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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되는 공중급유기 도입, 국군 전력 약화 부추기나

기종 선정 늦어져.. 예산 문제?

80년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로봇 애니메이션 ‘메칸더V’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메칸더V 전투 준비가 완료되면 지구 주위에 떠있는 적의 공격정기위성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지구상의 모든 원자력 장치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목표물을 추적하려 발사되는 미사일이기에, 메칸더V 또한 목표가 된다. 그렇기에 메칸더V로서는 미사일이 도착하는 3분 이내에 적을 쓰러뜨린 후에 엔진을 정지시켜야 한다. 적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간제한까지 있다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만화에서나 볼 법 했던 이런 스트레스를 대한민국 공군이 겪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세계 정상급의 4세대 전투기이며 한국 공군의 주력인 F-15K가 이어도에서 고작 20분 밖에 전투를 벌일 수 없다면 믿어지겠는가? 유감스럽게도 이건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한국 공군의 전투력 향상에 있어서 필수적인 공중급유기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어, 군 관계자들 뿐 아니라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원래 공중급유기 사업은 지난 2014년까지 기종 선정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재정적자 등으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4대를 도입하는 시점도 당초 2017∼2019년에서 2018∼2019년으로 1년 늦춰졌다.

특히 최근 방위사업청은 최근 공중급유기 사업에 입찰한 해외업체들에 ‘예산이 부족해 사업 초기에 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없으니 부족한 부분은 우선 자체 해결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합 중인 미국 보잉(KC-46A),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기종은 MMTT), 유럽 에어버스D&S(A330 MRTT) 모두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예산 부족에 따른 사업 지연을 이유로 업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차-포 떼고 싸우는 한국 공군

이는 공군의 전투력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불길한 징조다.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는 4세대 전투기들 중에서 작전시간 및 반경이 긴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급유기 없이 한반도 전역의 영공을 보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F-15K의 경우 324㎞ 떨어진 독도에서 30분, 527㎞ 떨어진 이어도에서 20분밖에 작전을 할 수 없다. KF-16은 5~10분 정도다. 육상기지에서 이어도까지 오가는데 적지 않은 연료가 소모되고, 특히 작전을 위해 급속 기동 등을 하다보면 기름이 많이 소요된다.

KF-16은 한술 더 떠서, 외부 연료탱크와 합동직격탄(JDAM)을 두 개씩 달면 연료 소모량이 급격히 증가해 작전 반경이 370㎞ 남짓에 불과하다. 충주나 서산기지에서 출격하면 평양~원산선 남쪽 표적을 두 개 정도밖에 공격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공중급유기 4대를 보유하고 있어 24시간 작전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주력 전투기인 J-10 등이 항속거리는 짧지만 공중급유기의 도움으로 오랜 시간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특히 이어도를 노리는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분이라는 제한시간은 치명적 약점일 수밖에 없다. 한국 공군으로서는 차와 포를 떼고서 장기를 두는 셈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이 지연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공군의 20년 숙원 사업이지만 다른 무기 도입으로 인해 뒷전으로 밀리며 번번히 사업 추진이 보류돼 왔다. 벌써 22년 전인 1993년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된 이후 예산 부족으로 무려 11차례나 좌절된 끝에 2013년 8월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2017~2019년 4대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특히 올해부터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전력증강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의 전력증강 순위 검토에서 차기전투기(FX)와 한국형전투기(KFX), KF-16 성능 개량 등 예산 덩치가 큰 공군 사업들이 몰리는 바람에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현직 공군 조종사들은 전투기 추가 도입보다도 공중급유기의 도입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중국과 일본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어도나 독도 등에서 이들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는 F-15K와 KF-16으로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공중급유기 도입하면 작전반경 뿐 아니라 무장탑재량도 증가

공중급유기의 더 큰 매력은, 작전반경 뿐 아니라 무장탑재량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F-15K의 경우 외부 연료탱크 대신 무장을 탑재하면 합동직격탄을 7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연료탱크 대신 무장을 장착하면 임무시간과 작전반경이 1.5배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공군의 분석이다.

현재 공중급유기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 30여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방어하는데 무슨 공중급유기까지 필요하냐고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다. 한국보다 국토가 좁은 네덜란드, 싱가포르조차도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국지전이 발생하더라도 적의 도발 원점에 보복 공격을 해야 할 경우가 반드시 생기고, 이를 위해서는 긴 항속거리를 보장하는 공중급유기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4월 말까지 가격 협상과 입찰을 끝내고 종합평가를 거쳐 6월에는 기종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인 미국 보잉사의 공중급유기는 임무와 따라 화물과 인원 배치가 가능하며, 전투기 2대에 동시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와의 호환성 또한 강점으로 손꼽힌다.

이미 공군은 공중급유기의 위력을 체험한 바 있다. 항속거리가 짧은 KF-16D 전투기 6대는 지난해 9월 29일 새벽 2시40분 서산기지를 이륙해 미 공군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알래스카주의 아일슨 공군기지(Eielson Air Force Base)에 우리 시간으로 12시24분 착륙했다. 논스톱 비행이었으며, 이를 위해 미 공군 공중급유기 KC-135 3대가 11차례에 걸쳐 공중급유를 지원한 바 있다.

이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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