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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한수 데리고 있었다는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에 가보니

서울 서초동 오피스텔 건물에 낯선 회사 간판 달고 있어

탄핵의 방아쇠를 당긴 ‘JTBC 태블릿PC 조작보도 사건’의 유력한 공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머물렀다는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은 미로같은 복도 한 귀퉁이에 있었다. 

최근 JTBC 태블릿PC 조작보도 사건이 실체적 진실에 거의 근접해가면서 유력한 조작공범으로 의심받는 김한수의 행적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김기수 변호사(프리덤뉴스 대표)가 “김한수는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본지가 즉시 박근혜 대통령 재판 관련자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익히 알고 있었다”, “들어서 알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 중에선 두 사람이 5월까지 함께 있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도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태블릿PC로 탄핵된 대통령의 대표변호사가, 태블릿PC 조작보도의 유력한 공범을 사실상 숨겨줬다는 말이 된다. 영화 '내부자들'의 반전보다도 소름 끼치는 충격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 미로 같은 복도 끝 

21일 본지가 서울 서초동 LG에클라트 오피스텔에 있는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주소지는 미로 같은 복도를 돌아 끝에서 두 번째 방이었다. 사무실 출입문 옆에 변호사 사무실 간판은 없었고, 대신 낯선 기업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회사 이름은 주식회사 ○. 등기부등본에는 부동산 매매, 건강식품 도소매, 유통·무역, 건축자재 도소매, 컴퓨터 주변기기 도소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한다고 나와 있다. 

기자가 사진을 막 찍으려는 찰나 사무실 문이 열렸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직원이 문을 열고 나서려다 기자와 마주친 것. 직원은 대뜸 “누군데 왜 사진을 찍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내 안쪽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나와 재차 누구인지 물었다. 기자가 신분과 취재 목적을 밝히자, 분위기는 일순 차갑게 얼어붙었다. 

남자 직원은 처음에는 ‘이곳이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이 맞느냐?’, ‘김한수씨가 이곳에서 지냈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쉽게 입술을 떼지 못했다. 남자는 다만 어물어물 조심스럽게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누구한테 얘기 듣고 여길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지난 5월까지 김한수가 이곳에 있었다는 제보를 확인하고자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되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남자는 계속되는 질문에 일단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김한수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제보에 대해선 끝내 부인했다. 

김한수의 체류 여부에 대해 남자는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추궁이 이어지자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이후 10분간의 대화 말미엔 “김한수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김한수를) 어떻게 숨겼다고 말도 안 되는...참”이라며 격앙된 감정을 내비쳤다. 

남자는 처음에는 김한수 관련 소문 자체를 모른다고 잡아뗐지만, 대화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관련 소문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했다. 

특히 그는 “어떻게 변희재 대표는 (방송에서) ‘김한수가 유영하 사무실에 숨어있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누가 그걸 (미디어워치에) 확인해 줬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기수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다는 설명에도 “도태우 변호사가 확인해줬느냐”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기자가 ‘사무실 간판은 왜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고 다른 회사냐’고 묻자 남자는 “이곳에 입주해 있던 회사의 간판이 아직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취재원은 “내가 갔을 당시에는 회사 간판 같은 것은 없었고, 사무실 내부에도 책상 서너 개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도 회사 간판은 알루미늄이나 나무 재질인 데 반해,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에 붙어있는 간판은 시트지 재질이었다. 

유영하 행적 오리무중...동료 변호사들도 몰라

본지가 찾아간 사무실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로 등록된 주소지다. 이곳이 실제 유 변호사의 사무실이라는 점은 직원이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유 변호사의 사무실은 하나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통령 형사재판을 진행할 때, 주택가에도 임시 사무실이 있었던 것. 주택가 사무실이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 변호사가 현재 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남자는 기자가 ‘이곳 이외에 다른 사무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유영하 변호사가 요즘 사무실에 나오느냐’는 질문에는 “변호인 총 사퇴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사무실에 안 나오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유영하 변호사는) 원래 변호사 일을 안 한다 어디서 뭘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가 1층 로비 우편함을 확인한 결과, 누군가 금방 비운 듯 말끔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사시 34회, 연수원 24기로 평검사 출신 변호사다. 1995년 검사가 돼 2004년 서울북부지청 검사를 끝으로 옷을 벗고 개업했다. 검사를 그만둔 것은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감봉 3개월 징계처분을 받은 사유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변호사는 이후 2008년 제18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 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자를 지낸 박근혜 대통령과는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한편으로 그는 BBK사건의 주역이었던 김경준씨를 미국 교도소까지 찾아가 기획 입국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남자 직원의 말처럼, 유 변호사는 사실상 변호사라기보단 정치인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데 변호인 총 사퇴 이후 유영하 변호사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함께 일했던 변호사들도 유 변호사의 현재 활동이나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 한 변호인은 “유영하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들과 소통이 적은 편이었고,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며 “지금 어디서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인도 “(유 변호사가) 총사퇴 이후 어디서 지내는 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를 취재해 본 한 일간지 기자는 그의 언론 기피증에 대해 “전화 원래 안받는다. 기자들이 뭘 물어봐도 거의 대답을 안한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김한수와 관련된 본지의 질문에도 역시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20일 본지가 수 차례 전화하자 “누구신지요”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신분을 밝히자 “전 언론과 인터뷰 안합니다. 죄송합니다”고 답변한 게 끝이었다. 이후로 유 변호사는 김한수가 사무실에서 근무했는지, 어떤 배경에서 함께 일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다. 이후 10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유영하를 둘러싼 의혹, 의혹, 의혹

유영하 변호사를 둘러싼 불만과 의혹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박대통령이 태블릿PC 조작보도로 인해 졸속 탄핵을 당했는데, 대표변호사가 태블릿PC 조작에 대한 문제 제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최순실 게이트’ 재판에 천착해온 우종창 기자도 유영하 변호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적 있다. 우 기자는 기자에게 “김한수 증인 출석 했을 때, 도태우 변호사가 준비해간 날카로운 질문들을 다 못하게 하고 중간에서 잘라 버린 것이 유영하 변호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대통령 변호인단이 태블릿PC 감정 신청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뒤늦게 태블릿PC 감정을 이끌어 낸 것은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다. 

김미영 전환기정의연구원 원장도 김한수가 증인 출석했던 지난 9월 페이스북에 “유영하 변호사는 왜 김한수를 싸고도나. 태블릿이 진짜 국정농단 증거라도 되나”며 강하게 비판했던 일이 있다. 20일 김기수 변호사의 폭로가 있은 후에는 “때가 됐나 보네요”라며 “(유영하) 이름만 들어도 꼭지가 돈다”고 촌평했다. 

한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 변호사는 “유영하 변호사로 인해 변호인단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부 변호사들은 언론과 원활히 소통하길 원했는데, 유 변호사가 이를 막았다”며 “어떤 변호사가 언론과 접촉하면 유 변호사가 크게 화를 내곤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형사재판 기간, 대다수 언론이 특검·검찰의 일방적 입장만을 담아 기사를 쏟아낸 데는, 유영하 변호사의 언론 기피증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 물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극단적으로 적대적이었던 언론 분위기를 감안하면 유 변호사의 ‘대(對) 언론 함구령’이 반드시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도태우 변호사는 유 변호사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하는 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이라며 “사람 사는 곳에선 어느 조직이나 의견 충돌은 있게 마련이며, 또 그런 조직이 건강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변호인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선을 그었다. 



유영하, 커지는 의혹에 답할 차례

‘태블릿PC 조작 공범’ 김한수가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지냈다는 폭로한 한 김기수 변호사도 더 이상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선 함구했다. 김 변호사는 “어쨌든 김한수가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 이제는 유 변호사가 (의혹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해줘야 할 때”라며 “그걸 봐야 다른 얘기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개헌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사기탄핵에 협조한 친이세력과 유영하 변호사의 관련설까지 나돌고 있다. 태블릿PC 조작보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역할을 유 변호사가 맡았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한수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사표를 쓰고 나왔다. 김휘종 전 행정관이 5월까지 정상근무를 마치고 퇴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JTBC 손석희의 태블릿PC 조작보도 이후 김한수는 줄곧 JTBC·특검·검찰과 보조를 맞추며, 최순실 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왔다. 

특검과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된 거의 모든 인물을 구속했지만, 김한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사업에 개입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구체적인 고발보도까지 나왔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급속히 유포되는 ‘김한수-유영하 유착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제 유영하 변호사 본인뿐인 상황이다. 
 

 ※알립니다. 본지가 취재 당시 찾았던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에 붙어 있던 기업체 명판은 2017년 10월에 이사를 떠난 기업의 명판으로 밝혀졌습니다. 본지가 찾아간 사무실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유영하 변호사 사무실이 맞지만, 출입문 옆 명판은 두 달 전 이사를 떠난 기업의 명판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해당 기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은 유영하 변호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본지에 밝혔습니다. 본지의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해당 기업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제가 된 사진과 본문은 삭제조치 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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