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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단상- 언론장악금지법인가, 노영방송도입법인가?(2)

<편집자 주>


국회 야당이 강력히 추진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 유의선 이사가 반박 의견을 냈다.


유의선 이사는 본인의 소신이 왜곡 폄하될 우려가 있지만법안의 문제점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취지를 밝히고, ‘방송법 개정안으로는 야당과 언론노조(민주노총 산하등이 주장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이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도리어이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의선 이사 의견이 담긴 원고 내용은 편집 없이 2회에 나눠 게재한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단상- 언론장악금지법인가, 노영방송도입법인가?



9. 그러한 방안 중 하나로서,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앞서 수차례 언급한 바처럼, 방송공정성은 분명 정당이 추구하는 당파성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윤리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가 될 수 있도록 이사 선임 과정을 재정비하고, 방송공정성 등이 실제로 사내에서 확보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선임된 공영방송 이사가 정치권력에 아부하고 권좌에 기웃거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사들의 정치 편향적 방송진행이나 정치집단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이유로 대선 때 소위 캠프에 가입하여 활동하신 분들은 공영방송 이사 지원의 결격요건이 되었다). 


이사회의 정치권력 종속화 논쟁을 종식시키는데 필요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이 기회에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한 예로, KBS나 MBC 공영방송 이사회의 권한을 ‘공익적 영역 범위 내’로 대폭 줄이고 이사들이 사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종의 명예직으로 스스로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살려 공영방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착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의 지나친 권한도 ‘필요하다면’ 일정 부분 축소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공익적 보도이거나 비윤리적 프로그램, 반사회적 영업 행위 등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이사회에서 간섭하고 조율하는 관리 감독기구로서 기능해야지, 정파적 목적으로 방송사의 임원진을 과도하게 뒤흔드는 모습은 지양되어야 한다. 


공익적 공영방송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장 임면은 물론 공영방송 이사회의 중요 기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회사 내의 거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것은 이사회 역량도 되지 않을 뿐더러 언론사의 자율적 판단을 옥죄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공익적인 영역을 기획하고 집행 관리하는데 그 역할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개인적 소견이긴 하지만’ 공직자 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정신을 준용하여, 공영방송 이사가 일정 임기동안 자기 소신대로 전문성과 윤리성,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공영방송 관리 감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되, 임기 종료 후 일정 기간 국회나 행정부 등 정치권력에서 임명하는 관련 직종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치들이 마련되면 공영방송 이사회와 정치권력 간의 연결고리는 항간의 오해와 달리 상당부분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10. 그러나 실제적으로 방송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회사 내 진정한 저널리즘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이성과 합리성에 기초한 언론 윤리나 저널리즘 기본 원칙이 자연스럽게 회사 내에 정착되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타인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존중하면서 합리적 이성으로 시시비리를 가릴 수 있는 분위기가 사내에 조성되어야 한다. 극단적 사고나 주장에는 자유롭게 비판하고 저항하는 숙의 문화가 회사 내에 건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저널리즘 원칙이란 말은 전혀 여기에 대해 교육을 받지 않는, 그러나 자신만의 생각이 절대선이라고 믿는 어느 선동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다.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이 방송공정성을 강변하는 것도 사리에 맞아 보이지 않는다.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저널리즘의 진정한 가치란,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심층성 등을 증진하는 일이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듯이, 신속 보도라는 명분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나 허위왜곡보도, 결론을 미리 예단하고 방향을 맞추어 가는 기획보도 등은 분명 정통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들은 절대 대중과 함께 흥분하고 소리를 같이 지르면 안 된다. 항상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정통 저널리즘은 근거 없는 단순 의혹제기 보다는 법리와 상식에 기초한 그 무엇이어야 한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안을 직시하고 비판할 것은 과감히 비판하되, 취재나 보도 시 관행상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곧바로 시인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올바른 저널리스트들의 자세이다. 


언론권력이 만에 하나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권력의 한 축이 되어 버리면 이미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논쟁적 사안에 대해서는 심층적 분석과 균형적 해석을 제공하여, 사회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당위론이 교과서에나 가능할 뿐 현실 세계에선 다소 공허한 얘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정한 저널리즘 가치 실현을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11. 우선 데스크와 방송제작실무자 간 권리와 책임에 대한 재인식이다. 데스크는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할 소신과 의무감을 지닌 자가 수행하는 자리여야 한다. 기자, 시사제작 PD와 같은 방송실무자는 ‘나름대로의 상식과 역량으로’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되 BBC 제작가이드라인(BBC Editorial Guideline)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방송의 진실성·공정성·심층성 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데스크나 방송제작실무자 공히 방송전파라는 것이 절대 한 개인이나 집단의 사상·주장을 싣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데스크는 저널리즘 기본 원칙하에 보도나 시사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양적·질적 판단을 하고 판단 착오 시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 책임도 져야 하는 위치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데스크와 방송제작 실무자 간 논쟁적 사안에 대한 해석이나 관점이 다르고 ‘한 쪽에서 이에 대한 합리적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상급자(조직 구성상 직속 상급자, ‘필요시’ 관련 국장, 본부장, 심지어 사장과 같은 최종 결정자)에게 알려 그 판단을 의뢰하는 제도(판단의뢰제, referral system)가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 체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모두 디지털 파일로 단계별 숙의 과정 및 결론이 저장되어 보관되고, 필요시 공개되어야 한다. 


사실 영국의 BBC, 독일의 ZDF, 오스트리아의 ORF와 같은 주요 선진국 공영방송사들은 거의 대부분의 논쟁 사안이 데스크와 실무자간 큰 마찰 없이 제작되고 방송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모두가 정상적인 저널리즘 관점에서 판단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만약 데스크와 제작실무자 간 의견이 대립할 경우에는 투명한 절차를 담보하는 ‘판단의뢰제’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거나, 필요시 법원이나 대체적분쟁해결제(ADR)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처럼 일반노조가 방송공정성 협의의 한 축이 되어있는 나라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의 대표적 미디어 노조인 BECTU 관계자도 방송사업자의 편집권은 방송사업자가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노조는 경영진의 고유 권리인 편집권에 대해 필요시 의견 제시를 할 뿐 노조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일반 법리에 따라 상식적인 저널리즘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일반노조의 역할은 분명 노조원의 지위 등 근무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와는 다소 정치환경적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우리 공영방송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한 예로 앞서 언급한 투명성이 담보된 판단의뢰제를 충분히 활용하되, 갈등 미해결 시 (노조 구성원들의 규범적 근로조건 개선 등에 집중해야 할 일반노조가 아닌) 기자나 시사영역PD 대표가 데스크나 경영진과 갈등 사안에 대해 논의하여 적정 해결책을 모색하고, 부득이한 경우 해당 사안을 여론화하거나 우리 실정에 맞는 ADR, 법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필요하다면, 회사규정이나 사규 등을 재조정하여 부당한 지시나 압력에는 방송제작자가 합리적 방법으로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성문화 하고 (부당한 지시 여부는 저널리즘 상식이나 관련 사규, 윤리규정 등에 의해 판단된다) 부당한 지시가 만약 존재했다면 이로 인해 제작실무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되, 노조의 부정한 권력남용이나 방송실무제작자의 정상적인 지시 불이행 등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내 시스템이 정치하게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12. 정리하면, 방송공정성 원칙은 저널리스트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하나의 규범과 같다. 방송공정성은 저널리즘 상식과 법이론대로 접근해야지, 정치역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 정치현실을 냉정히 직시해 볼 때, 정당이라는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이사진 ‘전원’을 구성함은 방송공정성 확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정치 예속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 현실에서 ‘전문성과 윤리성,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영방송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는 한’ 사장 선임 관련 특별다수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과 역할에 대해 장기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한 인식 제고도 필요해 보인다. 


노조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노조구성원 복지를 위한 규범적 근무조건 개선에 집중하고, 스스로 정파적 성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특정 정치세력과 연합하고자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저널리즘 원칙과 기본에 기초하여 언론표현의 자유와 책임 관점에서 자신들(언론 영역의 기자나 PD)의 주장을 펼치고 활동해야 한다. 


실체가 모호한 구호성 시위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가지고 시정할 것이 있다면 시정 또는 시정요구 해야 할 것이다. 경영진이든 방송제작실무자든 실체와 법적 (처벌) 근거가 분명한 오류에 대해 시정을 거부한다면 이는 정당하지 못한 행위가 될 것이다. 


경영진 역시 회사 내 방송공정성과 관련된 갈등이 과도하게 야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법리에 맞지 않는다. 언론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관점에서도, 언론과 관련된 기자나 시사보도PD 대표군이 아닌 (기술직, 경영직 등 다양한 직종이 포함된) 일반 노조가 사측과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여 방송공정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론 형성과 관련된 언론 취재나 편집, 보도 등에 상당부분 관여한 방송실무제작자만이 언론표현 자유의 보호 영역 내에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헌법상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는 일반인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와 달리, 방송을 도구로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전파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기자나 시사보도 PD가 저널리즘 원칙과 개인 양심에 반하여 특정 방향의 취재나 보도를 강요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정상적인 업무 지시에 대한 불이행은 다른 문제이다. 


불행히도 현재 야3당에 의해 제안된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논의한 실질적 치유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공영방송을 국회라는 정치권력에 예속시키고 정파성이 강한 언론노조의 권력을 지나치게 확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것이 어느 집단이든 권력 쟁취나 확장의 목적으로 제정된 법은, 어떠한 당위론적 논리로 포장되었든 간에,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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