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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문제가 상아탑에서 다뤄지는 실태

보직교수들과 중견교수들의 논문 표절 문제가 유독 은폐되고 있는 학계의 현실


이 글은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 인류학과 어빙 헥삼(Irving Hexham) 교수의 글 ‘How real is the problem of plagiarism?’를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어빙 헥삼 교수의 허락을 받아 번역 소개하는 것이다. 


헥삼 교수는 ‘자기표절(self-plagiarism)’과 같은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선구적으로 문제시해온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헥삼 교수는 본 글을 통해 표절 청정 국가로 알려진 북미 국가들(미국, 캐나다)조차도, 막상 표절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대학들이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추태를 준엄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글은 원작자가 홈페이지 외 특별한 게재정보는 밝히지 않고 있으며, 아래에서 사진들과 캡션들은 모두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편집한 것이다.



논문 표절 문제가 상아탑에서 다뤄지는 실태
(How real is the problem of plagiarism?)


1. 문제 The Problem

북미에서는, 언론인들의 표절이 적발됐을 시엔 이에 대한 대응이 아주 빠르며 단호한 편이다(New York Times, 05/10/2005; Washington Post, 04/21/2004 ; Toronto Star, 11/25/2004 ). 또한 대학원생이나 혹은 시간강사의 표절이 적발됐을 시에도 당사자의 해당 전공에서의 경력은 거기서 끝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표절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하는 이 땅에서도, 중견 교수들의 논문 표절이 적발된 경우는 그냥 쉬쉬하면서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New York Times 11/24/2004; Chicago Tribune, 11/21/2002). 이러한 모습들은 고등교육체계의 파국적인 실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 표절이 정말 심각한 문제인가? Is Academic Plagiarism Really A Problem?

대부분의 학자들은 ‘표절’을 심각한 연구부정행위로 여기고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일부 인사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표절이 그리 중대한 학적 비리 문제가 아님을 논하려고 시도하였다.

이들은 업무상으로 사업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메모나 다른 문건들을 베껴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주장한다. 게다가 여러 출처에서 정보를 조합하여 짜깁기 식으로 하나의 문서를 만들어내는 영리한 표절자는, 한편으로는 그 자체로 우수한 학문적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즉, 표절자는 학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처벌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지다.

이러한 생각은 일견 이치에 맞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 이런 생각은 대학의 임무와 대학 교수의 역할, 그리고 ‘상아탑에서의 집단괴롭힘(academic mobbing)’, 학문적 연구의 특성, 아울러 학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학원생의 석사논문 또는 박사논문에 대해서, 대학교의 규정은 일단 그 논문이 ‘독자성(originality)’이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독자성’이라 함은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첫 번째 뜻은, 해당 논문이 본인의 표현, 문장, 결과물 그리고 아이디어로서 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뜻은, 해당 논문에서 어떤 특정한 출처에 기초해 주장을 한 부분이 있다면, 저자 본인이 그 출처로 명시한 원문을 직접 읽었고 적절하게 인정받는 방법으로 그 원문 자료를 수집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그 특정한 출처가 타인의 2차적 저작물에서의 요약 또는 연구결과를 통해 제시된 것이 아님을 말한다. 또 달리 말하면 논문에서의 ‘독자성’이란 곧 저자가 논문에서 밝힌 출처에 대해서 수집과 연구를 손수 한다는 것이 조건이라는 것이다.

‘단행본 형태의 논문(academic monographs)’ 또는 ‘학술지용 논문(journal articles)’이건 간에 논문을 출판한다는 것은, 그 논문 내용이 저자 본인의 독자성이 있는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명확한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학술서적의 경우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저작이나 간행물과 다르게, 비록 명시된 사항은 아니나 학위논문 또는 기타 학술적 문헌과 똑같은 기준을 지킬 것이 요구된다.

상아탑이 이런 독자성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학이 누군가에게 학위를 수여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학위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달성하였으며 전공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보증한다는 의미다. 대학은 이러한 보증을 함으로써, 자기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이가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 확실한 권위를 갖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또한 학위자들이 나중에 대학교원으로 선발되는 일은, 대학이 임용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전공 분야에 대한 한 차원 높은 권위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이 된다. 유럽, 미국에서는 누군가가 강사 또는 조교수가 된 이후에 부교수 또는 정교수로 승진하는 것이 특정 분야의 권위자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학인이 ‘학적 자격증명(academic credentials)’을 취득하는 일의 사회적 결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 사회에서 누군가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는 것은, 자동으로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임용된 후 ’학적 사다리(academic ladder)‘를 타고 올라감에 따라 학인의 권위는 더더욱 높아진다.
 



이에 언론들도 시골 대학의 경제학 학사인 ’죠 블로그(Joe Blogs, 편집자주 : 우리 표현으로 ’홍길동‘과 같은 견본용 이름)’는 세계무역에 대한 전문가로 전혀 대우하지 않겠지만, 명문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죠 블로그 교수가 아웃소싱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찬성이든 반대이든 의견을 표명할 시엔 주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하게 각국 정부들도 경제학 학사 출신인 ‘죠 블로그’같은 이와 중요한 국정 문제로 상의할 일은 없겠지만, 피폐해진 뉴올리언스의 경제재건 문제로 ‘죠 블로그’ 교수같은 이의 의견은 들으려고 할 것이다.

‘죠 블로그’ 교수가 노력과 전문성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면, 그는 그의 전문적 조언을 구하는 자들에게 믿을 만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죠 블로그’ 교수가 표절자로서 학적 사기를 친 자라면, 그의 견해는 믿을 만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표절자란, 타인의 연구결과물을 제대로 탐독해낸 이가 아니고 타인의 연구결과물과 아이디어를 그저 복사해서 전달하는 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대하여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은 표절을 할 이유가 없으며 그럴 동기 또한 전혀 없다. 즉, 표절자는 그저 타인의 권위에 의존하며 전문가를 참칭하는 ‘세련된 앵무새(a sophisticated parrot)’일 뿐이다.

표절자처럼 타인의 전문적 견해를 그저 복사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 좋은 교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며, 실제도 되었던 사례들도 있기는 한 것 같다. 문제는 표절교수가 학생들에게 교육한 내용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원인은 표절자는 본인이 전문가라고 참칭하는 분야에 대해서 진짜 전문가에 비해 잘 모른다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표절자는 전공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하기 쉽다.

한편, 표절자는 임용이 되는 순간 최대한 빨리 해당 대학의 학과장, 총장 등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표절 혐의를 받은 학과장, 총장이 나타난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New York Times, 3/12/2004; The Australian, 02/19/2003). 표절 교수가 학과장이나 총장과 같은 보직교수가 되고자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보직교수가 되면 ‘동료심사(peer review, 편집자주 : 전문 학술지를 다른 저작물과 구분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로,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의 성취와 결함 등의 문제를 동료 전문가들이 엄중히 평가하는 것)’를 받는 전문 학술지에 정기적으로 연구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다른 학자들에 의해 자신의 전문성이 검증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보직교수가 되면 임용 문제와 대학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쳐서 행여라도 표절자인 자신의 문제를 발견해 폭로할 이의 임용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즉, 표절은 자격이 없거나 떨어지는 사람을 전문가로서 참칭할 수 있게 하고 개인의 사익적 목적을 위해 대학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게 하여 학문적 시스템 전체를 약화시킨다.

(편집자주 : 대한민국 대표 대학인 서울대학교의 경우 2014년 8월 성낙인 법과대학 교수가 총장 선거전 당시 ‘자기표절’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총장으로 당선됐다. 서울대학교는 이전 오연천 행정대학 교수 역시 총장 선거전 ‘자기표절’ 문제가 불거졌고 논문철회 조치까지 이뤄졌음에도 총장에 당선됐으며 임기도 무사히 마쳤던 과거가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총장 선거 당시 서울대 교수들 1,900여명 전원에게 서울대 예산으로 500만원 씩 바우처(쿠폰)를 돌리겠다고 공약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3. 표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학계 The Failure Of Academics To Take Plagiarism Seriously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발생했던 표절 혐의 사건(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 November 5, 1999, p. A18-20)에서 해당 학교의 일반교수들과 보직교수들은 사안에 걸맞지 않게 대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잘못된 대응의 예로서 표절의 증거들을 검토한 후에 한 교수가 “물론 이 경우에 인용부호(”“)를 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들이 옮겨진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이 중범죄는 아니다”(op. cit p. 19)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표현의 도용인 ‘텍스트 표절’보다는 생각의 도용인 ‘아이디어 표절’을 경계해야 한다”(op. cit)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구구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 교수는 ‘아이디어 표절’이, 표현과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 ’텍스트 표절‘보다 표절임을 증명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인용부호(“”) 없이 타인의 표현을 그대로 자기 문헌에 복사해서 붙여넣는 것은 표절임을 증명하기가 간단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추상적인 생각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냥 돌고 도는 법이다. 또한 사람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을 시에도 비슷한 환경이라면 닮은 생각을 낳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생각의 도용인 ’아이디어 표절‘은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표현’과 관계된 표절은 무시하고 ‘생각(아이디어)’에 관계된 표절 문제에 집중하자는 것은, 학계에서 표절자가 계속 활개치도록 조장하는 수가 있다. 인용부호 없이 타인의 표현을 그대로 복사해서 이용하는 것과 출처를 표시하는 일을 생략하고 대충 말을 바꾸어 쓰는 방식으로 표절을 하는 것과 같은, 눈에 보이는 인용규칙 위반으로서의 표절이 제 3자가 인식하기 쉬우며 표절임을 증명하기도 쉽다.

자신들의 동료가 학적 사기꾼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떤 학자들은, 그냥 에둘러서 대충이라도 원 저자의 문헌에 대해서 논문에 언급했었다면 인용부호가 없더라도 표절 혐의를 받아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런 식의 주장은 법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타인의 문장을 차용했을 시에 설사 각주로 출처표기를 했어도 인용부호를 하지 않은 것은 표절 혐의에 대한 적절한 변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나폴리타노와 프린스턴 대학교 재단 사이의 분쟁 사건(Napolitano v. Princeton University Trustees)에서 법정의 명확한 판단이기도 했다.(Cf. Ralph D. Mawdsley, Legal Aspects of Plagiarism, Kansas, National Organization on Legal Problems of Education, 1985) 남의 표현을 자기 표현인 것처럼 사칭하는 식의 차용은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

저런 식의 주장으로 표절을 변호하는 학자들은, 자기 수하 은행 직원이 은행의 돈으로 마음대로 투자를 하고 다녔음에도 대충 원금은 돌려놓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은행 지점장과 같다. 비록 부조리한 일이 일어났지만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애매한거 아니냐는 식이다. 법원 그리고 경찰은 이런 식으로 수하 은행 직원을 변호하는 지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표절자가 저 은행 직원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4. 보직교수들과 표절 University Administrators and Plagiarism

대학들은 표절에 대해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듯 하다. 표절 혐의를 받은 자가 만약 대학원생이거나 시간강사일 경우에 그 처리는 가차 없으며 신속하다. 대학원생은 낙제점을 받고 더 이상의 과목 이수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최소 5년 동안 해당 학교에서 다른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금지된다. 시간강사라면 해고당하며 석사학위 또는 박사학위에서 표절이 발견될 시 원 학위수여기관에게 통보되며 학위도 취소된다.

그러나, 표절 혐의를 지목받은 학자가 ‘학적 사다리’를 어느 정도 타고 올라간 이후에는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 대학들은 중견 교수들에 대해서 누군가가 표절 혐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동료 교수의 표절을 발견하고 학과장이나 총장에게 제보한 이는, 불행히도 숫제 반동분자로 찍히게 되며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음을 통보받는다. 만약 그래도 표절 혐의 제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대학은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위원회를 조직해서 제보자에게 학교의 관련 기밀 엄수 규정를 강요하며 해임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까지 한다.

순진한 사람은 이 경우에도 대학 측이 자체 규정에 따라 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며 해당 문제로 나름 철저하게 대응하리라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표절자의 동료와 친구가 지명되는 것, 또 그 모든 조사에 있어서 제보자는 철저히 배제되는 것에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제보가 악의적이었던 것은 아닌 듯 하지만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이루어진 표절 혐의 제기라는 식의 판단, 문제시되는 표절은 단지 당사자의 과로에 의한 부주의라는 식의 결론을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내리는 것에 거듭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보직교수들에 대해서 표절 혐의 제기가 이뤄졌을 경우에는, 보직 교수들에 대한 변호를 돕기 위해 해당 대학의 자문 변호사들까지 동원된다는 정황증거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 결과로 보통은 중견 교수들이 저지른 표절은 단지 순간적인 판단 실수와 인용상 실수 쯤으로 치부된다. 교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을 쌓고 다른 대학으로 영전하며 보통 더 높은 직위로 승진하게 된다.

표절 제보자가 ‘상아탑에서의 집단적 괴롭힘(academic mobbing)’에 의해 피해자가 되고, 적어도 대학 내에서 직장생활이 처참하게 무너져버린다는 증거 또한 존재한다. 대학재단 관계자들과 학술지 출판사들은 그 어떤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해당 제보자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고 학자로서 자질이 없다는 식의 얘기를 전해듣게 된다. 즉, 누군가를 표절자라고 제보하는 것은 제보 당사자를 학문 세계에서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

대학의 중견 보직교수들이 논문 표절을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고, 학자와 상아탑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인 인식에 완전히 반하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대학들이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편집자주 : 대한민국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경우는 1997년 이후만 총 4명의 표절 교수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 4명은 정승화 교수, 최종고 교수, 권오승 교수, 조국 교수다(자기표절까지 치면 6명으로 성낙인 교수, 정종섭 교수가 포함된다). 이중 최종고 교수만이 표절 문제와 관계되어 사실상 권고성으로 1년간 휴직을 했을 뿐이고 4명 모두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표절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조차 않았다. 제일 최근에 표절 문제가 제기된 조국 교수는 석사논문, 전문박사논문은 물론, 학술지논문들에서도 모두 표절이 발견된 가장 심각한 경우다. 심지어 제자인 최강욱 변호사의 석사논문에서까지 대규모 표절이 발견됐다. 조국 교수는 특히 버클리대 로스쿨 측과 서울대 로스쿨 측의 공모에 의한 전문박사논문 표절 은폐 혐의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에서 누군가가 표절 교수로 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직교수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려 하고 해당 문제를 철저하게 기밀로 취급하려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대학에서 누군가가 표절로 지적받았다는 사실이 기밀로 취급되는 공식적인 이유는, 이를 공개했을 시에는 표절 혐의를 받은 교수가 표절 문제를 제기한 고발인은 물론, 대학에까지 소송을 제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얼핏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는 소송를 제기당할 위협 때문에 은행 지점장이 횡령을 일삼는 부하 직원을 경찰에 신고하지 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표절 문제에 대하여 보직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로 삼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하다.

표절 혐의가 기밀로 취급되는 다른 이유는, 장학 관련 기관들과 후원자들이 대학의 핵심 연구자가 학적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경우, 차후에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대학에서 표절 문제와 관련 문제점을 인정했을 시, 대학을 지원하는 정부는 언론과 의회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도 예산으로 대학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 장학 관련 기관들과 정부를 대상으로 학교의 실상에 대해 허위보고를 하라는 식의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5. 왜 논문 표절이 용인되는가? Why Is Plagiarism Tolerated By Academics?

대학이 논문 표절에 대하여 대응이 미온적인 이유 중 제일 그럴듯한 것은, 오랫동안 같이 근무한 학자가 학적 사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했을 시, 보직교수들을 포함하여 표절자와 관계된 다수의 학자들이 그간 직무를 똑바로 수행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보직교수들이 표절자들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은 보직교수들이 표절자들의 속임수를 이미 임용과정에서부터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학계에 입문하여 대학 정교수로 올라가기까지 그의 연구는 이론적으로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표절 논문이 걸러지지 못했다는 것은, 다수의 동료 학자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석사학위, 박사학위 지도교수들은 대학원생의 결과물이 학위 기준에 걸맞도록 하고 특히 표절 등의 학적 사기가 없도록 학생을 지도할 의무가 있다. 대개의 경우 논문 지도는 몇몇 관계 참고문헌들에 대한 조사, 그리고 학위를 청구하는 이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으로써 비교적 간단히 해결이 된다. 하지만, 누구나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한 정말 뻔한 표절조차 인지치 못하는 많은 지도교수들이 있다. 논문 지도 책임이 있는 이들이 직무를 유기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표절 논문을 승인한 지도교수에 대해서는 표절 문제로 처벌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이론적으로는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엄격한 임용과정을 피해 갈 수 없다. 졸업예정의 박사과정 학생은 본인이 고용할 가치가 있는 학인인지를 대학 임용위원회에 설득해야 한다. 임용 전에 후보자의 논문을 해당 학과에서 최소한 교수 몇명이라도 나서 검증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동시에 단순히 논문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되게 쓰여졌는지 검증하는 일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즉, 최소한 각주 몇 개라도 확인하고, 그것이 정확하며 표절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연구실적보다는 자신과의 관계 등의 이유로 후보를 고르기에 바쁜 교수들에게 너무 벅찬 일인 듯 하다.

임용 이후에 조교수는 3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친 후 종신재직권(tenure)을 신청하게 된다. 조교수 기간 동안 그의 모든 논문들이 검토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헌데 많은 표절자들이 종신재직권까지 얻었던 사례를 본다면, 관련 논문들의 검토와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명백하다.

종신재직권을 얻은 이후에도 부교수, 그리고 정교수로 승진하기 동안 또 수많은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각 검증 단계에서 승진 후보자들의 논문 실적에 대한 사항이 학과장, 인사평정위원회 그리고 총장에게 보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표절을 범했음에도 적발되는 표절자는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학과장, 인사평정위원회 그리고 총장이 실제로 승진 후보자들의 실적에 대해서 제대로 검증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 또는 연구기금을 요청하는데 필요한 논문을 검증하도록 부탁 받은 학자들 중에는, 표절이나 다른 학적 사기 행위가 있는지는 전혀 검증해보지 않고 단순히 논문을 읽고서 의견만을 표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주시해야 할 문제다. 아무래도 학계의 ‘동료심사(peer reviw)'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 몇몇 학술지 출판사들이 표절을 잡아내어 논문 게재를 거부하는 일이 있지만, 게재가 거부된 논문은 다른 출판사나 학술지에 투고되기도 한다. 표절을 제대로 잡아내는 출판사들이 애당초 적다.

논문 표절 문제는 상아탑이라는 곳이 도대체 진짜 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게 맞는 것인지, 또 교수라는 사람들이 정말 자신들이 주장하듯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맞는 것인지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논문 표절은 고등교육의 파국적 실패를 가져옴은 물론, 진정 가치 있는 연구의 권위를 실추시켜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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