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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동아일보 칼럼을 ‘가짜뉴스’라 비아냥댔다가, 무식만 탄로나고 사과 ‘촌극’

사과하고 내렸으나, 이미 ‘박제’된 서울대 경제학부 좌파 스타교수의 블로그 글 ‘일파만파’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준구 명예교수가 한 기자칼럼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가, 자신의 무식만 드러내고 사과 후 블로그 글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준구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의 좌파성향 스타 교수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할 뿐 아니라, 여러 언론에 글을 기고한 바 있어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학자다. 특히, 주요 대학이 참여해 일반에 강의를 공개하는 K무크(K-MOOC) 프로그램에서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가 서울대 최고의 인기강좌로 선정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동아일보 칼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문제의 칼럼은 같은날 동아일보에 실린 ‘법인세의 진실, 노무현은 알았다’로, 홍수용 기자가 썼다. 

이 교수는 자신의 유식을 뽑내면서, 기자가 근거없는 주장을 하고있다는 식의 인신공격을 게시글 내내 늘어놓았다. 그는 글에서 “D일보 논설위원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이어 “법인세 문제를 다루는 재정학 전공자인 나보다 훨씬 더 유식해 보이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문제 삼은 것은 “세 부담의 4분의 1 정도는 가격 인상과 신규 고용 위축의 형태로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넘어온다”는 홍 기자의 문장이었다. 이 교수는 이 문장에 문제가 있다면서 굵은 글씨의 파란색으로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 교수는 “내 전공이 재정학인데, 어찌해서 그가 자명한 것인 양 말하고 있는 것을 난 모르고 있는 거지요?”고 썼다. 그러면서 “그 논설위원은 어디서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렇게 자신있게, 단정적으로 전가되는 폭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가, 혹시 다른 사람 몰래 연구를 해서 세계 경제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결과라도 얻은 것인가요?”라고 신나게 비웃었다. 

백미는 동아일보를 ‘가짜뉴스’로, 홍 기자의 주장을 ‘사이비경제학’에 비유하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근거없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가짜뉴스’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가짜뉴스들이 유포되고 있는데, 얼마전 이 게시판에서 내가 그것을 ‘사이비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비웃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운, 비아냥으로 무시로 가득한 이같은 천박한 글은 뒤늦게 더욱 화제를 모으게 됐다. 이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글을 삭제한 탓이다. 동아일보 홍 기자는 이 교수의 글 삭제 사건을 후속 칼럼으로 알렸다. 

홍 기자는 11월 23일자 ‘어느 진보의 사과’라는 칼럼에서 “진보인사 A가 6개월 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서 내 칼럼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가 이달 20일 전화로 사과하고 해당 게시문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홍 기자의 칼럼은 점잖았지만, 어른이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준엄했다. 

홍 기자는 “(이번 칼럼에서) 그의 소속이나 직책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16분 통화에서 5차례 사과한 사회 저명인사에 대한 예우로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그러나 블로그 글은 2만 번 이상 조회됐고 수십 번 퍼 날라졌다. 엎질러진 물그릇만이라도 바로 세우고 싶다”며 칼럼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핵심은 홍 기자가 인용하고, 이 교수가 문제삼은 ‘세금전가 폭 4분의 1’ 수치는 재정학자들이 널리 알고 있는 숫자라는 지적이다. 홍 기자는 이 수치를 노무현 정부 한국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의 보고서에서 인용했다고 밝혔다. 

세금 전가 폭 ‘4분의 1’은 재정학자들이 널리 알고 있는 숫자이지 깜짝 놀랄 연구가 전혀 아니다. 2006년 한국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는 ‘법인세 개편의 세 부담 귀착 효과 분석’이라는 용역보고서를 내놨다. 그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반영돼 법인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17%, 노동자에게 8.5%, 자본에 74.5% 전가된다고 명시됐다.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넘어가는 몫을 합하면 25.5%, 즉 4분의 1 정도다. ‘세 부담의 4분의 1 정도는…’이라는 짧은 문장에는 국책연구원의 연구자가 세금의 파장을 분석하고 정부가 그 결과를 인정한 길고 복잡한 과정이 녹아 있다. 그럼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내 잘못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스타교수가, 근거를 들어 항의하는 홍 기자에게 천연덕스럽게도 ‘몰랐다’고 응수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재정학 교수라며 지식을 뽑낸 교수가 일개 기자도 아는 꽤 알려진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도 몰랐던 셈이다. 

A에게 이 연구를 한 김승래 박사나 다른 유사 논문을 아는지 물었다. “누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는 답에 놀랐다. 국내 연구 실태도 모르면서 칼날부터 세운 것인가. 그는 평소 근거 없는 ‘사이비 경제학’이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인데 정작 본인이 근거도 없이 비판한 셈이다. 


서울대 교수가 자기 전공 분야와 관련해 일간지 기자로부터 격려를 받는 상황에, 독자들의 낯이 다 뜨겁다. 홍 기자는 “그가 사과하고 많은 후학들이 본 글을 스스로 지운 것은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라며 격려했다. 

다만 홍 기자는 “A에게서 그를 싸고 있는 좌파 진보의 프레임을 봤다. 그가 내 글을 보자마자 분노를 쏟아낸 것은 내가 보수의 프레임에 파묻혀 있다고 단정해서일지 모른다”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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