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태블릿PC 감정 회보서에 대한 의견서를 1일 제출했다.
“태블릿 사용자 특정할 많은 자료가 수정·삭제·훼손”
이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감정 자료는) 실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로서는 그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수정, 삭제 혹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태블릿이 JTBC의 손에 들어간 이후 대량의 파일 삭제 및 수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해당 태블릿은 2012년 6월 22일 개통된 이후부터 2013년 11월 1일까지의 사용내역이 거의 전체를 차지한다”면서 중간에는 잠깐 메일을 확인하는 정도의 사용기록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후 JTBC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2016년 10월 18일부터 다시 켜지게 되어 대량의 파일 삭제 및 수정이 이루어진다”며 “그 이유를 특정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의 확인과 국과수의 추가적인 정밀 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또 최순실의 조카 장승호의 사진이 심어진 점도 정면으로 문제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증거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훼손된 1개의 사진(파일시스템정보.xlsx의 2656행)과 1개의 App 설치기록(2796행부터 3026행)에 대해서는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 및 수사기관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손석희, 지난해 장승호 사진 중점보도하며 ‘태블릿은 최순실 것’ 주장
이 변호사가 언급한 사진은 JTBC가 최순실의 조카 장승호 씨의 사진이다. 국과수 감정 자료에 따르면, 2012년 6월 25일 저녁 가족모임에 참석한 장승호 사진은 태블릿이 JTBC의 영향력 하에 있던 2016년 10월 18일에 생성됐다.
이는 기술적으로, JTBC 측이 4년전 사진을 따로 입수해, ‘태블릿은 최순실의 것’이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입수한 태블릿에 심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수 있다. 또는 JTBC가 어떤 이유로 원본 사진을 삭제한뒤 복사본을 남겨뒀을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건, 어떤 식으로건 태블릿에 손을댔고 조작을 시도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이다. 김진태 의원이 주도하는 태블릿조작 진상조사 TF도 바로 이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손석희와 JTBC는 2016년 10월 31일자 보도 ‘최순실 태블릿PC 속 '외조카 사진' 무엇을 의미하나’에서 장승호의 사진을 중점적으로 거론하며, 최순실 가족의 사진이 들어 있으므로 최순실의 태블릿이 맞다고 주장한다.
서복현 기자는 당시 보도에서 최순실, 장승호, 이병헌의 사진을 나란히 화면에 띄운 뒤, “이 사진들은 최순실씨가 외조카들과 시간을 보낼 때 찍었던 사진들입니다. 최씨가 일가와 가깝게 지냈다는 사진이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또 여기 등장하는 외조카들이 최씨의 비선 실세 개입 의혹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과 연결되고 있습니다”면서 “사진 속 장모씨를 통해서 추적해 봤더니 장씨의 남매지간, 여동생으로 추정되는데요. 바로 장시호씨입니다”라고 논리를 전개했다.
JTBC가 입수한 이후 태블릿에 생선된 장승호의 사진을 중점적으로 최순실의 가계도를 풀어나간 것이다.
기기 초기화 가능성 지적...통신사 위치정보 및 통화자료도 요청
이 변호사가 언급한 ‘앱(App) 설치기록’이란 멜론, T맵, ARBook과 같은 기본설치 앱이 JTBC가 태블릿을 갖고 있을 때, 다시 깔린 사실을 뜻한다. 이는 기기의 초기화가 발생했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 기기의 파일을 대량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 변호사는 실사용자의 구체적인 동선 확인을 위해선 SKT의 기지국 위치정보와 통신자료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의견서에서 “태블릿PC 내에 존재하는 7개의 GPS 정보만으로는 전체 동선을 확인하기 곤란”하다며 “실제 사용자를 특정하려면 SK텔레콤의 통신기록과 위치정보를 재판부에서 제출받아 전체 동선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개인정보와 연락처, 문자 등이 기록돼 있는 유심(USIM) 칩에 대한 추가 감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USIM 칩의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대부분의 사용자가 USIM 칩에 주소록을 저장하는 경우가 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회보 관련 의견서
1. 국립과학과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분석과 감정 내용에 특별한 이의가 없으며, 또한 감정보고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각종 가능성에 대한 부분 역시 합리적 의심이므로 공감합니다. 또한, 국과수가 제출한 감정회보 및 분석보고서와 그 첨부파일들을 기준으로 볼 때 태블릿PC라는 물증만의 한계에 의해 실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에도 그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감정자료를 토대로 해당 태블릿 PC를 누가 사용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인 주소록, 한글문서, 이메일, 웹 접속기록 및 북마크, 카카오톡과 각종 앱 사용기록만으로는 실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로서는 그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수정, 삭제 혹은 훼손되어 그 한계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3. 다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USIM 칩에 주소록을 저장하는 경우가 있어 USIM 칩의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4. 해당 태블릿은 2012년 6월 22일 개통된 이후부터 2013년 11월 1일까지의 사용내역이 거의 전체를 차지하며, 2014년 3월 27일에는 18시 47분부터 19시 27분 사이에 이메일을 잠깐 확인하기 위한 기록만이 있고, 이후로는 동년 3월 28일, 4월 1일, 그리고 2015년 1월 16일 등 총 3일에만 잠깐씩 켜집니다. (파일시스템정보.xlsx의 1행부터 2449행)
5. 이후 JTBC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2016년 10월 18일부터 다시 켜지게 되어 대량의 파일 삭제 및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이유를 특정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의 확인과 국과수의 추가적인 정밀 감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파일시스템정보.xlsx의 2450행부터 5042행)
6. 특히, 증거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훼손된 1개의 사진(파일시스템정보.xlsx의 2656행)과 1개의 App 설치기록(2796행부터 3026행)에 대해서는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 및 수사기관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7. 태블릿 PC 내에 존재하는 7개의 GPS 정보만으로는 전체 동선을 확인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으므로, 실제 사용자를 특정하려면 해당기기가 개통된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통신기록과 위치정보를 재판부에서 제출받아 전체 동선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8. 본 태블릿PC가 법적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JTBC의 입수시점인 2016년 10월 18일부터 안전하게 봉인, 보관되어 일체의 사용이나 파일 수정이 없는 무결성을 유지한 채 제출되었어야 하는데, 다량의 파일 삭제 및 수정이 이루어져 디지털 증거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 2007도3061 (공직선거법 위반)과 2007도7257 (일심회 사건), 그리고 2011모1839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 수색) 등의 3개의 판례에 비추어 봐 그 법적인 증거능력을 철회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9. 또한, JTBC가 자사 소유가 아닌 테블릿PC를 취득하여 패턴 암호를 해독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1항에 위반되는 사항으로 적법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