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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선 프리온 질환의 감수성에 간여하는 프리온단백 유전자의 코돈129번과 219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코돈129번 MM형이 vCJD의 위험인자로 작용하지만 코돈 219번의 EK형이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다시 vCJD로 돌아와서, 코돈129번의 MM유전형이 프리온 질환에 잘 걸리는 위험요인인지 따져보자. 우리는 이미 광우병 소에서 유래된 식품을 먹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vCJD처럼 변형프리온을 섭취해 2차적으로 발생한 질병을 경험한 바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섬에 사는 포레(Fore)족 사이에서 유행했던 지역 프리온 질환 쿠루(kuru)병이다.

서양에서 포레족이 식인종의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된 것은 제3세계인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형성된 것이다. 포레족은 죽은 부족원의 신체를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죽은 사람과 가까운 친족들을 중심으로 한 장례행사였다. 지역적 특성 탓에 단백질원이 부족한 아녀자들을 위해 발전된 문화로 해석된다.

쿠루병은 20세기 초반 죽은 사람의 신체를 먹는 풍습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죽은 사람 가운데 산발형CJD와 같은 프리온 질환 환자가 있었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행히 죽은 사람의 신체를 먹는 전통을 금지한 다음부턴 쿠루병의 유행이 사라졌다. 따라서 쿠루병 사례를 조사하면 vCJD의 특성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쿠루병 환자들의 유전형질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1957부터 1959년 사이 발생한 쿠루별 환자의 코돈129번 발현비율은 MM형 30%, MV형 44%, VV형 26%로 나타났다. 1964부터 1988년 사이에는 MM형 31%, MV형 15%, VV형 54%로 나타났는데, 쿠루병 유행이 끝난 1988부터 1993년 사이 조사한 정상 포레족 주민에서 코돈129번의 유전형 발현비율은 MM형 38%, MV형 35%, VV형 27%로 조사됐다.[1]

주목할 점은 MM형 이외에 MV형과 VV형에서도 쿠루병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쿠루병이 지속되면서 VV형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정상인 포레족 집단의 코돈129번 유전형 구성을 보면 백인 인구집단보다 MV형이 적고 대신 VV형이 많은 구조인데, 이는 쿠루병의 영향 때문이라 해석된다.

쿠루병이 MV형이나 VV형에서 압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처럼, vCJD 역시 MV형 혹은 VV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수혈을 통해 vCJD에 감염된 사례에서 MV형이 발견됐고,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vCJD 감염사례가 VV형으로 밝혀진 경우도 발견됐다.[2] vCJD가 MM형인 사람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이 발견됨에 따라 MV형 혹은 VV형인 사람으로 구성되는 vCJD의 2차 유행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잠복기가 긴 이들 환자로 인한 의인성CJD가 출현할 수 있다는 가정도 나오고 있다.

코돈129번 유전자형에 대해 그 의미를 다시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있다. [3] 프리온단백질 코돈129번의 유전자형을 달리한 유전자변형 마우스에서 vCJD에 의한 감염을 실험한 연구다. 사람의 프리온단백 유전자를 이식해 만든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이용하면 인간의 유전자형에 따른 차이를 연구할 수 있다. 이에 인간의 프리온단백질 유전형 MM형, MV형, VV형을 각각 이식한 유전자변형마우스에 vCJD 환자의 뇌를 갈아 만든 현탁액을 우측 대뇌에 접종해 600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MM형인 마우스는 17마리 가운데 11마리, MV형은 16마리 가운데 11마리, VV형은 16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프리온 질환 양성 반응이 관찰됐다.

재미있는 것은 증상이 나타난 시기가 각각 차이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MM형에서는 2마리가 400일 이전에 양성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다시 500일째 1마리, 600일째 3마리 그리고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5마리 모두 양성반응을 보였다. 시험기간 600일 이내에 다른 원인으로 폐사한 6마리는 음성이었다.

MV형은 501~600일 사이에 4마리가 양성반응을 보였고,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가운데 7마리가 양성반응을 나타냈으며, 501~600일 사이에 폐사한 3마리와 600일 이상 생존한 2마리는 음성반응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VV형은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1마리가 양성반응을 나타냈을 뿐이며, 401~500일 사이에 폐사한 1마리, 501~600일 사이 폐사한 5마리, 600일 이상 생존한 9마리는 음성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실험결과를 쿠루병 환자집단에서 볼 수 있는 코돈129번 유전자 구성자료와 연계해 해석해보면, 코돈129번에서 볼 수 있는 MM형, MV형, VV형이라는 유전적 다형성은 개체의 감수성이라기보다 프리온 질환의 특정위험물질을 섭취해 발생하는 2차성 프리온 질환에서 잠복기의 길이를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MM형이 잠복기가 가장 짧고, MV형이 중간에 해당되며, VV형은 매우 긴 잠복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의 뇌에 존재하는 프리온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리온의 일종인 CPEB은 자기증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신경말단에서 단백질합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프리온은 동물의 뇌에서‘시냅스를 강화하고 기억저장의 영속화’하는 생리학적 기능을 한다. 쉽게 정리하면 프리온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지능력이 손상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코돈129번 유전형에 따라 인지능력의 손상된 환자의 비율을 조사해봤더니 MM형이 2.5%, MV형이 2.9% 그리고 VV형이 7.0%로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쳐있는 나라 사람들의 프리온단백 유전자 빈도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사람에서는 코돈129번의 MM형이 93%이상 표현되는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의 서쪽으로 갈수록 MM형의 비율이 떨어진다. 터키의 경우 57%이며, 슬로바키아 49.5%, 핀란드 48.1%를 거쳐 덴마크 37.2%에 이르는 것이다.

코돈129번의 유전자형 가운데 MM형이 인간의 기억에 기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와 같은 우수한 형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야 했을 것이다. 특히 식인습속을 가지고 있었던 고대 인류가 프리온 질환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식인습속을 버리거나 프리온 질환이 일찍 발현하는 MM형을 견제할 수 있는 형질의 도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형질인 코돈219번의 EK형질이 도입됐을 뿐 아니라 식인습속을 버리는 것으로 MM형이 가지는 기억능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됐을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식인습속을 늦게까지 유지해온 유럽지역에서는 프리온 질환에 걸리고도 살아남기 위해 VV형이 도입되는 방향으로 진화된 것인데,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효과를 가진 코돈219번의 EK형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는 단지 잠복기를 늘리는 효과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진화라고 하겠다. 실제로 포레족에서 생존한 쿠루병 환자 가운데 VV형이 많았다는 사실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진화방식은 증상이 나타나 사망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던 과거에는 통용될 수 있었겠지만, 수술, 수혈, 검사 등을 통해 정상인 사람이 프리온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진 현대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면, 역시 유전적으로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형질을 가지거나, 일찍 증상이 나타남으로써 집단으로부터 퇴출되는 기전이 집단보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하겠다. MM형의 발현율이 높은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유리한 진화의 결과라 하겠다.


주 :

[1] Lee HS, et al. Increased susceptibility to kuru of carriers of the PRNP 129 Methione/Methionine genotype. J Infect Dis 183:192-196, 2001

[2] Ironside JW et al.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prion protein genotype analysis of positive appendix tissue samples from a retrospective prevalence study. BMJ 332:1186-1188, 2006

[3] Bishop MT et al. Predicting susceptibility and incubation time of human-to-human transmission of vCJD. Lancet Neurol. 5(5):393-39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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