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 23호 기사입니다.
시사블로거 진중권씨가 최근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 탈락했다. 중앙대는 14일 "독어독문학과가 지난달 24일에 요청한 진중권 겸임교수의 임용제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앙대가 밝힌 재임용 탈락 이유는 '겸직기관 없음'이다. 진씨가 일정한 직업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겸임교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씨의 탈락에 반발하는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학과장은 성명서를 통해 “본부측이 임용불가의 사유로 들고 있는 '겸직기관 없음'은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고, 본부 측도 이를 인정하여 지난 3차례의 계약 및 재계약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라며 결정을 번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대 측에서는 “1년 반 전부터 교육부에서도 겸임과 초빙교수 등 비전임교수들에 대한 임용을 기준에 맞게 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학교도 원칙대로 하자는 입장을 강화키로 해 임용기준을 명확히 하게 된 것"이라며 인터넷신문 뷰스앤뉴스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원칙도 별다른 이유도 없는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을 골라내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진중권씨의 겸임교수 탈락이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진씨의 탈락이 문제가 아니라 진씨를 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로 임명한 것 자체가 노무현 정권의 권력을 이용한 특혜였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진씨는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도 미학을 전공했다. 그뒤 독일 자유베를린대에서는 언어철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박사학위에 실패, 학적인 업적은 전무한 상태이다. 독일문학과 독일어를 단 한번도 전공하지 않은 진씨가 중앙대 독문과의 겸임교수를 맡은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인사였다는 것이다. 특히 진씨의 인사를 주도한 현 김누리 독문과 학과장은 열린우리당 시절의 실세 정치인 김한길씨의 친동생이어서 임용 당시부터 말들이 많았다.
실제로 진씨는 독어독문학과에서 ‘독일문화이론’ 수업을 맡았다. ‘독일문화이론’이라는 강의명과 전혀 다르게 강좌 개요에는 “20세기 초의 탄생부터 현대예술의 역사를 개관하는 가운데, 현대예술의 생산과 수용과 비평을 지탱해온 이론적 사유들을 소개한다”, “현대예술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적 개념적 도구들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독일문화와 전혀 관계없이, 기존의 문화연구학과나 카이스트에서 강의했던 내용의 재탕이었다.
무려 15주차의 강의내용 중 2주차의 빙켈만과 헤겔, 5주차의 스위스 태생의 독일 대학교수 파울 클레를 제외하고는 독일 문화이론가는커녕 독일 철학자조차 없다. 러시아 미술가인 칸딘스키, 프랑스 미술가 뒤샹, 미국의 미술가 잭슨폴록, 프랑스 철학자 료타르, 미국의 미술가 앤디워홀,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 등 누구든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각국의 예술가와 철학자들로 독일문화 관련 강의를 채웠다. 특히 14주차 강의인 ‘백남준과 테크노에스테틱’, 15주차 ‘컴퓨터 예술의 세계’는 이 강좌가 대체 어떤 목적으로 개설되었는지 의혹을 살 정도였다.
특히 지난 노무현 자살 정국 당시에 중앙대학교 독어독문과 게시판에는 진중권씨가 5월 30일 휴강을 하면서 과제로 “요즘 정국에 관한 언론의 태도에 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 또 다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일문화이론수업에서 정치색이 명확한 대한민국의 시국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 학교 측이 크게 당황했다는 것이다.
진씨가 그간 원색적으로 비난한 문화미래포럼의 한 회원 학자는 “중앙대에서의 탈락사유는 전공불일치와 학술적 업적 부실, 수업부실이 맞을 것”이라며 중앙대 측의 결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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