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6월 11일 정부에 ‘메르스 확진환자 격리치료 병원에 한의의료진 배치 및 한의약 치료 병행’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의협은 지난 3일 “WHO는 보고서를 통해 사스 치료에 있어 양방 단독치료보다는 한·양방 병행치료가 효과가 좋았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보건 비상관리상황에 한 · 양방 치료를 함께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WHO의 권고를 따라 국가 내에서 한, 양방을 가리지 않고 운용 가능한 모든 의료자원을 동원하여 시급히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라고 발표했다가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한의협이 언급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는 2004년에 발간된 “사스 :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병행치료에 대한 임상시험(SARS: Clinical Trials on Treatment Using a Combina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Western Medicine)”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이 보고서의 발간 목적에 대해서 요약문(abstract)은 사스에 대한 대체의학 치료 경험과 연구를 공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대체의학 연구의 질을 높이자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이 강조되어 있다.
“이 문건은 중국 정부에 의해 선택된 몇몇 임상 연구들을 보고하기 위함이며 세계의 전문가 회의에서 이 연구들에 대한 검토를 기록할 목적임이 필히 강조되어야 한다. 오직 각국의 보건당국만이 어떤 치료법이 권고될만한지 결정내릴 수 있다.”
“It must be emphasized that the purpose of this document is to report on some clinical studies on treatment and prevention selected by the Chinese government, and to record the review of these studies by an international meeting of experts. Only national health authorities have the right to determine what treatment for SARS can be recommended.”
한의협이 말한 보고서는 한의협의 주장과는 달리 병행치료가 효과적이었다고 권고한 것이 아니다. 연구의 질이 낮고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소개를 해주고, 질적으로 향상된 연구를 하라는 의미다.
한의협 같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까봐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의 목적이 한의학(중의학) 치료 권고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제출한 연구들을 보고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강하게 강조했던 것이다. 한의학 치료 효과가 확인이 됐다거나 협진을 권고한다는 말은 없다.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이 발표한 연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산 한의학 연구의 신뢰성 문제는 이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1998년 영국의 과학자들은 대체의학 연구에 대해 국가별로 편향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침술 또는 대체의학의 효과를 테스트한 임상시험 논문들을 분석했다. 서양에서 발표된 침술 연구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절반 남짓이었는데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모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중국은 무조건 한의학이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만 발표하는 곳이라는 의미다.(Do certain countries produce only positive results? A systematic review of controlled trials)
한의협이 1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사스 유행 때 중국은 한의학 활용으로 치료를 성공하고 홍콩은 실패했다는 주장이 추가됐다. 중국의 사망률은 6.6%였고 홍콩은 사망률이 17.1%로 높았는데, 중국은 한의학 치료를 활용했고 홍콩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의 사망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숫자만 놓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한의사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세계적으로 홍콩의 사스 환자 수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고, 사망률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홍콩의 사스 확산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병원 내 확산이 심했다는 보고가 있다. 1755명의 환자 중 무려 386명이 의료진이었을 정도로 병원 내 전염이 심각했다. (The SARS epidemic in Hong Kong: what lessons have we learned?)
따라서 다른 나라에 비해 사스 감염자 중 건강이 이미 나빠 입원해 있었던 환자들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치사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해석하는 편이 적절하다. 홍콩의 의료진 386명 중에서는 한의학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단 2%인 8명이 사망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의학 치료를 한 중국의 사망률에 1/3에도 못 미친다.
홍콩과는 달리 중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심각했다. 2013년 4월 27일 3천 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극장, PC방, 나이트클럽 등 레저와 유흥 시설을 모두 폐쇄시키고, 결혼식에 하객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혼인 신고 접수도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어야 할 지경이었다(SARS REFERENCE : Time Line).
2012년 코크란 리뷰에 발표된 사스에 대한 한약 병행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은 "한약 병행치료는 사망 확률을 낮추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보였다. (Chinese herbs combined with Western medicine for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한의협은 전 국민이 불안해하는 시국을 이용해 거짓말까지 해가며 한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의협의 반복적인 거짓말은 결국 한의사에 대한 불신만 증가시켜 그 대가는 결국 한의사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 글쓴이인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수석이사는 생명과학자로서 인플루엔자 연구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의사협회가 공식 입장으로써 거짓말을 했던 사례들 :
- 로펌 자료 조작 : 한의사 의료기기, 법률자문 공방 점입가경 (헬스포커스)
- IMS판결문 조작 : IMS 재격돌…의사, 한의사 중 누가 거짓말하고 있나 (메디컬타임즈)
- 영문명칭 소송 결과 조작 : 한방특위 "한의협 사실 왜곡 상습적…이해 안된다" (메디컬타임즈)
- WHO 세계침술 표준 관련 거짓말 : 한국 침술 국제표준 됐다? 한의협 묵묵부답 (코메디닷컴)
- IMS 관련 WHO 견해 조작 : WHO, "IMS를 '한방의료'라고 한 적 없다" 파문 (닥터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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