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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그럼에도 ‘국민 알권리’가 중하다

검찰과 언론 떼놓으려는 청와대의 얄팍한 속셈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최대 피해자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였음에도 최소한의 헌법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수시로 열리던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 브리핑과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검찰 발 소스로 무장한 언론보도로 속수무책으로 난자당해 무너졌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허위로 드러난 그 당시 수많은 검찰 발표와 언론보도를 돌이켜보면 허탈할 지경이다. 하지만 반란에 가까웠던 검찰의 수사 관행과 피의사실 공표, 언론의 보도도 ‘국민 알권리’라는 명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한 우리 헌법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 그 절대명분 앞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권리는 자유로운 정보 수집에 의한 책임 있는 여론 형성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핵심과 뗄 수 없는 만큼 인권을 위한 피의사실 공표죄와 국민 알권리는 서로 상충되지만 또 반드시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 

법무부가 12월 1일부터 시행한 새 공보규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이러한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조국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향해 뻗어 올라가는 검찰수사가 새 공보규정이란 장벽에 막혀 ‘깜깜이’ 수사가 되고 있다. 검찰에 공개 경고했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3일) 브리핑에서 “어제부터 확인되지 않은 관계자발로 일부 언론에 사실 관계가 틀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단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 유감을 표현한다”고 다시 경고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백원우 특감반 수사관이 청와대 권력의 압박을 받았던 정황이 튀어나오고 또 언론보도가 계속되면서 사정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새 공보규정을 근거로 검찰의 입을 아예 틀어막겠다는 의도처럼 느껴진다. 



검찰과 언론의 견제기능 무력화는 반민주다

어찌됐든 검찰이 입을 다물면 언론보도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검찰이 수사를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권력을 남용하는지는 언론 취재를 통해 대개 직간접적으로 견제되기 마련인데, 그 얘긴 언론이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와도 같다. 실제로 규정을 시행한 이후 검사들은 언론사 기자들 전화도 받지 않고 피해 다니기 바쁘다고 한다. 그나마 검찰이 수사 내용을 공개하려면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놨는데, 이건 타이밍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뒷북칠 우려가 높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국민 알권리 보호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애초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개 사회 권력층 부정부패 비리 의혹 사건이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권을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조국 일가에서 보듯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인권 보호를 핑계로 부패한 권력층과 사회지도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용으로 오용, 악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알기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은 피의사실공표죄를 굳이 입법화하지 않았다.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와 그것을 보호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검찰에 대한 권력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데 언론의 검찰 견제 기능이 떨어진다면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청와대 하명 수사 등 국기문란 사건의 범인이 아닌지 의심받는 문재인 정권 법무부의 새 공보규정은 이미 의미가 퇴색할 대로 퇴색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검찰을 압박하고 별 근거도 없이 언론보도를 자꾸 문제 삼는 것은 청와대의 진짜 관심이 ‘인권 보호’가 아니라 국민이 진실을 모르도록 감추려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미국 언론단체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가 발표한 성명을 소개한다. 이 단체의 성향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언론의 판단과 잘못된 보도행태의 문제를 떠나 미국 언론계의 관행과 가치관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 배심원은 기자들을 보호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기자들에게 의존하는 의회도 기자들을 보호한다. 유출된 기밀정보를 보도한 기자들을 겨냥한 기소를 배척함으로써 자유 언론의 역할을 수십 년간 존중해온 법무부도 기자들을 보호한다. 국가 사회의 심부름꾼(공무원)들은 오늘날 미국에 닥친 법치 위기를 대중이 확실히 알도록 하려고 매일매일 기자들에게 연락하려고 한다. 대통령은 언론을 협박하는 게 아니라 언론에 영감을 불어넣는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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