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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WSJ 기고문 “INF 조약을 파기해야 미국과 동맹국이 산다“

“INF 조약 가입국 확대의 비현실성을 생각해본다면 미국은 결국 조약 파기 후, 중거리 핵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 금지 및 폐기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agreement, 이하 INF 조약으로 지칭)’ 파기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배후에 바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는 것이 워싱턴 조야의 정설이다. 

오바마 정권은 지난 2011년 ‘핵 없는 세상(nuclear weapons-free world)’의 기치를 내걸면서 러시아와 핵군축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재야에서 오마바 정권 핵군축 정책의 허구성을 가장 앞장서 까밝히고 나왔던 인사가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선임연구원이었던 존 볼턴이었다. 이참에 존 볼턴이 이미 그때부터 INF 조약의 문제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던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존 볼턴은 결국 7년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킨 것이 되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15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냉절 시절 체결한 조약이 지금 미국에게는 독약으로 돌아왔다(A Cold War Missile Treaty That's Doing Us Harm)’ 제하로 존 볼턴과 폴라 디셔터(Paula A. DeSutter)의 공동 기고 칼럼을 게재했었다.



“국가 간의 조약이라는 것은 마치 장미와 소녀 같아서, 때가 되면 금세 시들어 버린다(Treaties, you see, are like girls and roses: They last while they last)” 존 볼턴은 이 칼럼 서두에서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인용하면서 “드골의 말은 바로 ‘INF 조약’을 두고 했던 말일 것”이라며 INF 조약 파기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존 볼턴은 “1988년에 미국과 소련은 INF 조약을 맺었지만 이 조약은 (30여년이 지나면서) ‘그 효용성을 다해버렸다(far outlived its usefulness)’”며 “유일한 해법은 ‘조약 파기(thrown out)’ 혹은 ‘확대 개편(changed)’ 양자택일이다”라고 강조했다.

INF 조약은 소련 붕괴 시점을 전후하여 체결된 중거리 핵미사일과 관련한 조약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사거리 500km에서 5,500km인 중거리 지상 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의 개발을 제한했다. 또한 미-소 양국은 조약에 제시된 최종 기한인 1991년까지 총 2,500여발이 넘는 중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했다. 

존 볼턴은 “INF 조약 체제는 광범위한 검증과 규제로 구성되어 있다”며 “간혹 소련이 조약을 불이행하는 사태도 발생했지만 총체적으로 INF 조약은 성공적으로 집행 관리되어 왔다”고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INF 조약은 몇 안 되는 성공적인 군축 협정으로서 시행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검증 체제와 강제력을 두루 갖췄다. 이 조약은 또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유럽 동맹국에 대한 핵 방위 공약을 입증하는 결기를 보여준 조약이기도 하다. INF 조약은 여타 다른 미-소 군축 조약과 달리 직접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소련의 핵위협을 제거했다”


이렇게 존 볼턴은 INF 조약이 나름의 성공을 거뒀던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20세기까지의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INF 조약이 냉전 시절에는 전략적 효용성을 충분히 발휘했지만 현재는 역사의 유물로 전락했다”며 “그 이유는 체결 당사국인 미국과 소련이 INF 조약 체제에 속박되어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해서 새로운 전략적 위협 국가로 부상한 중공, 이란 그리고 북한이 INF 조약의 규제 밖에서 자유롭게 중거리 핵전력을 꾸준히 증강시켜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은 러시아가 종종 국제적인 분쟁을 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INF 조약 준수 하나만 놓고 보면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나름 모종의 일치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1991년 냉전 종식 이후에 전략적 환경이 바뀐 점을 강조하며 아래와 같이 중공발 위협을 적시했다.

“중공에서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전력 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공이 남중국해에서 패권 확대를 노리고 있는 시점에 중공의 전력 강화는 대만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뿐만 아니라 서태평양의 미군 주둔부대와 해상 전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을 포함하여 핵 개발을 추진하는 불량국가들이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체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이런 국가들 역시 INF 조약의 잠재적 제재 대상국이어야 한다”면서 “(중거리 핵미사일 사정권에 벗어나 있는) 미 본토는 일단 안전할 수 있더라도, (사정권에 들어있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해외 주둔 미군에게는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중거리 핵전력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INF 조약 가입국을 확대하여 모든 당사자들이 이 조약에 따르도록 만들든지, 아니면 아예 조약을 전면 파기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억지력을 재구축해야 한다(To reduce the threat from INF-range missiles, we must either expand the INF Treaty's membership or abrogate it entirely so that we can rebuild our own deterrent capabilities)”


하지만 존 볼턴은 오바마 행정부가 선호할 만한 INF 조약 가입국 확대 방안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다음과 같은 논거를 제시했다.

첫째, INF 조약국 확대안의 최대 맹점은 중공, 이란, 북한이 이 조약에 조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조약을 맺기 위한 지리멸렬한 긴 협상 과정에서 워싱턴과 모스크바만이 중거리 핵전력 개발에 손이 묶이는 형국이 재현될 것이며 이 시기를 틈타 여타 불량국가들은 핵전력 완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둘째, 많은 군축 분야 전문가들도 INF 조약 가입국의 다변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축주의자들도 INF 조약 가입국 확대가 그들이 선호하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NF 조약과 같은 군축 정책이 갖는 한계점은 이미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한 대상국들만을 제재한다는 것이다. 

존 볼턴은 “오바마가 주창하는 ‘핵 없는 세상’의 연장선에서 MD(미사일 방어 체제)가 허물어지고 중거리 핵전력에 대한 미국의 ‘보복 타격(second-strike)’ 역량도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심지어 INF 조약의 제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핵전력 확대에 열을 올리는 중공과 북한, 이란의 중거리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가 있는 지금의 러시아야말로  오히려 미국보다 더 기민하게 이런 전략적 상황 변화에 반응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990년대에 소련과 서유럽의 재래식 전력 감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만약 INF 조약이 개편되지 않으면 러시아의 조약 불이행은 눈에 불보듯 뻔하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불이행 상황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미국도 조약 불이행에 나서거나 혹은 가장 최선책으로서 조약을 파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상’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적성국들의 중거리 핵전력 확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INF 조약에 대한 해법은 ‘파기 혹은 확대(Expand it or expunge it)’ 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존 볼턴은 “INF 조약 가입국 확대의 비현실성을 생각해본다면 미국은 결국 조약 파기 후, 중거리 핵전력 증강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오바마 정권의 국방 예산 자동 삭감(sequester) 조치를 빗대 “물론 투입할 국방 예산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라고 냉소적인 비판을 덧붙이며 칼럼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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