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11일 장시호 제출 태블릿PC 실물을 공개한 가운데 언론사 기자들이 이처럼 중차대한 핵심증거물에 대한 제품명까지 단체로 오보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장시호 제출 태블릿PC 실물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기기 전원은 꺼 둔 상태로 사실상 빈 껍데기만을 공개한 검찰은 이 태블릿PC의 이동통신사 개통자와 요금납부자, 최순실씨 이메일과 내부 파일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기자들은 특검이 공개한 태블릿PC의 모델명을 삼성 갤럭시 탭 SM-P815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단체 오보였다. 첫 기사가 나간 이후 1시간 지나고 있지만 오보는 수정되지 않고 있다. 한 언론사가 모델명을 잘못 듣고 기사를 쓰면 나머지는 그대로 받아쓰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사실상 언론이 오보를 자정할 최소한의 능력조차 상실했다는 소리다.
본지가 삼성전자 측에 확인한 결과 제조사 제품리스트에는 ‘SM-P815’라는 모델은 없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SM-P815라는 모델명은 전혀 검색이 되지 않으며, 대신 SM-T815가 있다”고 안내하며 “이니셜 'P'가 들어가는 모델은 SM-P850가 있다”고 안내했다.
수 차례 정확한 확인을 요구하자, 이 관계자는 직접 네이버로 검색을 한 후 “기자분들이 모델명을 잘못 쓴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보통 모델명을 검색하면 해당 단어가 들어가는 연관 검색어가 죽 뜨는데, SM-P815를 검색하면 기자분들의 기사만 나오네요”라고 답했다.
삼성은 영문 이니셜의 의미에 대해 ‘T’는 태블릿PC를 의미하며 ‘P’는 펜이 내장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핵심증거물 제품명 단체 오보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류 언론사 대부분이 그동안 최순실 사태를 취재하면서 얼마나 허술하게 사실관계를 다뤄왔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현재 태블릿PC는 탄핵 정국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JTBC가 태블릿PC 조작보도를 내보낸 후 언론사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했고, 국민적인 분노를 촉발시켰다. 그 결과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뒤늦게 태블릿PC에 대한 진위논란이 일었고, 이에 압박감을 느낀 특검이 이날 새로운 태블릿PC 실물을 공개한 시점이다. 이러한 중요한 증거물의 모델명을 단체로 오보를 내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주소인 셈이다.
게다가 올바른 제품명을 확인하면 곧바로 출시일도 알수 있다. 검찰은 이 태블릿PC를 최순실씨가 사용한 기간으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SM-T815 골드 모델의 출시일은 2015년 8월 10일이었다.
주류 언론들이 이번처럼 기본적인 사실검증조차 없이, 지금까지 국회, 검찰, 특검, 심지어 익명 증인들의 발언을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썼는지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