장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송석준 의원은 장 대표에 대해 “사퇴하지 않는다면 ‘찌질이’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조롱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내년 8월까지 당 대표 임기가 남은 장 대표의 조기 사퇴를 이들 의원들이 요구하는 명분은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했고, 여기에는 장 대표가 자신들이 주장한 ‘노선 변경’을 따르지 않은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패의 기준을 어느 당이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는지만으로 두고 따져봤을 때, 민주당의 승리가 맞다. 하지만 민주당은 애초 자신들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자리를 싹쓸이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결국 12곳에 그쳤다. 무엇보다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또 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에서도 경기 평택을,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등 4곳에서 승리했다. 이중 민주당 측은 이 4곳 중 3곳 이상의 승리를 기대했다고 알려졌는데, 결국 한 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 직전까지도 국민의힘이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보다 더 크게 패배한다는 전망이 안팎에서 우세했다. 보수 정당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을 맞이한 뒤 정권마저 잃고, 정당 지지율 조사 흐름상 큰 격차 등에 비춰봤을 때 “이미 진 선거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겼지만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선거”라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한다. 기대치와 한참 동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촉발한 국민들의 “부정선거·재선거” 외침이 민주당에 대한 분노로 향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선거에서 이겼다는 여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대 정당 스스로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패배했다는 목소리가 강한 상황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자당의 대표에 “패배를 인정하고 나가라”는 정당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존재한 적이 있었는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이진숙 의원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했으면 저는 (지방선거)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패 선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 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장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내부 세력들은 그가 유세에 참여하지 않은 서울시장과 평택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자가 나왔다는 걸 근거로 든다. 그런데 선거 전 여론조사 등에서 당선 가능성이 만만치 않던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에서 장 대표의 지원 사격이 있었고, 그 결과 승리했다. 또 장 대표의 유세 동참을 공개적으로 거절한 지역 선거에서도 패배한 후보가 적지 않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 대표가 내 선거의 유세에 나오지 않았으니 내 힘으로 이긴 것”이라는 주장은 정치적으로 매우 편협하고 미성숙하며, 오히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당 간판을 달고 나가는 선거는 결코 혼자 치르는 게 아니다.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후방에서 최선을 다한다. 꼭 유세차에 후보와 함께 올라타 “우리 후보를 찍어달라”며 공개적으로 소리치는 것만이 지원이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중 당내에서 지지율을 갉아먹을 분란과 기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며, 상대 정당과 후보 그리고 정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지원하며, 언론과 당내 지지층에 자당 후보를 띄우는 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물론 후보 측이 요구하는 바를 충분히 받아들여 여기에 최대한 맞추는 것도 당 대표와 지도부가 마땅히 할 일이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 유의동 의원과 함께 유세차에 올라타지는 않았더라도 이처럼 후방에서 충분한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오세훈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정원호가 되게 할 수는 없다”며 마음을 돌린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를 혼자의 힘으로 이겼다며, 당 대표와 지도부의 노력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가. 장동혁 대표에 대한 당내 사퇴론이 설득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서고 있고,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세에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3~15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민주당 40.0%에 국민의힘 41.6%로 집계됐다.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3.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최근 한 달간 50.8%에서 40.0%로 10.8%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32.1%에서 41.6%로 9.5%p 상승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론의 추세마저 국민의힘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당 대표를 나가라고 하면, 이 여론이 지금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주로 50~60대에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오래오래 권력 유지하시는 ‘대안과 미래’ 국회의원들은 선거에서 참패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이 이처럼 오르고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다. 그래서 장동혁 대표를 내쫓으면 대안은 무엇인가. 실천력 제로에 훈수 두기 잘하는 원로 비대위원장을 모셔다 앉히거나, 당원 게시판 문제로 여전히 당내 반발이 상당한 한동훈 의원의 복당을 추진할 것인가. 현재 장동혁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압박하고 비난과 조롱하는 내부 세력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절제하고 있다. 이런 명분도 가치도 없는 퇴진 압박을 뒤로 하고, 올림픽공원에 모인 시민들에 다가가 선관위와 정부를 향한 분노와 개혁의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런 당 대표의 행보가 국민의힘의 현재 지지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당 대표를 선거 끝났으니 나가라며 내쫓는다면, 그게 더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현 상황에 찬물을 뿌리는 꼴이며 민심의 반발을 살 것이다.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