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SK하이닉스 산업기술유출 사건 대해부 ② – 中에 영업비밀 유출자 선처 탄원한 고위 임원

<인싸잇>은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원 또는 협력사 관계자 등의 산업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누설 등 사건에 관한 최근 2~3년간의 판례를 전수 분석해, 그중 중요 사건 다섯 건을 추렸습니다. 각 사건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 등을 여러모로 살핀 연속 보도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보안 개선 방안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지난해 6월 12일 대법원은 산업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M사 관계자 등에게 원심의 유죄 형량을 확정했다. M사는 과거 현대전자 시절부터 반도체 세정장비 국산화를 목적으로 SK하이닉스와 10년 이상 세정장비의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납품해온 반도체 장비업체로 알려져 있다. M사는 지난 2017년부터 중국 반도체 제조사인 K사 및 중국 반도체 컨설팅 전문기업 J사와 반도체 세정장비 수출 등에 관한 협의를 해나갔다. 이는 M사가 SK하이닉스의 내부 기술을 유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 향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사실 M사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세정장비 개발 및 관리 업무를 하면서 이 회사 소속 직원들의 이천 사업장 내 D램 제조라인 출입이 잦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세정공정 양산 레시피를 무단으로 클린노트 등에 적어 유출하거나, 세정공정 양산 레시피 화면을 캡처해 USB 등에 저장해 밖으로 빼 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취득한 정보를 엑셀파일 등으로 변형해 M사 기술팀 직원들의 PC 등에 저장해 쌓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M사는 K사와 J사로부터 반도체 사업 추진을 위한 세정장비 레시피를 요구받았고, 이에 그동안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빼 내온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의 기술 유출 행위는 꽤 조직적이었는데, 우선 중국 측 영업을 담당하는 M사의 영업그룹장이 K사 등으로부터 반도체 세정장비 레시피 제공에 관해 요구받으면 이를 연구소장에 문의하고, 연구소장은 다시 기술팀에 연락해 그동안 SK하이닉스에서 빼내어 모아놓은 자료를 선별해 전달을 요청했다. 그렇게 조직적이며 치밀하게 요청 및 전달한 자료를 정리해 이메일을 통해 K사 측 관계자에 전송하면서, 최종적으로 SK하이닉스의 기밀이 중국 기업에 유출된 것이다. 특히 M사는 2019년 3월경 J사와 중국 상하이에서 반도체 세정장비 수출 협의를 앞두고, 여기에 활용할 반도체 세정장비에 대한 레시피를 필요로 했다.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M사 연구소장은 그동안 자사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던 SK하이닉스의 세정장비 레시피까지 포함하려 했다. 이에 각 부서가 SK하이닉스로부터 관련 기술을 빼내기로 공모했고, 기술팀 직원이 자신의 양말 속에 USB를 숨긴 채 SK하이닉스 사업장에 들어갔다. 이어 당시 가동 중인 반도체 세정장비 4대의 입력 패널에서 6개의 케미컬별 세정공정 양산 레시피 화면을 캡처했고, 이를 USB에 저장해 무단으로 반출했다. 결국 자사의 사업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십수 년 동안 협력한 SK하이닉스의 내부 자료를 유출해 중국 회사인 J사에 누설한 것이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결코 가볍게 판단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9월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면서 “피고인 중 일부는 SK하이닉스의 중국 경쟁 업체에 회사의 정보를 유출하였는바 그중에는 국가핵심 기술까지 포함돼 죄질이나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산업기술에 해당하는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적층 구조와 각 층의 소재 정보, 식각·세정공정 정보 등을 수집해 중국 회사에 유출했다”고 판시했다. 삼성전자, 공탁 안 받고 ‘엄벌 탄원’... SK하이닉스 임원은 ‘선처 탄원’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세정공정 양산 레시피를 유출하는데 직접적으로 가담한 M사 연구소장과 영업그룹장에 각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3000만 원, 품질그룹장에는 징역 1년(집유), 기술팀장에 징역 10월(집유), 기술팀 직원 등에 각 징역 8개월(집유)을 선고했다. 이들은 항소했는데, 지난 2024년 10월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는 연구소장과 영업그룹장에 대한 벌금의 액수를 원심보다 늘렸고, 품질팀 책임자에 대한 집행유예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머지 기술팀 관계자들의 항소는 기각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는 함께 기소된 M사 부사장에 대한 징역 형량을 높이거나, 앞서 언급했듯이 피고인 일부에 대한 벌금 액수를 늘리고 집행유예를 취소하는 등 1심보다 엄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관련 산업계와 국가경제에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중국 K사와 J사에 어떻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등 범행의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인 사정을 악용해 관련 정보를 부정취득하고 이를 국외에 유출하는 등 범행이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1심보다 더 가중한 형량을 정한 사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 부분이 있다. 항소심에서 이들 M사 관계자들의 형량에 유리하게 반영한 사유가 있었는데,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의 ‘선처 탄원’가 그것이었다. 실제로 당시 항소심 선고를 11일 앞두고, SK하이닉스의 김 아무개 부사장 명의로 피고인인 M사 연구소장과 품질그룹장에 대한 선처 탄원서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물론 재판부는 김 부사장의 해당 탄원서를 SK하이닉스로부터 위임을 받은 공식 문서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두 피고인의 유리한 양형에 반영된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사실 당시 M사 피고인들 관련 사건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술을 유출한 건에 대해서도 심리가 동시에 진행됐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도 이 사건 피해자 중 한 곳이었다. 항소심에서 M사 피고인들은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피해자 삼성전자에 피해 회복 차원에서 일부 금액을 공탁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당시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다며 오히려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년간 협력사로서의 의리를 저버리고 회사의 피와 살과도 같은 산업기술을 유출해 중국 회사에 빼돌렸다면, 이는 도저히 선처를 고려할 가치도 없는 행위였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필자에 “회사에 기술 유출이라는 막중한 피해를 줬는데, 겨우 일부 금액을 공탁한다 해서 선처 탄원을 해준다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시 SK하이닉스의 김 부사장은 두 사람의 피고인을 위한 선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물론 두 사람의 형량은 1심보다 다소 가중됐다고 볼 수 있지만, 선처 탄원이 반영되면서 ‘더 무겁게 올라갈 수도 있는 판결이 이 정도에서 그쳤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 부사장에 대한 과거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그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소재와 부품 수급을 담당하면서 안정적 공급망 관리와 준법 활동을 담당하는 구매 전략 조직을 신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의 핵심 소재와 부품 수급을 담당하는 부서의 고위 임원이 회사의 중요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한 전 협력사 사람들에게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 사건에서 SK하이닉스 측에 계속해 따라다닐 물음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유출 그것도 중국에 회사의 기밀을 빼돌린 사건에 대해 매정할 정도로 엄격한 인식을 가져야 함에도 일반 직원도 아닌 고위 임원이 피고인들에 선처 탄원까지 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서 “보안은 생명의 문제”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이 어디까지가 의지이고 한계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본지는 SK하이닉스 산업기술유출 사건 대해부 ① 사안에 관한 보완 및 개선 여부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고 심지어 언론 담당자로부터 연락 차단까지 당했다. 이에 사측이 위 사건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관한 개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이를 개선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26-03-30
[대자유총 여론조사] 더불어민주당 47 vs 국민의힘 34... 3월 간 지지도 격차 더 벌어져

인싸잇=전혜조 기자 |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13%p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월 한 달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자유유튜브 총연합회(대자유총, 회장 이영풍·수석부회장 강용석)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47%에 국민의힘이 34%를 기록했다. 또 조국혁신당 2%, 개혁신당 3%, 진보당 2%, 기타정당 2%였다. 직전 조사인 이달 21~22일 결과보다 민주당은 변화가 없었고, 국민의힘은 1%p 하락했다. 각 40%로 동률이었던 지난해 12월 27~28일 이후 7차례 진행한 조사에서 모두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모양새다. 특히 이달 실시한 4차례의 조사 결과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46%에 국민의힘 35%로 11%p 차이였다. 이번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대한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8~29세와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국민의힘에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 분포가 상대적으로 높은 40~50대는 많게는 31%p 차이가 났다. 구체적으로 40대는 더불어민주당 57%에 국민의힘 26%, 50대는 더불어민주당 56%에 국민의힘 27%의 지지율을 보였다. 40대와 50대는 각각 조국혁신당에 대해 각 2%와 3% 그리고 개혁신당에 대해서는 2%와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60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53%, 국민의힘 33%로 20%p의 차이를 보였다. 다만 70대 이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41%로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18~29세는 더불어민주당 33%에 국민의힘 4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8%에 국민의힘이 34%로, 더불어민주당 측 지지율이 높았던 것과 비교되는 모양새다. 이어 30대는 더불어민주당 33%, 국민의힘 37%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섰다. 서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7%에 국민의힘 36%로 박빙의 지지율을 보였고,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35%를 기록했다. 대전·세종·충청·강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54%에 국민의힘 31% 그리고 부산·울산·경남은 더불어민주당 44%에 국민의힘 38%로 더불어민주당이 6%p 앞섰다. 광주·전라·제주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78%)이 국민의힘(10%)에 68%p나 차이가 났다. 대구·경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4%, 국민의힘 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에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33%, 국민의힘은 이번과 같은 48%의 지지율을 올린 바 있다. 오는 6·3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하겠다고 답한 유권자의 76%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72%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양당 모두를 심판하겠다고 답한 유권자는 더불어민주당 17%에 국민의힘 32%의 지지율을 보였다. 자신의 투표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19%와 61%였다. 또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지지율 성향은 더불어민주당 80%에 국민의힘 5%였다. 중도라고 답한 유권자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41%와 37%로 근소한 차이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2%(2만 3689명 중 1001명)이며, 올해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1.1%, 국민의힘이 30.6%를 각각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1.9%p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2.5%p 올라 4주 만에 반등했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24.9%p에서 20.5%p로 좁혀졌다. 해당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천지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결과 더불어민주당 48.4%, 국민의힘은 32.6%를 각각 기록했다. 양당은 직전 조사(민주당 47.6%·국민의힘 31.9%) 대비 소폭 올랐으나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100%) 방식을 통해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2.6%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2026-03-30
[청년思] 유명세라는 이름의 입장료... ‘인플루언서’의 시대와 ‘자본가’의 꿈

인싸잇=강원준 기자 | 최근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이제 ‘사(士·師·事)’자 직업만큼이나 견고하게 상위권을 지키는 직업이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는 ‘콘텐츠 크리에이터(4.8%)’다. 남학생만 놓고 보면 운동선수에 이어 2위(7.9%)에 달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교육종합연구소의 청소년 대상 장래 희망 조사 결과,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스트리머’로 집계됐다. 국경을 넘어 한·일 양국의 아이들은 이제 TV 속 스타가 아닌, 손안의 화면 속 인플루언서를 동경하며 자란다. 바야흐로 우리 젊은이들은 인플루언서 광풍의 시대 속에 있는 것이다. 이 광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몇 년 전부터 경제 지형을 뒤흔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로 진화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시장이 지난 2022년 2500억 달러(약 320조 원)에서 2027년까지 약 4800억 달러(약 61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MrBeast)’가 팬덤을 기반으로 초콜릿 브랜드 ‘피스터블스(Feastables)’를 성공시키고, 국내 유통 공룡 쿠팡이 크리에이터들과 손잡고 ‘쿠팡 파트너스’를 통해 쇼핑 접점을 넓히는 현실은 영향력이 곧 자본이 되는 시대임을 방증한다. 인스타그램의 공구(공동구매) 문화 역시 개인의 인지도가 어떻게 즉각적인 소비와 거대한 이윤으로 치환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길 바라지만, 누구나 알기에 돈이 되는 시대 하지만 이 화려한 광풍의 이면에는 묘한 현대인의 심리적 모순이 흐른다. 몇 년 전 배우 류승수가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던진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고백은 뒤늦게 온라인상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현대인의 보편적 로망’을 상징하는 밈(Meme)이 됐다. 익명성 뒤에서 부의 안락함만 누리고 싶다는 이 솔직한 고백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전시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인플루언서 시대에 대한 피로감을 대변한다. 이 지점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된다. 전 ‘충주맨’ 유튜버 김선태는 공무원 시절 이 밈을 풍자해 “누구나 나를 알지만 돈은 없다”는 15초짜리 영상을 올려 15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유명세는 가졌으되 자본은 가질 수 없었던 공직자 유튜버의 해학이었다. 그러나 그가 퇴사 후 개인 채널을 개설하자마자 단 3일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대중은 그에게 구독 버튼으로 기꺼이 ‘돈쭐(돈으로 혼내주는 응원)’을 냈고, 그는 마침내 ‘누구나 아는’ 유명세를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본으로 바꿀 수 있는 입장권을 손에 쥐었다. 결국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것은, “아무도 나를 모르길 바란다”는 익명성의 전제를 스스로 깨뜨리고 유명세라는 입장료를 지불해 부의 열차에 올라타는 행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열차에 올라탔을 때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인플루언서라는 비즈니스 모델... ‘영향력’을 팔아 ‘수익’을 사다 인플루언서라는 열차에 올라타는 순간, 현대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인 ‘익명성’은 영구적으로 박탈된다. 인플루언서 비즈니스의 본질은 자신의 일상과 사생활, 때로는 신념까지 콘텐츠화하여 대중의 관심과 맞바꾸는 ‘감정 노동의 자본화’에 있기 때문이다. 이 거래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따른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법칙이다. 대중은 인플루언서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동시에, 그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감시를 들이댄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향한 비난 양상은 매우 가혹하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발생하는 순간 개인은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잃고, 무조건적인 침묵을 강요받는다. 사과는 의무가 되지만, 용서와 회복은 거의 허락되지 않는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사회적 정의의 발현인지 혹은 광기 어린 집단적 폭력인지는 사안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중이 인플루언서에게 부여하는 권력만큼이나 잔혹하리만치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것은 오늘날 인플루언서가 마주해야 하는 서늘한 현실이다. 결국 “누구나 나를 알지만 돈은 없다”는 충주맨의 역설이 해결되는 순간, 그는 “아무도 나를 모르길 바란다”는 평범한 자유를 영원히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전통적인 경제 관점에서 돈을 버는 공식은 단순했다. ‘일하는 시간’에 ‘시간당 임금’을 곱한 값, 즉 근로소득이 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통찰했듯, 현대 자본주의에서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는 자산이 돈을 버는 속도를 결코 앞지를 수 없다. 결국 진정한 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내 몸을 써서 버는 소득을 넘어, 내가 잠든 사이에도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이 지점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의 본질이 드러난다.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것은 곧 ‘개인 그 자체를 시스템화’하는 행위다. 과거에는 거대 자본과 공장이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한 개인의 인지도가 플랫폼과 결합해 거대한 수익을 뽑아내는 유무형의 설비가 된다. 자신의 가치를 무한히 확장해 자본 증식의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핵심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나락’의 위험에서 보듯 이 시스템은 유리로 만든 성벽과 같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점에서 근로소득보다 훨씬 치명적인 일장일단이 존재한다. 모든 가치가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로 치환되는 이 냉혹한 효율의 시대에서, 인플루언서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지점은 어디일까. 롤모델의 변천... 인플루언서 이후의 삶 : ‘배용준 vs 김연아’ 최근 대중이 선망하는 롤모델은 단순한 ‘스타’에서 ‘자본가’로 변모하고 있다. 그 정점에는 배우 배용준과 피겨스타 김연아라는 두 가지 상징적인 모델이 존재한다. 배용준은 유명세를 시스템으로 완벽히 치환한 ‘은둔형 자본가’의 전형을 보여준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아시아를 뒤흔든 슈퍼스타였던 그는 어느 순간 화면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는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키이스트’라는 엔터 기업을 창업하고 상장시켰으며, 최근에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투자자의 행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배용준은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블리츠웨이엔터 주식 약 42만 주를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8.63%까지 끌어올렸다. 이 소식에 해당 종목이 상한가로 직행할 만큼 그의 ‘이름값’은 여전히 강력한 자본 권력으로 작동한다. 그는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성이 보장된 자본가’로서 시스템 뒤에서 부를 증식시키고 있다. 반면, 김연아는 유명세를 독보적인 ‘신뢰’로 구축한 ‘현역형 브랜드 자본가’ 모델이다. 은퇴 후에도 그는 여전히 광고계의 톱 티어를 지키며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지만, 그 내면에는 익명성에 대한 갈망과 유명세의 무게가 공존한다. 최근 김연경의 유튜브 ‘식빵언니 김연경’ 채널에 출연한 김연아는 “어렸을 때부터 노출이 워낙 많다 보니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부담이 된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는 아무도 나를 모르길 바라지만, 영향력은 유지해야 하는 현대 인플루언서들의 딜레마를 가장 우아하게 해결한 사례다. 그는 과도한 일상 노출 대신 ‘무결점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을 하나의 상징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유지하며, 대중과 엄격한 거리두기를 통해 개인의 삶을 방어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밑천’을 만들 것인가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목도하며 우리가 얻어야 할 인사이트는 명확하다. 단순히 “나도 인플루언서가 돼야겠다”는 조급함이 아니라,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부를 쌓고, 그 부로 어떤 삶을 지탱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부를 이루는 전통적인 루트는 커리어를 정교하게 갈고닦아 근로소득을 극대화하고, 이를 밑천 삼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투자로 나아가는 길이다. 다만, 오늘날 이 전통적인 루트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부동산 가치가 솟아오르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시대에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절망감은 청년들을 막다른 길로 내몬다. 성실한 노동으로 시드머니를 모으기엔 이미 사다리가 너무 높이 치워져 버린 탓에, 많은 이들이 코인이나 3배 레버리지 투자 같은 초고위험 자산에 뛰어드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고전적인 루트 안에서 자신만의 ‘자생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팔아 임금을 받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확장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역량으로 키워내는 것 또한 하나의 강력한 시스템 구축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루언서의 길은 한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해 자본 증식의 시간을 압축하는 ‘창의적 돌파구’다. 이는 단순히 유명해지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는 팬덤을 구축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현대판 창업가 정신의 발현이기도 하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영향력을 자산으로 변환하는 이 길은, 정체된 시대 속에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부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도전이다. 결국, 전통적인 루트가 ‘안정적인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업’이라면, 인플루언서의 길은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퍼뜨려 거대한 숲을 이루는 작업’이다. 두 길 모두 각기 다른 형태의 용기와 인내를 요구하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신만의 확고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위대한 여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뿌리를 내리든 숲을 이루든, 그 모든 행위는 결국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토대 위에서만 생명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방법론에만 매몰돼 ‘왜’라는 질문을 놓칠 때, 부의 축적은 보상 없는 고역이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집단적 우울의 핵심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입소스(Ipsos)가 발표한 <2026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57%)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불행의 가장 큰 이유로 ‘재정 상태(60%)’가 꼽힌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였으나, 정작 충격적인 대목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응답(45%)이 29개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단순히 가난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다. ‘왜 사는지 모르는 상태’, 즉 삶의 방향과 목적 자체가 흔들리는 ‘의미의 실종’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재정이 삶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부를 쌓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나머지 그 너머의 가치를 잃어버린 셈이다.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 지금의 인플루언서 열풍은 자산 형성의 골든타임을 단축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탈출하려는 시대적 조급함의 반영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때 결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는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일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배용준이 자본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의 길을 걷고, 김연아가 신뢰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선별적 노출을 택한 것은 각자가 선택한 ‘삶의 운용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정교한 자기 객관화다. 대중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비즈니스로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인플루언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 또한 이 시대가 제안하는 하나의 능동적이고 멋진 방식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잠재력을 가장 화려하게 꽃피우는 존중할 만한 경로가 될 수 있다. 반면, 묵묵히 전문성을 갈고닦아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산을 일궈나가는 길 역시 그 나름의 단단한 미학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욕망을 직시하는 일이다. 그 선택의 기준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를 넘어, ‘내 삶에 어떤 의미와 무게를 부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이 쏟아져 나와도, 삶의 철학이 결여된 부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다. 재정적 자유를 꿈꾸는 열망만큼이나, 그 자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밑천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할 당신의 삶은 어떤 의미로 채워져 있는가.

2026-03-29
[현장] “우리가 장동혁이다”... 대자유총 주최 자유우파 시민 ‘장동혁 지지 2차 집회’ 열려

인싸잇=윤승배 기자 |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에 힘을 싣는 자유우파 국민들의 2차 집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인근에서 대한민국자유유튜브총연합회(이하 대자유총, 회장 이영풍·수석부회장 강용석)의 주최·주관으로 2차 ‘장동혁 당 대표 지지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은 지난 16일 오전에 열린 1차 집회 때보다 더 많은 자유우파 시민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이 추산한 이날 참여 인원은 약 7000명에 달한다. 시민들은 각자 ‘당원들이 선택한 장동혁’과 ‘우리가 장동혁’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당원이 명령한다. 장동혁을 지켜 내자”며 장 대표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를 흔드는 모든 세력들을 규탄했다. 특히 집회 도중 장동혁 대표에 반기를 드는 당 안팎의 인사들에 관한 언론 보도가 영상이 띄워지자 시민들은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장 대표와 큰 갈등을 빚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와 배현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사진과 기사가 영상에 올라왔을 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큰 야유와 심지어 욕설도 터져나왔다. 이날 집회에서 첫 번째 연사로 단상에 오른 유승수 변호사는 “장동혁 당 대표, 우리가 지킨다”고 외치며 “한동훈이 당 대표를 하면서 국민의힘을 팔아먹고, 애국보수를 팔아먹을 때도 여러분들은 꿋꿋이 당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도 쫓아내고, 이준석도 쫓아냈는데 우리가 당을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를 배제하려는 세력으로부터 그를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 일정으로 뒤늦게 집회에 참석한 강용석 대자유총 수석부회장은 단상에 올라 “대구의 민심을 들어보니 주호영(국회 부의장)을 잘 잘랐다고 모든 분들이 일관되게 이야기를 하셨다”며 “이진숙(전 방통위원장)은 왜 잘랐는가라고 하는데, 이진숙은 국회 등 다른 곳에서 정치를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라는 말에 그렇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도 장동혁 대표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서 결국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며 모든 분들의 의견이 일치됐다”며 “우리가 단일대오로 나가기만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올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단상에 올린 심규진 교수는 “가장 위험한 적은 국민의힘 내부의 불신과 패배주의라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지지층과 장동혁 대표를 이간질하는 세력들이 많다. 그것에 우리가 굴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동혁을 잃고 나서 장동혁 귀한 줄 알게 되면 때는 너무 늦다”며 “국민의힘을 바꾸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라며 ‘세이브(Save) 장동혁’을 외쳤다. 이날 연사들의 발언이 끝난 뒤 오후 1시 50분부터 국회의사당역 인근 약 2km 구간을 함께 행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번 집회는 <강용석 KNL·인싸잇>·<이영풍TV>·<고성국TV>·<글로벌디펜스뉴스>·<목격자K>·<브라이트부산>·<성창경TV>·<전여옥TV>·<진격의변호사들> 등 자유우파 유튜브 채널이 공동으로 유튜브 생방송을 송출했다.

2026-03-28
[연속기획] SK하이닉스 산업기술유출 사건 대해부 ① – 10년의 情 배신한 중국인 직원

<인싸잇>은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원 또는 협력사 관계자 등의 산업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누설 등 사건에 관한 최근 2~3년간의 판례를 전수 분석해, 그중 중요 사건 다섯 건을 추렸습니다. 각 사건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 등을 여러모로 살핀 연속 보도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보안 개선 방안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중국 국적의 J씨는 입사 10년 만인 2023년 11월 해고와 동시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퇴사 과정에서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검사회로 설계 업무를 담당하던 J씨는 2023년 8월경 유럽계 반도체 회사에 이직하기로 마음먹고, 퇴사 후 활용할 목적으로 그동안 SK하이닉스 업무에 다뤄오던 내부 자료를 빼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J씨는 SK하이닉스의 사내 업무 포털에 접속해, SSD 컨트롤러의 검사회로 설계 기술 등의 자료를 자신의 구글 블로그에 ‘복사+붙여넣기’하는 방식으로 유출했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가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한 반도체 분야 첨단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그는 그렇게 두 달 동안 사측의 감시망을 피해 약 290회에 걸쳐 관련 기술의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J씨가 퇴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그의 기밀 유출 정황을 뒤늦게 포착했다. J씨는 사측의 적발로 구글 블로그에 게시한 내부 자료를 전부 삭제 처리했다. 그런데 이틀 뒤 그는 다시 사무실에 복귀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사내 업무 포털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구글 블로그에 복사+붙여넣기 하는 방식이 아닌, 유출하려는 기밀 자료 파일을 모니터에 열어 둔 채 자신이 가지고 온 아이패드에 해당 내용을 그대로 베껴 입력했고, 이를 가지고 그대로 회사 문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아무리 이직이 정해졌다고 하지만, 10년 동안 자신의 흔적과 열정과 인연이 녹아든 일터에서 끝맺음을 기술 유출 범행으로 정한 것이다. 결국 SK하이닉스는 J씨를 해고하면서 경찰에 넘겼고, 그는 산업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J씨는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나흘간 매일 300여 장 기밀 인쇄해 빠져나간 中 직원 SK하이닉스는 J씨의 기술유출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 또 다른 중국 국적의 직원 L씨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 L씨는 국내 명문대학교의 이공계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 2013년 SK하이닉에 입사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2020년 중국 상해 지사로 파견근무를 가게 됐고, 그곳에서도 동일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L씨는 지난 2021년 12월 말 회사 승진 명단에서 탈락한 데 불만을 품게 됐고, 중국계 반도체 회사 구직에 나선 끝에 2022년 6월 화웨이에 최종 합격했다. L씨는 이로부터 보름 뒤, SK하이닉스 상해 근무지에서 나흘에 걸쳐 회사 컴퓨터로 영업기밀 문서를 출력했다. 해당 자료에는 SK하이닉스가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도입한 세계 최고 모바일 D램(DRAM)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그가 나흘간 인쇄한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첫날 355장, 이튿날 306장, 셋째 날 377장, 넷째 날 271장으로 총 1309장에 달했다. 이것도 한 페이지에 2장씩 모아찍기한 것으로, 실제 4000장 이상의 문서를 인쇄한 것이다. L씨는 해당 문서를 가방과 쇼핑백에 나눠 담아 아무런 제재도 없이 회사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인쇄를 마친 바로 다음 날인 2022년 7월 1일, 당당하게 한국에 입국해 SK하이닉스 이천 본사로 복귀한 뒤 보름이 지나 퇴직 절차를 밟았다. J씨의 사례와 같이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유출 행위에 대한 사측의 적발 이후에 발생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L씨는 다량의 영업기밀 문서를 2022년 6월 말에 나흘에 걸쳐 인쇄했고, 7월 1일 SK하이닉스 한국 본사에 복귀해 7월 15일경 퇴직 신청을 했다. 다행히도 당시 하이닉스 보안팀은 L씨가 상해에서 다량의 문서를 출력한 행위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그가 퇴사 면담을 요청하자 본격적으로 보안 검사에 돌입했다. L씨도 결국 사측의 추궁에 문서 인쇄 사실을 털어놨는데, “인쇄물 일부를 이미 파쇄했다”며 “자료를 인쇄한 건 이직의 목적이 아니라 시장값이 얼마인지 알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SK하이닉스 보안팀은 상해 지사에 그의 말대로 인쇄물이 남았는지 확인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의 컴퓨터 및 휴대폰의 포렌식 작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7월 25일, L씨는 SK하이닉스 소속 부서 팀장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가를 가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뒤 당일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L씨는 상해 지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적했고, SK하이닉스는 뒤늦게 징계자도 참석하지 않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에 대한 해고를 결의했다. 누가보더라도 큰 의미 없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그가 유출한 인쇄물과 정보가 어디에 보관돼 있고, 또 어디에 쓰였는지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L씨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와 법적인 처벌도 이뤄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약 2년 후인 2024년 4월, L씨는 황당하게도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렇게 그는 산업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L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8월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형을 확정했다. 개인의 일탈 탓하기 전 돌아봐야 할 ‘부실한 보안 실태’ 중국인 전 직원 J씨와 L씨의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한 당시 SK하이닉스는 아직 AI(인공지능) 슈퍼 싸이클을 타기 전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계를 지탱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반도체 회사인 만큼 보안을 곧 생명처럼 중시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당시 역대급 불황을 겪는 동시에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있었다. 그 긴장의 연속에서 중국인 직원의 황당한 산업기술 유출 행위가 이뤄졌던 것이다. 물론 사건의 원인은 1차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중국인 직원 J씨와 L씨 개인에 있다. 하지만 사측 역시 보안상 허술함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J씨의 범행에서 직원이 회사 내부 사이트에 접속해 개인 블로그에 기밀 자료를 복사+붙여넣기가 버젓이 이뤄졌고, 이를 무려 두 달 뒤에야 사측이 겨우 파악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측이 J씨의 이러한 행위를 인지하고도 내부 사이트 접속 권한이나 그 시도를 차단하지 못하면서, 그가 재차 사내 업무 포털에 접속해 기밀 자료를 아이패드에 옮겨 적는 대담한 2차 범행까지 가능케 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L씨의 사건은 J씨 사례보다 더 심각하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중국 상해 지사라고 하지만, 반도체 회사에서 일반 직원이 나흘에 걸쳐 매일 약 300장의 내부 자료를 인쇄해 쇼핑백에 넣고 사내 보안팀에 적발도 되지 않은 채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간 사건이다. 향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SK하이닉스 국내 본사와 달리 상해 지사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보안검색대 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당연히 자료 유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원칙상 상해 지사에서는 본사에서만 취급하는 영업비밀 문서에 관한 열람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야 할테지만, L씨가 본사에서 상해 지사에 파견한 직원으로 취급돼 여전히 본사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다. L씨에 대한 사건의 1심·항소심 재판부는 “SK하이닉스 상해 사무실에 있는 일반 직원들과 다르게 피고인 L씨는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본사에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서의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며 “피고인은 화웨이로 이직이 확정된 상태에서 ‘보안이 허술한 상해 사무실’에서의 근무가 만료되기 전에 다량의 출력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상해 지사가 보안이 허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2024년 4월 L씨가 제주도에 놀러 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만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은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여전히 미궁에 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상해 지사의 허술한 보안 실태는 차치하더라도, L씨가 중국으로 도망가는 과정에서의 대처를 두고 스스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사건을 겪으며 SK하이닉스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건 단순히 보안서약서만 작성하면 직원들이 내부 기술을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L씨의 사례처럼 외국인 직원의 경우 내부 보안검사 과정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직 수사기관을 통해 범죄혐의가 특정되지 못한 만큼 사실상 국내로 송환해 조사하기 쉽지 않다. 이에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인 직원들의 경우, 초기에 더 신속하고 철저한 보안검사가 필요하다. 또 해외 사무소에 국내 본사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적용하는 점 그리고 기술 유출이 의심되는 직원에 대한 내부 정보 접근에 완전한 차단, 사내 자료 다량 인쇄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도 여러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본지는 해당 사안에 관한 보완 및 개선 여부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고 심지어 언론 담당자로부터 연락 차단까지 당했다. 이에 사측이 위 사건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관한 개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이를 개선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26-03-27
[인터뷰] “대구, 생존 걸린 마지막 분기점… 산업구조 바꿔야 산다” -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인싸잇=백소영 기자 | 검사 공직을 거치고 변호사로서 오랜 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 곁을 지켜온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정치 일선에 뛰어든 지 4년,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타이틀 외 지역 행정 능력에 물음표가 달리며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고, 당내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정치적 색채를 만들어 나갔다. 이후 2024년 총선에서 7전8기 끝에 국회에 입성하며 기반을 다져나갔다. 이제는 독자적인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역 행정 능력과 정치적 독립까지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이번 6·3 지방선거는 그에게 남다르다. 특히 그가 나서게 된 대구시장 선거는 다수의 국민의힘 후보들이 경쟁하지만, 거대 여당의 기세에 보수당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대구의 장기적 경제 침체를 해결할 유능한 행정가가 누군지를 결정할 이번 선거를 유 후보는 ‘생존의 분기점’으로 규정하며, 산업 구조 전환과 대기업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싸잇>은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를 만나 대구 경제에 대한 진단과 산업 재편 구상, 정치 철학과 향후 시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후보로 나서며 “대구가 생존을 걸고 변화를 선택해야 할 분기점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대구의 상황은 인구가 감소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있다. 섬유와 부품제조업도 침체의 일로에 놓여 있고, GRDP도 33년간 전국 최하위를 하고 있다. 대구의 발전 속도도 느려져, 도시 전체의 역동성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구 경제가 침체된 것은 섬유와 부품 제조업 등이 쇠퇴하고, 이들 기업들이 대부분 영세·중소기업체들이라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앵커 기업과 대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앞세워 대구의 경제를 일신해야 하는 분기점에 놓여 있다는 것이 본인의 진단이다.” - 4년 전 대구시장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 도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지난 2022년 도전은 대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도전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책임을 지려는 것이다. 대구의 미래를 놓고 더 이상 관망할 수 없었고, 거시적인 담론에 치중하기보다는 대구의 현실을 바꾸는 역할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내일로 나아가는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한 결단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를 생각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자신의 정치로 평가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년 전 후원회장이었던 과거와 달리 ‘유영하의 정치’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것이 ‘정치는 신의가 기본이고 정치인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깊듯 누군가에 기대는 정치는 한계가 있다.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상식과 정의로움이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고 설득과 타협으로 상생하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 최근 국회방송에서 ‘단 하나의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는 믿음의 정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정치’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계획인지 설명해달라. “만약 제가 대구시장이 된다면, 시장실에 ‘공약이행 상황판’을 걸어두고 시민들께 드린 약속을 하나하나 직접 챙겨 믿음의 정치를 구현해 갈 것이다. 저는 많은 약속을 드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번 드린 약속은 끝까지 책임지는 정치, ‘책임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시장이 되면, 정부·여당과 협조할 것은 하면서 대구를 살리는데 필요한 중앙정부 예산확보에 진력할 예정이다.” - 대구의 경제 구조와 산업 기반과 관련해 구조적인 한계가 언급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대구 경제가 침체된 것은 저부가가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개편하고, 생산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앵커 기업 등 대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 삼성 반도체 팹 2기 유치와 삼성서울병원의 분원, 정확하게는 암병원 분원 유치를 통해, 대구가 다시 일어서는 미래를 가기 위한 발전을 만들겠다. 이렇게 대구의 비상이 시작되면, 멈춰 있던 대구의 성장 시계를 다시 돌아가고, ‘청년이 떠나는 도시 대구’가 아니라 ‘청년이 찾아오는 도시 대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공천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당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공천 신청 당사자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공천은 누구에게 유불리를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후보자는 물론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당과 지역을 위해 열심히 싸워 승리할 수 있는 인물로 공천해야 한다. 늘 잡음이 있고 시끄러운 것이 공천이다. 공정한 룰을 정해주면 선수는 그것을 따르면 된다.”- 법조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의원으로서, 현재 정치 시스템이나 선거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제도적 지점은 무엇인가. “우선 정치시스템을 보자면,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승자독식의 권력 시스템이 진영 갈등을 격화시켜 대립을 일상화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1987년 헌법 당시에는 민주화라는 단일 가치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가 혼재하는 복잡다기한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치가 갈등을 키우는 구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여당은 정치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독선의 정치를 멈추고, 야당과의 협치 정치를 복원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에서 여러 후보들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로서 유 후보의 핵심 경쟁력과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메시지는 무엇인가. “‘진정성’과 ‘실천력’ 그리고 ‘대(對)정부·여당 협상력’에 있어 타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을 대할 때, 시민과의 약속과 비전을 제시할 때 그리고 정치현장에서 신의와 진정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다. 또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성품이다 보니, 시민들께도 많은 공약을 제시하기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핵심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반도체 팹, 삼성병원 분원 유치 등이다. 특히 대구 경제회복에는 중앙 예산을 얼마큼 더 가져오느냐가 중요한데,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 사람들과도 인간적인 신뢰가 있다. 지금 대구는 생존을 걸고 변화를 선택해야 할 분기점에 서 있다.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할 사람, 대구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저 유영하가 삼성반도체 팹과 삼성병원 분원 유치로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을 놓고, 대구 비상(飛上)의 발판을 마련하겠다.”

2026-03-26
[청년思] 독려라 말하지만 강요로 들리는 ‘에너지 절약 국민 행동’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국제 유가 상승과 생산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공공부문 차량 통제를 강화하고 민간까지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위기 대응 방식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절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정부의 정책 적용 방식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 개인의 선택 영역까지 규정하는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25일 0시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 공용차와 임직원이 먼저 적용되는데 10인승 이하 승용차 약 150만대로, 기존보다 강화된 지침이 내려지면서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포함됐다. 위반 시에는 단순 주차 제한을 넘어 경고와 징계 등 강제 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민간에 대해서는 현재 참여 권고 수준이지만, 향후 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될 경우 승용차 5부제 의무화가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전기·수소차와 일부 예외 차량을 제외한 약 2370만 대가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 국민 행동’ 지침도 발표했다. 승용차 5부제 참여를 비롯해 대중교통 이용, 친환경 운전, 도보 및 자전거 이동, 실내 적정온도 유지, 불필요한 조명 차단 등 이동과 생활 전반에 걸친 행동 지침이 포함됐다. 가정에서는 샤워 시간 단축, 휴대전화와 전기차 낮 시간 충전, 가전제품 사용 시간 조정, 세탁기·청소기 주말 사용 등 개인의 일상적 선택에까지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문제는 국민들에게 절약 정책이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생활의 구체적인 방식까지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세탁기와 청소기를 주말에 사용하도록 권고한 지침은 가구 구성과 생활 환경에 따라 1인 가구인지 4인 가구인지 현실 적용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과 일상의 괴리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원유의 상승세와 맞물려 실제 최근 생산자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현재의 원가 상승은 향후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외식비, 교통비, 공공요금 등으로 확산될 경우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용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급 측 대응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 공동비축 원유 약 90만 배럴이 해외로 판매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가 감사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동비축유는 유가 급등 시 시장 공급을 통해 가격 상승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인데, 해당 물량이 국내에 우선 활용되지 못한 상황은 정책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과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이 급감한 에너지 위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때 일본정부에서는 기업 운영 시간 조정과 공공 시스템 절전을 먼저 시행하고, 개인에게는 ‘절전(節電)’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최근엔 일본 역시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가격 상승, 엔화 약세가 겹치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엔에서 180엔대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가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처럼 역시 단순한 물가 변동을 넘어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정부로서나 국민에게나 부담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정유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유지·조정하고 있고, 소비자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 자체를 통제하기보다 상승 폭을 제한하고 시장 물가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또 수천억 엔 규모의 추가 재정 투입이 검토되는 등, 비용 상승 압력을 개인의 생활 제약이 아닌 재정과 정책 수단으로 흡수하려는 방향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의 정책 방향은 결국 어디서부터 부담을 시작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가 제시해야 할 출발점은 개인이 아니라 정책 영역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민간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준 역시 분명해야 하는데, 국회의 전기절약과 국회의원들의 생활은 예외인가. 공공기관 적용에 앞서 국회라는 영역부터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절약을 요구할 수는 있고 정책도 상황에 따라서는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순서와 기준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참여 독려가 아니라 강요이자 국민 제약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때다 싶어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서 에너지 대책부터 제대로 세우고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권고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2026-03-26
美 AT&T 373조 ‘망 투자’ 승부수… 韓 통신3사, 설비투자 ↓ 마케팅 ↑

인싸잇=이다현 기자ㅣ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향후 5년간 2500억 달러 (약 373조 원) 규모의 초대형 통신 인프라 설비투자(CAPEX)에 나선다. 반면 국내 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다각화와 마케팅에 치중하며 본원적 경쟁력인 네트워크 투자는 줄이고 있어, 다가올 6G(6세대 이동통신) 및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T&T는 이달 10일(현지시간) 창립 15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광섬유, 5G, 위성 기반 네트워크를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존 스탠키 AT&T CEO는 “미국의 연결 경쟁력을 높이고 더 많은 지역에서 광섬유와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의 연방 통신 정책 환경은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할 만큼 매우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투자 규모는 약 500억 달러(약 74조 원)로, 국내 통신 3사 연간 합산 CAPEX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쟁사 버라이즌도 2024년 171억 달러(약 25조 원)를 투자했으며, 올해 160억~165억 달러(약 24조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구축 기업을 제외하면 데이터 인프라 투자 상위 10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국내 통신 상황은 대조적이다. 지난해 통신 3사(SK브로드밴드 포함) 별도 기준 합산 CAPEX는 6조 229억원으로 전년(6조 6148억 원) 대비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마케팅 비용은 8조 490억원으로 전년(7조 6610억 원) 대비 5.1% 늘었다. 인프라 투자는 줄이면서 가입자 유치 비용은 늘어난 구조다. 본업 소홀의 대가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서’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5G 커버리지 맵 과대표시 비율은 2023년 1.33%에서 2024년 0.17%로 일시 개선됐다가 2025년 6.67%로 급증했다. 커버리지 맵은 이용자가 특정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통신사가 제공하는 지도다. 실제로는 5G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임에도 지도상에는 이용 가능한 것처럼 허위 표시한 것이다. 반면 전국망이 안정화된 LTE의 과대표시 비율은 같은 기간 1.94%에서 0.44%로 오히려 줄어, 5G만의 관리 소홀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AT&T발 투자 확대가 국내 통신장비주에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AT&T의 설비투자 확대 발표로 통신장비 업종에 대한 투자 신호가 강화됐다”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 통신장비 업종이 장기 빅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장비 사용 제한의 영향으로 에릭슨 중심의 장비 수요가 확대될 경우 국내 장비 업체들의 공급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사들의 자발적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통신비 인하 압박 대신 법인세 인하나 규제 완화를 내세운 미국의 정책 방향이 AT&T의 초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2026-03-26
BNK금융 ‘빈대인 2기’ 출범 확정... ‘생산적 금융 확대·주주가치 극대화’ 기대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BNK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빈대인 회장에 대한 연임을 확정했다. BNK금융지주는 26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제15기 정기주총에서 빈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재무제표 승인 등 주요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빈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9년 3월까지 연장되면서 ‘빈대인 2기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빈 회장에 대한 연임에 대해 비관적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건전성 강화와 자본 적정성 제고, 수익 구조 안정화 등에 따른 실적 개선과 올해 초 BNK금융지주의 사상 첫 시가총액 5조 원 돌파 등의 성과로 연임이 탄력을 받았다. 1960년생인 빈 회장은 부산 동래원예고와 경성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부행장보), 신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 미래채널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부산은행장을 지냈다. 이어 2023년 3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빈 회장은 부산은행장 시절 지방은행 최초로 모바일 전문은행(썸뱅크)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금융과 글로벌 금융에서 다양한 시도에 이어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후 자산건전성을 대폭 개선하고, 내부통제 강화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 회장은 지난해 12월 8월 BNK금융지주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자신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 소감에 대해 “1이닝은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음 이닝을 맡는다면, 실점을 최소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빈 회장 2기 체제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 금융 역할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4명을 주주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주당 735원(분기 배당금 360원·결산배당금 375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2026-03-26
[도서 인싸잇] SK하이닉스, 언더독이 반도체 신화가 되기까지

<도서 인싸잇>은 시중에 출판된 책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정보와 상식, 공감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 방향 등을 논하는 여론의 창(窓)입니다. * 일부 내용에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책 구매 유도 및 책 내용 중의 상품 및 서비스의 홍보 의도는 전혀 없으며, 기사에 관련 내용을 실지도 않았습니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이다. 남녀노소 챗GPT에 모르는 걸 물어보고 10초 안에 원하는 답을 얻거나, 과거 종일 포토샵을 부여잡고 머리를 싸매도 끝내지 못했던 이미지 작업도 챗GPT나 제미나이(Gemini)에 부탁하면 눈 깜짝할 사이 완료할 수 있다. 이제 오죽하면 AI를 두고 ‘슈퍼 싸이클’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으면 어색해질 정도다. 그 슈퍼 싸이클의 정점에 올라탄 게 바로 AI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다. 이에 현재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회사들이 AI 슈퍼 싸이클 속에 주가 고공행진과 어닝서프라이즈의 실적을 만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SK하이닉스다. 과거 하이닉스의 주가는 겨우 담뱃값보다 싼 1200원, 심지어 2001년 이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135원까지 내려갈 정도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낱 반도체 부품 공급 회사에 불과했다. 이 회사를 넘겨받아 이끌어 가는 건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지난 2011년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놀랍게도 이후 불과 2년 만에 HBM이라는 제품을 출시해 메모리 반도체 패러다임을 바꿔놨고, 10년 만에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2026년 3월 현재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약 703조에 주가는 100만 원을 넘기는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무려 1억 8500만 원으로 집계되면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실시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제는 연간 법인세를 5조 6000억 원이나 낼 정도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며, 해외에서 대한민국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SK하이닉스의 모험과 도전, 좌절, 성장 그리고 성공과 미래를 알고 싶었다. 아쉽게도 기존 언론보도나 유튜브 영상 콘텐츠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문뜩 올해 1월 접한 한 보도자료 기사가 떠올랐다. SK하이닉스의 HBM 성공기를 담은 <슈퍼 모멘텀>이라는 책이었다. 당시 여러 언론사가 이 책을 소개하며 홍보성 기사를 쏟아 냈고, ‘SK하이닉스 측과 협업해 단순히 회사와 최태원 회장을 찬양하는 식의 내용만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서점에서 선 채로 이 책을 가볍게 읽어봤는데, 40페이지 정도만을 넘겨보더라도 그동안 자신이 알고 싶던 SK하이닉스의 모든 게 제대로 압축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구매했고, 밑줄까지 쳐가며 3회를 정독했다. SK하이닉스를 만든 ‘독함’과 ‘스마트함’ 필자는 오랫동안 법조·사회부 기자를 해왔기에, 사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회사와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사고 외에 잘 알지 못했다. 물론 HBM이나 D램 등은 이제는 워낙 ‘상식의 영역’이 됐기에 개념과 용도, 특징 등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슈퍼 모멘텀>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제품, 관련 용어 등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해소해준 건 책을 공동 집필한 기자와 홍보 전문가 출신 6명이었다. 이들의 이력을 증명하듯 글 곳곳에는 방대한 취재 결과 속 핵심만을 담으려 한 필력 그리고 난해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 관련 용어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담은 내용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도전→성장→성공→위기→미래라는 책의 구성에서 이야기에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더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전후 초창기의 이야기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기존 언론보도에도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는 단편적이며 포장된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는 당시 업무 현장에 있던 임직원들의 발언과 상황 묘사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흥미로웠던 건 이때 그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였다. 회사가 워크아웃 당시 고객사로부터 “회사가 곧 망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우려가 나왔고, 무급 휴직에 급여 삭감 등을 겪으며 한 달에 많게는 수십 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부도 위기까지 봉착하자 고객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 현시점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화가 소개됐다. 특히 당시 한 대학에 취업 설명회를 하러 갔지만 겨우 1명만이 나와 결국 이걸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담겼는데, 그가 설명회를 듣고 하이닉스에 입사해 지금까지 있었다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부와 지위를 얻었을 테니 절로 혀를 찼다. 책에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다음 해 만들어진 행동강령이 회사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 행동강력의 핵심은 ‘독함’이었다. 흔히 영혼 없는 듯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이나 이보다 조금 강한 ‘치열함’보다 더 센 ‘독함’이다. 회사는 사원들이 이 ‘독함’의 정신을 항시 지니기 위해 화장실에도 ‘독하게’라는 글자를 쓴 표어를 걸어뒀고, 현재 자신의 업무에 대해 ‘전쟁을 수행 중’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임원부터 아침 7시 출근을 솔선했고, 대충이라는 게 없었다. 오죽하면 훗날 당시 회사의 분위기를 ‘아오지 탄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밤낮없이 독하게 일만 했겠는가. 책에서는 SK하이닉스에 변화를 가져온 또 다른 요인으로 ‘스마트함’을 언급했다. 이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반도체 연구→개발→제조 단계에 대한 혁신적 변화였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이 기사에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결국 이 구분에 변화를 가져와 제조에서 최종 수율을 만드는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이는 생산량의 효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특히 ‘스마트함’의 극대화한 인력들이 모인 ‘코어 TF’를 만들어 각 단계를 관리·지휘할 전권을 주면서 핵심 기술 개발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이는 기술과 제품 생산량에 혁신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연구와 제조 사이의 벽을 허물어, 효율적 협업이 가능하게 했다. (책에서는 이 ‘코어 TF’가 회사 내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부서로 성장해, HBM과 HBM3E 개발에도 공헌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스마트함’은 향후 HBM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를 제대로 짚었는데, 속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속도 그 자체보다 속도를 올릴 구조의 혁신이라는 발상이 있었다. 또 HBM이 기존 평면의 공간을 3차원으로 바꾸기 위해 칩을 위로 쌓는 수직 개념을 메모리에 도입하려 했고, 그렇게 선행한 기술이 TSV였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 필자가 처음 알게 된 전문 용어들이 많았다. 그중 TSV는 ‘뉴스 등에서 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개념’ 중 하나였다. 책에서는 SK하이닉스만의 TSV 개발 과정과 이를 통해 얻어낸 기술 혁신 등에 대해 상세히 그렸다. 국내 TSV 기술 개발의 퍼스트 무버는 삼성전자로, 하이닉스가 후발이라는 것도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세컨드 무버로서 가로·세로 각 1㎝ 크기의 칩에 미세 구멍 수천 개를 뚫는 게 겨우 첫 번째 단계인 TSV 기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당시 얼굴도 모를 회사 사람들을 떠올리며 ‘얼마나 하루하루가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이닉스는 ‘TSV 기술로 무엇을 만들어야 돈과 혁신이 되는가’라는 의식에서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온 게 HBM이었다. 책에서는 TSV 선행연구 개발을 담당한 안현 개발총괄 사장(CDO)의 말을 실었는데, 이는 TSV로 큰돈을 벌게 된 게 개발진의 예상보다 10년이나 늦었지만, 야구에 비유하자면 선행연구가 3할 그리고 HBM을 개발한 건 장외홈런을 친 꼴이라는 것이다. 사실 10년 만에 성공했다는 대목부터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TSV 기술을 활용한 제품에서 불량률 100%가 나오는 등 처참한 실패와 재시도가 있었다. 이를 극복했고, TSV를 활용한 HBM 역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경영인 최태원 <슈퍼 모멘텀>을 읽고 다시 본 사람은 최태원 회장이다. 사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그를 둘러싼 사생활 문제로 인해 다소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대중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경영인 최태원은 오늘날의 SK하이닉스를 만든 주역이라는 데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최 회장을 언급하는 부분이 꽤 많다. 마지막 챕터는 ‘최태원 노트’라는 제목으로 작가들이 그와 육성 인터뷰한 15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최 회장이 임원 100명과 일대일로 만나 면담한 일화였다. 당시 최 회장은 주로 의견을 경청하는 쪽이었다고 그리고 있는데, 안현 개발총괄 사장의 “반도체 공부를 많이 한 것을 느꼈다”는 한 마디가 크게 와닿았다. 사실 최 회장이 대학에서 물리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이론과 실습을 제대로 공부했다고 해서 반도체의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무엇보다 반도체로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의 리더를 보장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최 회장이 SK그룹 내에서 경영을 맡은 분야 중 반도체와의 큰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 회장은 당시 임원 100명과의 대화를 마친 후 “현재 하이닉스의 문제와 해법을 찾아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단순히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어 반도체 회사의 체질 개선과 발전 방향을 이미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던 것이다. 책에서는 회사 발전의 길목마다 최 회장의 결단의 순간을 조명했다. 그는 CEO들에게 수조 원 단위의 투자 결정을 믿고 맡겼다고 한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되, 책임은 함께 지자는 발상이었다. 최 회장의 이러한 판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엔지니어 출신 CEO를 적극적으로 기용한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리더가 이 분야의 전공자이며 기술자이자 전문가로서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기에 다른 직원들도 업무를 경솔하게 할 수 없었고,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동시에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주목했던 부분은 최 회장의 동물적 감각이었다. 이는 2012년 일본의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 인수에 관한 토론에서 드러났다. 당시 최 회장은 “우리가 먹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취지로 다른 경영진들에 엘피다 인수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다수의 반대에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이후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이 인수했는데, 이후 D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의 D램 시장이 이뤄졌다. 당시 최 회장이 밀어붙였다면 마이크론이 D램에 있어 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최 회장은 자신의 결단을 밀어붙이는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최 회장의 행보에 대해 ‘고(Go)’ 또는 ‘직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판은 스스로 짜되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이었다. 그런데 최 회장은 추진하는 일마다 운도 따라줬다. HBM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당장 이 제품을 제대로 활용할 소프트웨어가 없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때 SK하이닉스의 영원한 파트너 엔비디아(책의 118페이지 각주는 ‘엔디비다’라고 잘못 기재가 돼 있다)가 나타났다. 당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GPU를 그래픽 처리 전용 칩이 아닌 AI에 활용할 원대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고, 여기에 HBM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최 회장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젠슨 황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제품 판매처 확대에 나섰다. 그러면서 2020년 코로나10 펜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PC와 노트북, 모바일 기기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반도체 품귀 현상을 만들어 SK하이닉스에 엄청난 호재가 됐다. 물론 2022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불황에 처분 자산도 부족할 지경이었지만, 오픈AI의 챗GPT의 등장에서 시작한 AI 열풍으로 전 세계는 HBM 확보에 나섰다. ‘운도 노력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은 최태원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 회장은 그렇게 운이 따라주는 와중에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키우기 위해, 고객사뿐 아니라, 정부와 회사 임직원들, 협력사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최태원 회장의 인터뷰 중에서 그는 “하루 10억씩 벌어 연간 3650억 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라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꿈을 소개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이뤄나가면 언젠가는 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저는 그 꿈을 이뤄드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오너가 배우려는 회사, 자기 사업에 박식한 회사, 결단은 명확하되 책임을 지려는 회사, 전문가를 높은 자리에 앉힌 회사, 운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꿈은 있되 쉽게 만족하지 않는 회사. 책을 읽고 경영인 최태원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향후 AI 슈퍼 싸이클에 이은 또 다른 혁신 기술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는 동시에 다른 어떤 회사보다 더 돋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26-03-25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