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과 안보에 관해 ‘무관용 원칙’으로 이름 높은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정보기관 수장이 직접 나서 중국 공산당의 ‘샤프 파워(Sharp Power)’를 막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샤프 파워란 중공이 막대한 차이나머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유력 정재계 인사를 매수하는 등 ‘음성적 방법’으로 대외 영향력을 높이는 위장전술을 뜻한다. 중공이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기존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나 하드파워(Hard Power)와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중공 겨냥 작심발언
신베트(Shin-Bet)는 국내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으로, 해외를 담당하는 모사드(Mossad)와 군사 정보를 담당하는 아만(Aman)과 함께 이스라엘의 3대 정보기관으로 불린다.
브라이트바트는 이스라엘 현지 ‘채널10’ 방송에 따르면 나답 아르가망(Nadav Argaman) 신베트 국장(Chief)이 텔아비브(Tel Aviv) 대학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중공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나답 아르가망 국장은 다음과 같은 우려를 피력했다.
“이스라엘 국내 전략 시설 및 대형기업 투자분야에서 중공의 영향력 확대는 매우 위험하다(Chinese influence in Israel is particularly dangerous in terms of strategic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s in larger companies)”.
구체적으로 아르가망 국장은 ▲이스라엘 주요기업에 대한 중공의 전략적 인수합병 ▲텔아비브 경전철(Tel Aviv light Rail)과 하이파 항만 개발(Haifa port Development)에 대한 중공의 사업참여 제안 등을 거론했다.
중국이 침 삼키는 지중해의 요충지 ‘하이파항구’
아르가망 국장의 발언은 특히 하이파 항구에 대한 중공의 인수 시도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파 항구는 미 해군 6함대의 주요 정박지이기도 하다. 중공이 이 항구를 2021년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달 미국은 “중공 인수가 확실시 될 경우 하이파 항만에서 이뤄지는 미-이스라엘 해군 훈련을 포기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이스라엘 당국에 전하기도 했다.
아르가망 국장은 이스라엘의 입법부인 크네셋(Knesset)을 질타(called on)하면서 해외 투자 감시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현재 외국인 투자에 관한 이스라엘 국내법은 안보적 요구에서 한 참 뒤떨어져 있으며, 이는 (국가안보에) 위험한 상황이다. 입법 개정이 절실하다(Israeli law is lagging behind security needs in terms of supervision of investments by foreign countries, and this may be dangerous. Legislation is needed)”.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이러한 경계심으로 인해 최근 중공의 대 이스라엘 공작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브라이트바트는 “이스라엘 재무부가 2016년 클랄(Clal) 보험사, 2017년 피닉스(Phoenix) 보험사를 중공 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이스라엘 안보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반대에 부딪혀 좌초(overturn)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중공의 샤프파워 전략에 번번이 퇴짜
중공의 이스라엘 진출에 대한 우려 섞인 회의론은 비단 정보기관뿐만이 아니다. 브라이트바트는 “지난 2015년 이스라엘의 교통부는 중공이 대주주인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Shanghai International Port Group)’과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 유관 부처의 재심의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브라이트바트는 “(중공과 계약한 세부 조건에는) 상하이국제항만그룹이 20억 달러를 투자해 25년간 항만 운영권을 행사 한다는 조항이 적시되어 있다”며 “이는 (중공이) 소규모 하이파 항만 터미널을 이스라엘 최대 항구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또 브라이트바트는 “중공의 야심이 반영된 사업 선정지가 하필 미-이스라엘 해군이 주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이스라엘 최대 항구 도시인 ‘하이파(Haifa)’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스라엘도 화웨이 퇴출 대열에 합류할 듯
미국과 각별한 관계인 이스라엘은 전세계적인 화웨이(华为, Huawei) 제재에도 적극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중공의 전자·통신 기업으로 세계 각국에서 간첩 혐의 간부가 체포되거나 제품의 사용이 ㅈ 퇴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폴란드, 일본, 인도 등에서 화웨이를 퇴출했다.
브라이트바트는 지난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의 통신 장비 기업인 ZTE와 화웨이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라고 이스라엘 당국에 주문했다며 9일(현지 시각) 로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볼턴 보좌관이 "우리는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하는 것을 포함해 중국 정부가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자국의 통신업체를 이용하는 모든 일을 우려하고 있다"는 견해를 이스라엘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스라엘과 민감한 정보 등을 공유할 때 어떠한 ‘장애물(obstacles)’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브라이트바트는 “미국 당국이 언급한 ‘장애물’은 다름 아닌 ‘중공 통신기업 기술이용’ 및 ‘중공의 하이파 항만 인수’를 지칭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이트바트는 최근 이스라엘 당국이 세계 각국의 선거에 중공이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공의 정치 개입에 대한 우려는 비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의 정치적 견해는 아닌 것이다.
아르가망 국장은 해외 정보 당국이 올 4월 이스라엘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을 가할 수 있다며, 지난 월요일 비공개 대학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관련 전문가로서, 누가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있을 이스라엘 총선에서 해외 ○○○국가들이 100% 선거에 개입할 것이다(100 percent [redacted name of foreign country] will intervene in the upcoming elections and I know what I’m talking about, but I don’t know who will benefit)”.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수요일 “이스라엘만큼 선거 해킹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나라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중공에 대한 경계심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처럼 자유진영 국가들의 정보기관은 중공의 무차별적인 투자를 경계하고 샤프 파워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통신, 항만, 전력 등의 국가기반 시설은 물론 첨단 기업, 군사 정보, 선거 개입에 대한, 이른바 ‘차이나머니’ 경계 태세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공의 국내 투자에 대한 경각심은커녕 오히려 정부 차원의 독려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세계적인 화웨이 제재 연대에서도 우리나라만 이탈하고 있다. 우리 정보기관이 과연 주요 선거에 중공이 개입할 여지를 잘 차단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까지 중공 관계자가 국내 선거개입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