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 인류학과 어빙 헥삼(Irving Hexham) 교수의 글 ‘The High Cost of Plagiarism’을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어빙 헥삼 교수의 허락을 받아 번역 소개하는 것이다.
본 글 내용 중에서 일부는 어빙 헥삼 교수의 홈페이지에도 게재된 다른 글에 실렸으며 해당 글은 번역 공개돼 있다.(논문 표절 문제가 상아탑에서 다뤄지는 실태) 해당 번역 부분은 여기에도 그대로 전재한다. 본문의 사진과 캡션은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따로 덧붙인 것이다.
(The High Cost of Plagiarism)
1. 논문 표절 문제가 치르는 높은 경제적 비용 The high cost of plagiarism
논문 표절은 학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자들에 대한 급여지급과 급여인상 등을 통해서 납세자들로부터 매년 수백만 달러를 빼앗아가는 ‘도적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규모가 크고 연방법률이 복잡해 이러한 논문 표절 문제가 치르는 경제적 비용을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북쪽 이웃나라인 캐나다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인문사회과학 분야쪽 연구기관이나 교육기관에 채용된 학자들 중에서 대략 5% 정도가 표절을 저지르고 있다고 친다면, 최소한 1억 6,250만 달러가 매년 표절자들의 연봉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헌데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실제로는 10~15% 의 교수들이, 누구든지 그들이 차용한 각주, 참고문헌만 제대로 확인해보더라도 바로 표절을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노골적인 표절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캐나다 서부에서는 조교수의 평균 연봉은 1년차가 대략 1년에 4만 5천 달러이다. 20년 후 정교수가 되면 대략 8만 달러를 받게 된다. 캐나다 중부에서는 서부와 같은 직급이 5천 달러에서 2만5천 달러 정도 더 받으며, 캐나다 동부에서는 그보다 약간 적다.
캐나다에서는 약 2만 5천 명의 교수들이 인문사회과학 관련 학술기관과 교육기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이들 중 10%가 표절자라고 가정한다면, 물론 무작위 표본조사를 해본다면 더 숫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하여간 2천 5백명이 표절이라는 학적 사기를 통해 얻은 자격을 바탕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을 6만 5천 달러라고 가정하면, 교수들의 평균 나이를 고려하면 역시 과소평가된 액수이지만, 캐나다의 납세자들은 매년 1억 6,250만 달러 만큼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사람의 교수가 재직 기간 동안 1백만 달러는 가뿐히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문제는 아주 명확해진다.
미국은 캐나다보다 훨씬 많은 교수들이 있으므로 표절이라는 도적질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미국은 캐나다 인구의 10배 정도이므로 매년 50억 달러 이상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2. 학계 내부가 치르는 표절의 숨겨진 비용 The Hidden Costs of Plagiarism within Academia
표절의 숨겨진 비용 중 우리가 가장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을 정당하게 취득한 학자가 자신이 지망했던 교수직이 이미 표절자에게 넘어가버려 결국은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경우다. 진정한 학자들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들이는 노력을 생각해본다면, 이 문제는 그 자체로 학계와 정부가 곧바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재앙이다.
표절은 또한 학적 자격미달자들을 강단에 서게 하고, 그런 학적 자격미달자들이 매년 수천 명의 학생들의 생애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게 함으로써,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린다. 표절 교수는 말하자면 실패한 학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수직에 오르는 순간 표절 교수는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을 하게 된다.
학부 단계에서는 학생은 다양한 교수들로부터 수업을 받기 때문에 표절 교수 한둘로 인한 피해는 덜할 수는 있겠지만 이도 절대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원 단계에서 표절 교수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표절 교수는 스스로 제대로된 연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구자가 양질의 학위논문을 쓰는 수고에 대한 존중감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들은 실제로 연구자로서의 능력이 아닌, 자신에게 얼마나 충성을 하느냐 같은 감정적인 것을 바탕으로 대학원생에게 평점을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그런 삐뚤어진 평가작업을 통해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뛰어난 대학원생들의 앞길을 망치고 대신에 자신을 추종하는 무능력한 대학원생들에게 출세길을 열어주게 된다.
그에 더해 이런 사이비학자들은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이권과 권력을 지킬 수 있는 직위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표절 교수들은 일단 채용된 이상, 자기 전공 분야 또는 유관 분야에서의 뛰어난 학자들의 채용을 방해하게 되고, 유능한 학생들이 그런 분야에 연구자나 교수로서 지원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버린다.
이와 유사하게, 표절 교수는 자신이 참여하는 학술지 편집위원회, 학술 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제출된 학술논문, 학술기사, 저서의 내용이 만약이라도 그들에게 위협적인 내용일 경우, 공정한 심리나 심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단 표절 교수들은 교수직을 차지하는 순간부터 자기 전공 분야나 유관 분야의 진정한 학문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표절 교수들은 기존의 다른 동료교수들보다 학적 실력으로나 학적 자신감으로나 떨어지는 학적 자격미달자들을 채용하는 데 앞장선다.
(편집자주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경우는 1997년 이후에 총 6명의 교수가 연구부정행위 문제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중에서 정승화 교수, 최종고 교수(퇴직), 권오승 교수(퇴직), 조국 교수는 '표절' 문제에, 현 정종섭 행자부 장관과 현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자기표절' 문제에 연루되었다. 이들의 연구부정행위 혐의에 대해서 서울대는 대체로 혐의 자체를 은폐하려는 행태를 노출했다. 조국 교수는 언론을 통해 학위논문 전부와 학술지 논문들 다수에서도 상습 표절 혐의가 제기된 최악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서울대는 최근 조국 교수의 석사논문에서 완곡하게 표절을 인정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 석사논문에 표절 판정!)
3. 학계 외부가 치르는 표절의 숨겨진 비용 The Hidden Costs of Plagiarism outside Academia
표절의 숨겨진 비용은 학계 내부뿐만이 아니라 학계 외부에도 있다. 표절이 치르게되는, 가장 큰 숨겨진 비용은 공공 정책 분야와 사업 분야에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 또는 사업체가 특정 분야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 학계의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부 또는 사업체가 만약 표절 교수를 채용했다면, 그의 실체는 사실 학적 사기꾼이므로 그의 자문 내용이 맞고 틀리고는 결국 운에 맡겨야만 할 것이다.
즉, 표절 교수는 고교 졸업자에 비해서 해당 분야에 대한 발언권 면에서 나을 것이 없다. 자신의 학적 자격에 대해 사기를 치는 표절 교수보다는 차라리 정직한 고교 중퇴자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표절이 경제에 얼마나 타격이 되는지 계산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사안에 있어 학적 자격미달자를 의사결정권자가 되게끔 한다는 점에서 분명하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 사회에서 누군가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는 것은, 자동으로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임용된 후 ’학적 사다리(academic ladder)‘를 타고 올라감에 따라 학인의 권위는 더더욱 높아진다.
이에 언론들도 시골 대학의 경제학 학사인 ’죠 블로그(Joe Blogs, 편집자주 : 우리 표현으로 ’홍길동‘과 같은 견본용 이름)’는 세계무역에 대한 전문가로 전혀 대우하지 않겠지만, 명문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죠 블로그 교수가 아웃소싱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찬성이든 반대이든 의견을 표명할 시엔 주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슷하게 각국 정부들도 경제학 학사 출신인 ‘죠 블로그’같은 이와 중요한 국정 문제로 상의할 일은 없겠지만, 피폐해진 뉴올리언스의 경제재건 문제로 ‘죠 블로그’ 교수같은 이의 의견은 들으려고 할 것이다.
‘죠 블로그’ 교수가 노력과 전문성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면, 그는 그의 전문적 조언을 구하는 자들에게 믿을 만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죠 블로그’ 교수가 표절자로서 학적 사기를 친 자라면, 그의 견해는 믿을 만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표절자란, 타인의 연구결과물을 제대로 탐독해낸 이가 아니고 타인의 연구결과물과 아이디어를 그저 복사해서 전달하는 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대하여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은 표절을 할 이유가 없으며 그럴 동기 또한 전혀 없다. 즉, 표절자는 그저 타인의 권위에 의존하며 전문가를 참칭하는 ‘세련된 앵무새(a sophisticated parrot)’일 뿐이다.
4. 시한폭탄과 같은 논문 표절 문제 Plagiarism's Hidden Time-Bomb
학적 사기를 통해 지위를 획득한 표절 교수들은, 매년마다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야와 관련하여 그들의 판단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는 학생들을 평가하게 된다. 즉, 표절 교수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과 관계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떤 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당연히 정직하게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이 깨진다면 수백만 명이 관련된 법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떤 대학원생이 한 대학원 수업에서 A- 아니면, 심지어 B+를 받았는데, 추후에 자신에게 학점을 부여한 교수가 표절 교수로 밝혀지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 대학원생은 A- 또는 B+의 학점 때문에 장학금 수여를 받는 일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그 대학원생은 이제 수업과 논문에 전력을 쏟지 못하고 학업에 투자해야할 시간을 떼어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대학원생은 A- 또는 B+ 로 받았던 학점 그 자체와, 또 아르바이트와 같은 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능력 만큼의 좋은 논문을 써내지 못하고 이런 문제 때문에 인해 2년제 대학 또는 삼류대학의 교수밖에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대학원생의 진로를 완전히 망쳐버린 교수가 학적 사기꾼이라면, 손해를 입은 대학원생은 자신의 앞길을 망친 교수 뿐만 아니라 그런 교수를 채용한 대학의 보직교수들과 그 대학 전체에 대해서 학적 자격미달자가 자신을 평가하게 했다는 이유로 충분히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들이 표절 교수들나 기타 다른 학적 사기꾼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러한 노력은 전무하다.
5. 너무나도 높은 비용 A Cost too High
표절은 학적 사기 행위이며, 그 학적 사기 행위에 대해 치르는 비용으로 납세자들과 개인 기부자들의 돈이 매년 수백만 달러씩 낭비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표절 행위가 학적 자격미달자들로 하여금 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위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표절 교수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부정을 적발해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무능한 학자들을 채용하는데 필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절 교수들은 학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심한 경우 그 전공 분야 전체의 질을 떨어트린다. 이로 인한 총체적인 결과는 참혹하다.
마지막으로, 표절 교수들의 틀렸거나 큰 오도의 여지가 있는 연구 결과가 정부나 사기업에서 심각한 주제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공공정책, 사업체, 심지어 개인적 수준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 때문에, 우리는 학부생의 리포트부터 시작해서 교수의 학술서적까지 모든 단계에서 표절을 철저하게 차단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설사 표절자로 의심된다 하더라도 문제제기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몇 가지 실수 정도는 할 수 있고, 전혀 의도치 않게 비슷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절의 양상, 명확한 의도, 반복적 시도 등등에 대해서 확실하게 확인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
논문 표절과 학계의 책임 회피
논문 표절 문제가 상아탑에서 다뤄지는 실태
논문 표절을 둘러싼 분쟁과 권력의 문제
중국의 논문표절 사냥꾼 '팡저우쯔(方舟子)'
1964년 이후 논문 표절의 역사가 한눈에
[단독] 1956년 발간 논문작성법 문헌 발견
'뉴욕타임스', 미 상원의원 논문 표절 보도
좌익 영웅 지젝, 표절 시비 휘말려
서울대는 도쿄대(東京大)를 이길 수 없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논문실적과 논문관
[단독] 전 서울대진실위원장 이준구 박사논문 표절혐의
조국 교수, 표절 혐의 관련 기사묶음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