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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닥터 신드롬'? 소아정신과학회 홍보이사 서천석씨의 실언

의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는 실언. 해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서천석 소아정신과학회(정식명칭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아동 정신건강 상담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다. 이런 서 이사가 지난 10월 20일 트위터를 통해 다운증후군 자녀의 피부질환 문제로 피부 클리닉을 출입했다는 나경원 후보의 해명을 거짓으로 단정하고 공박한 일이 소셜네트워크계는 물론 주요 인터넷 언론에도 알려져 큰 파장이 일었다.

서이사는 앞서 “아, 이건 아닌데...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많이 만나지만 청소년기에 항노화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아마도 인터넷 검색하다보니 다운증후군의 조기노화 이야기가 나왔겠지. 그러나 그것은 성인 다운증후군 이야기. 급하니 잘못 갖다 붙였다”라는 내용의 견해를 트위터에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서이사의 이런 소신은 의학적으로도, '전문직 종사자의 윤리(professional ethics)’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는게 기자가 접촉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소아청소년 다운증후군 환자는 피부노화 문제가 없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운증후군(Down Syndrom) 환자의 피부질환 문제는 서이사의 견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의학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일단 다운증후군 환자는 심장질환, 신경질환, 청력상실을 비롯 다양한 질환에 상시 노출되어 있으며, 피부질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더구나 다운증후군 환자의 태반이 조기노화에 시달리며 평균수명도 짧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평균수명은, 1983년까지는 25세였으며 1997년까지도 47세에 불과했고 현재도 여전히 일반인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가톨릭의대 소아과학교실 이원배 교수의 논문 ‘다운증후군’에 따르면, 약 87%의 다운증후군 환아에서 피부질환이 발견된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학교 재활의학과 문정림 교수의 논문 ‘다운증후군의 시기별 의학적 검진 지침’에서는 다운증후군 환자는 사춘기 및 성인기(13세부터 21세 혹은 그 이상)에 걸쳐 매우 건조한 피부와 다른 피부들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비록 다운증후군 환자의 피부질환에 관한 논문은 그리 많지 않지만, 관련 공신력있는 해외 임상 논문들도 앞서의 논문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서천석 이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문제와 관련, 열아홉살 다운증후군 환자는 피부 조기노화 문제가 없어 치료치않는다는 의학적 근거를 도대체 어디서 확보했는지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해당 문제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이나 논문을 통한 지식으로 볼 때, 서 이사의 트윗 내용은 실제 의학적 지식과 다르며 서 이사는 이러한 의학적 지식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연 하며 자신의 주장에 부당한 권위를 부여한 셈이다.

서이사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단정적 주장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큰 파장을 낳은 자신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서도 “아는 사실만 말했을뿐이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게 아니라 명백한 판단도 있고 이에 대한 근거도 있지만 이슈의 중심에 설 의향은 없다”고만 밝히고 있을뿐이다.

서이사의 발언은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

한편, 서이사의 이번 발언의 문제는 다운증후군 환자의 피부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떠나 아주 기본적인 의사로서의 윤리를 내팽겨친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나후보측 해명의 진실이 무엇이건, 의사가 자신이 직접 진찰해 본 적도 없는 특정 환자의 질환 문제와 관련, 맞다 그르다 과도하게 추측을 하고 공표하는 일이 과연 정상적인 일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정신과의사협회(American Pychiatric Association)는 ‘골드워터 규범(Goldwater rule)'이라고 하여 정신과의사가 충분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직접 진찰하지도 않은 환자의 질환과 관계된 내용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 또 설령 진찰한 환자라 하더라도 역시 함부로 병력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언하는 것을 규제하는 강력한 자체 윤리 규정을 갖고 있다. 


2007년에 제정된 우리나라의 '신경정신과 의사 윤리헌장'에도 역시 "환자나 주변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치료가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며, “치료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며, 환자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신경정신과 의사는 전문가로서의 자기개발에 힘써야 하며 평생학습과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항상 최신의 의학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가 요청하지도 않은 의학적 견해를, 그것도 본인의 전공 분야가 아닌데다 잘못된 의학적 견해를 아무런 근거제시도 없이, 또 공익목적도 불분명하게 대중에게 공표한 서이사를 겨냥하는 내용일 수 있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서이사의 이번 발언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해, “다운증후군 환자는 수명이 짧은 관계로 그들의 전반적인 질환 문제는 아무래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가장 자주 다루게 되며 또한 가장 권위를 갖고 말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다운증후군 환자의 피부질환 문제까지 나서서는 곤란하며 설령 나선다면 확실한 근거로 말할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까지만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정신과 전문의도 서이사의 이번 발언과 관련, “명백한 의료윤리 위반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로 추측을 해도 큰 문제인데, 다른 분야로 어떻게 저런 무모한 추측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서이사가 평소 자신이 직접 면담해보지도 않은 아동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트위터로 상담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아슬아슬하게 생각해왔지만 결국 사단이 난 것 같다”고 밝혔다.

서이사는 트위터를 통해서는 아동 정신건강 상담을 주로 해준다고 하나, 실제로는 박원순 후보 지지성 트윗 역시 남발하고 있음은 물론, 북한 문제와 체벌 문제 등 각종 시사 이슈와 관련 자신의 당파성 역시도 트윗을 통해 빈번히 드러내고 있다. 서이사는 과거 '한겨레'에서도 수년간 의학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계속 아동 정신건강 상담을 해오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사이언티스트로서, 좌파냐 우파냐를 떠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가장 명예로운 전문직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번 서이사의 실언에 대해 책임을 제대로 묻지않았을시에는 특정 보건의료 직종의 권위 실추마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폴리페서 신드롬’, '폴리테이너 신드롬'에 이어 ‘폴리닥터 신드롬’까지 낳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사회적 파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정신과의사들의 당파성과 ‘골드워터 규범’

‘골드워터 규범’은 미국정신과의사협회의 윤리규정으로, 정신과의사가 자신이 진찰하거나 또는 직접 진찰해보지도 않은 환자의 질환과 관계된 견해을 언론에 함부로 공표하는 것은 명백히 비윤리적임을 선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골드워터 규범’의 제정은 미국 정신의학사의 매우 뼈아픈 순간에 기인하고 있다. 1964년, '팩트(Fact)'라는 이름의 한 잡지는, 당시 보수파 공화당 상원의원인 배리 골드워터가 과연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정신과의사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잡지의 설문에 응한 천명 이상의 정신과의사들의 견해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당시 미국 정신의학계 특유의 당파성 때문으로 짐작할뿐이지만, 이들은 진단대상의 병력기록을 들춰본다든지 인터뷰조차 해보지 않고서 “미성숙(immature)”, “충동적(impulsive)”, “과대망상적(megalomanic)”, “편집증이 있는(paranoid)”, “자기 도취성향(narcissistic)”이라고 마음대로 진단했다. 심지어 아무 근거도 없이 골드워터가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라고 당당하게 진단을 내린 의사마저 있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의료윤리 위반행위여서 설문에 응한 정신과의사들에 대해 엄청난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고, 미국의사협회와 미국정신과의사협회도 결국 해당 의사들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후 미국정신과의사협회는 따로이 ‘골드워터 규범’을 만들어 협회회원들이 일반 환자는 물론 공인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반윤리적인 정신의학적 진단은 자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움으로써, 실추되었던 권위를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당파적 정신과 전문의로 알려진 정혜신씨의 ‘스턴트’ 문제가 정신의학계에서 자주 회자, 지적되고 있다. 정혜신씨는 수년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악의적 정신분석을 시도해 출판까지 감행한 일, 또 최근에는 개그맨 김제동씨와의 상담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공표한 의혹과 관련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혜신씨처럼 직접 만나서 진료하지도 않은 사람, 그것도 정치인에 대해 함부로 인격을 분석한다고 하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로서 기본적인 도덕적 자질이 결여된 것이다. 김제동씨와 관련되어서도 실제 자신의 환자는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는 했으나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서천석씨나 정혜신씨 같은 사람들 때문에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묵묵하게 과학적, 윤리적 진료에 임하고 있는 대다수 정신과의사들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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