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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인용’은 ‘사소한 실수’인가 아니면 ‘표절’인가?

“올바른 인용처리가 이뤄지도록 격려하는 일은 학문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려줄 것이다. 그리고 한 논문을 작성하는데도 필요한 연구량을 증가시켜서, 지금처럼 학자들이 논문을 양적 측면에서만 경쟁하듯 마구 발표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글은 호주 울롱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사회과학과 브라이언 마틴(Brian Martin) 교수의 논문 Comment: citation shortcomings: peccadilloes or plagiarism?을 원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번역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 글을 살펴보면 해외 학계에서는 인용 실태와 관계된 연구도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상아탑 내부에서도 표절 검증은 물론, 상호 인용에서조차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학술지 ‘인터페이스(Interfaces)’에 게재됐다(Vol. 38, No. 2, March-April 2008). 아래 글의 사진과 캡션은 모두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덧붙인 것이다.





다음은 ‘인터페이스(Interfaces)’지에 발표된 논문인 “옴부즈맨: 인용처리에 대한 검증: 지식의 시트콤 코메디(The ombudsman: verification of citations: fawlty towers of knowledge)”(pp. 125-132)에 대한 세 개의 논평 중 하나다. 세 개 논평은 위 해당 논문과 같이 발표됐다(Interfaces, Vol. 38, No. 2, March-April 2008, pp. 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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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인용(citation shortcoming)’이 학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논의 주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불량인용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인용문의 단어나 철자가 맞는지 여부를 판별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출처 자체를 맥락에 맞게 제대로 선택하고 사용했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말콤 라이트(Malcolm Wright)와 스콧 암스트롱(J. Scott Armstrong)은 이를 판별하는 방법 중 하나를 제시했다. 일단 어떤 논문에서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특정한 출처(이에 대해서는 (Armstrong and Overton, 1977) 을 활용)에 대한 인용처리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인용처리가 되었다면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했는지를 확인한다.

라이트와 암스트롱의 훌륭한 연구는 출처표시와 관련, 학계의 만연한 태만(怠慢) 또는 오용(誤用)을 잘 폭로하고 있다.



불량인용 여부를 판별해보는 또 다른 방법은 해당 분야에서 잘 알려진 출처들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서, 해당 분야의 논문들에서 인용된 내용을 조사하여 누락된 부분이나 부적절하게 포함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마이클 맥로버츠(Michael H. McRoberts)와 바바라 맥로버츠(Barbara R. MacRoberts)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서 학계에서 ‘부정확한 인용’과 ‘특정 출처에 대한 편향’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밝혀냈다(MacRoberts & MacRoberts, 1989). 

그들은 내린 결론은, 논문에서 인용된 내용은 단지 전체 출처 중 일부만을 담아낸다는 것이었다. 즉, 어떤 논문에 영향을 준 여러 문헌들 중에서 언급되지 않는 문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의 의미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인용을 하는 목적 몇 가지를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1)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 독자들에게 해당 분야에서 제일 중요하고 유용한 연구를 짚어주기 위해서,
(3) 아이디어, 방법론, 또 직접적으로 따온 문장표현의 출처를 알리기 위해,
(4) 독자, 심사위원, 편집자에게 인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이상적으로는, 앞의 세 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용처리를 했다면 이미 충분히 인상적일 것이기 때문에 네 번째 목적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각각의 인용 목적에는 관례가 있으며 또 이 관례를 위반하는 관례가 있다. 예컨대, 연구생들은 아이디어에 대해서 출처를 표기하라고 빈번히 가르침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곧 또다른 관례를 배우게 되는데, 이에 따르면 언론 기사들이나 비공식적 대화들과 같은 특정한 타입의 출처들은 그냥 누락시켜도 된다는 것이다. 



라베츠(J. R. Ravetz)는 특정한 출처를 추천해준 사람에게도 감사인사(공헌인정)를 표시하는 등 출처표기를 최대한 상세하게 할 것을 권하고 있다(Ravetz, 1971). 그러나, 이런 수준의 상세한 인용처리는 드물다. 비공식적으로 논문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기여한 사람들은 그저 감사의 말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 해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트와 암스트롱은 논문 저자가 인용을 할 시에 반드시 모든 인용문의 출처 전체를 다 읽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용한 논문이 짧을 때에는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지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파악하기 위해서, 또는 인용 문구와 인용이 쓰인 문맥을 확인하기 위해서 책 전체를 또는 대부분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는 학술지에 실린 글에도 역시 적용된다. 인용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 깊게 읽어야만 할까? 아니면 초록(요약)과 결론만 읽는 것으로 충분할까?

이는 인용의 목적에 달려있다. 언급할 출처가 논문 내에서 방법론적으로 핵심이라면 주의 깊게 읽어봐야 한다. 하지만, 인용의 목적이 그 분야에서 해당 출처 서적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 정도만 보여주는 정도라면, 보다 피상적인 이해만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필자는 이 논평에 있어서 (Armstrong and Overton, 1977) 이라는 출처를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그 글을 주의 깊게 읽어봤을까? (이 질문은 필자가 이 논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을 넣기 때문에 이중으로 수사적이다!)

라이트와 암스트롱은 허술한 인용처리가 부실한 연구의 한 요인이 되는 것에 우려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불량인용’과 관련 다른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 

하나는 ‘선물인용(gift citation)’이라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지도교수, 후원자, 편집자, 예상되는 심사위원 등의 호의를 사기 위해 그들의 저작을 인용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적대적 인용누락(rivalry citation omission)’이다. 이는 학계의 경쟁자나 적대세력이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하도록 명백한 출처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건에 대해서도 여러 번 들어보았다. 

다만, 인용처리 문제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단지 무지 때문에 한 행위을 의도적인, 악의적인 행위로 오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저자가 자신이 직접 찾아보지 않았거나 읽어보지 않은 1차 출처에 대해서 인용을 해야 할 경우에는, 실제로 1차 출처를 확인하여 관련 내용을 알려준 2차 출처에 대해서도 재인용의 형식으로 인용처리를 해주는 것이 올바른 원칙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앞서 참조했던 출처인 (Wright and Armstrong, 2007) 에서 인용된 1차 출처인 (Eichorn and Yankauer, 1987) 에 대해서 언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Eichorn and Yankauer, 1987) 이라는 1차 출처를 실제로 찾아서 읽어보지도 않고서, (Wright and Armstrong, 2007) 이라는 2차 출처에 있는 관련 1차 출처 인용구를 베껴 쓰면서도 정작 (Wright and Armstrong, 2007) 은 출처표시에서 누락시켜버리면, 이는 표절의 일종인 ‘2차 문헌 표절(plagiarism of secondary sources)’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사실 시중의 논문들에서 발견되는 엄청난 수의 인용오류를 고려하면 2차 문헌 표절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 “표절”이라고 지칭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불량인용’ 문제가 좀 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가? 이에 대한 설명 중 하나는, 학계에서 부정행위가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과도한 분량의 표절, 조작된 자료, 결과의 개조 같은 경우만 부정행위로 인식된다. 이처럼 부정행위에 대한 좁은 해석 때문에 부정행위 중에서도 일부만이 드러나며 그 좁은 해석으로서의 부정행위와 관계된 인사들만 비난을 받도록 하면서 학계의 나머지 구성원들은 면죄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사실, 더 넓은 범위에서의 부정행위에는 연구비 지원 신청서에서의 과장이나, 하급자에 대한 착취, 이력서에서의 여러 가지 누락과 호도, 학문적 태만, 그리고 2차 문헌 표절도 모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정행위에 대한 이런 폭넓은 정의에 따르면, 상당수 학자들이 유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부정행위에 연루된 학자들 중에는 다른 이들의 노동결과를 착취하여 더 높은 지위에 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부정행위에 대한 좁은 정의는 연구기관의 위계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Martin 1992)

올바른 인용처리가 이뤄지도록 격려하는 일은 학문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려줄 것이다. 그리고 한 논문을 작성하는데도 필요한 연구량을 증가시켜서, 지금처럼 학자들이 논문을 양적 측면에서만 경쟁하듯 마구 발표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까지나 경력관리 용도로서의 논문 발표만을 요구하는 여러 제도적 압박들은 올바른 인용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이다.


감사의 말 Acknowledgments

쥬안 미구엘 캠파나리오(Juan Miguel Campanario), 존 레스코(John Lesko), 마이클 맥로버츠(Michael MacRoberts), 그리고 말콤 맥라이트(Malcolm Wright)의 유용한 고언에 감사함을 전한다.


참고문헌 References

Armstrong, J. S., T. S. Overton. 1977. Estimating nonresponse bias in mail surveys. J. Marketing Res. 14 (3) 396-402.

MacRoberts, M. H., B. R. MacRoberts. 1989. Problems of citation analysis: A critical review. J. Amer. Soc. Infor. Sci. 40 (5) 342-349.

Martin, B. 1992. Scientific fraud and the power structure of science. Prometheus 10 (1) 83-98.

Ravetz, J. R. 1971. Scientific Knowledge and its Social Problems. Clarendon Press, Oxford, UK.







논문표절 문제를 다룬 어빙 헥삼 교수의 논문들 :




조국 교수 논문에 대한 인용 문제와 권력관계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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