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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표현의 자유’ 없는 북한 탈출, ‘유튜버’ 된 탈북자들

강명도TV 37만명 시작 구독자 10만 이상 수두룩...북한 미화, 선전 컨텐츠 범람은 '우려'

탈북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탈출,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자(북한이탈주민·North Korean defectors)들이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어 언론의 자유를 맘껏 누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썰(이야기)’과 이념을 배제한 북한 미화 컨텐츠의 범람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탈북 유튜버 세계의 어두운 단면이다. 



성공적인 유튜버, 탈북자들

본지가 최근 3주간 집중 조사한 결과, 탈북자 출신이 하는 구독자 1000명 이상 유튜브 채널은 46개에 달했다. 이 중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이른바 ‘실버 버튼(유튜브가 구독자 10만을 달성한 채널에게 수여하는 상)’ 채널만해도 10개에 달했다. 

5일 현재 기준으로 구독자수 1위는 강명도TV(구독자 수 약 37만5000명)로, 이어서 2위 정성산TV(33만5000명), 3위 ‘북한사람들’(Humans of North Korea)(18만5000명), 4위 태영호TV(16만7000명), 5위 놀새나라TV(15만1000명), 6위 김흥광튜브(15만명), 7위 배나무배나TV(14만1000명), 8위 강철환TV(13만7000명), 9위 이애란TV(13만4000명), 10위 한송이TV(12만5000명)까지 톱10에 들었다.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탈북 유튜버 1세대로 인기가 높은 손봄향TV와 이순실티비까지 포함하면 실버버튼 채널은 최소 12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0만 명 달성을 코앞에 둔 9만명대 채널도 주성하TV(9만4000명), 안찬일TV(9만명) 두 곳이다. 



구독자 10만 이상 유튜브 채널은 국내 총 3740개(SNS 통계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 기준) 뿐으로 성공적인 유튜버의 기준으로 통한다. 국내 탈북자 인구가 3만 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0명의 실버채널 운영자가 탄생한 탈북 유튜버들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다. 

성별로는 여성 탈북자의 유튜브 채널이 26개, 남성 16개, 혼성 4개로 조사됐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10개 채널더 많았다. 이는 1인 방송의 특성상 외모와 언변, 재능 등을 활용한 여성들이 유튜버에 도전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면, 탈북자 방송인 중 선구자에 속하는 ‘손봄향TV'의 경우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해 유튜버까지 진출한 사례다. 손봄향TV의 최고 조회수 영상은 탈북녀 손봄향 탈북스토리’로 5일 현재 625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세대 별로는 젊은 탈북자의 유튜브 진출이 두드러진다. 청년 탈북 유튜버가 23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이는 청년 탈북자가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고 심리적으로도 1인방송 시도와 출연에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념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청년 탈북자 유튜버의 경우  자신의 일상생활을 ‘브이로그(VLOG, 비디오+블로그를 뜻하며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영상) 형식으로 담아 일상적인 잡담을 하는 경우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년 이상 탈북자 세대의 경우에는 남성이면서 정치시사를 주제로 방송하는 경우가 9명에 달했다. 



탈북 유튜버, 어떤 주제를 다루나

대부분의 탈북 유튜버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탈북스토리를 주력 컨텐츠로 삼았다. 자신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 탈북스토리, 탈북 후의 한국생활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가장 좋다. 구독자 15만명의 놀새나라TV의 최고 조회수 영상도 탈북하기 위해 태국 감옥 생활이 필수코스라고? ㄷㄷ’라는 제목의 탈북스토리이며, 조회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탈북스토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로 꾸준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대부분의 탈북자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탈북스토리와 북한 생활담 등을 ‘기본 컨텐츠’로 장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일부 탈북자들의 탈북스토리 허위과장 문제는 같은 탈북자의 저격과 인터넷 커뮤니티 글 등으로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시사 탈북 유튜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들은 북한 뉴스를 전하거나 북한 사회의 현황에 대한 논평을 주로 한다. 자신들이 보유한 북한 정보원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국내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실상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한다. 또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거나, 직접 정치권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4.15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유튜브 채널 태영호TV를 개설,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애란 박사는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일찌감치 유튜브를 개설, 활발한 정당활동도 겸하고 있다. 유명한 탈북자 정치인 중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성호 씨의 경우엔 유튜브 채널이 없어 오히려 눈에 띈다. 



정치·시사 채널은 구독자 수도 높은 편이다. 구독자 37만 명을 보유한 ‘강명도TV-자유조선’ 뿐 아니라, 상위 10위 내에 7개의 채널이 정치·시사를 주제로 한다. 강명도TV의 경우 북한 관련 소식 전달과 논평이라는 주된 주제 특성상 하루에 영상을 2개 이상 올릴 정도로 동영상 업로드 주기가 짧다. 간판 코너 ‘강명도의 북한문제’는평균 조회수 10만 회에 달하며 조회수 100만이 넘는 영상도 9개에 달한다.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정성산 감독도 구독자 33만명의 성공적인 탈북 유튜버로 정착했다. 정성산TV의 영상 ‘(긴급속보)매일 밤 북,중 국경 전쟁터로 변한다’는 조회수 90만 회에 달한다. 

외국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들도 있다.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다른 채널들과 달리 ‘Liberty 21’과 ‘북한사람들(Humans of North Korea)’ 같이 영어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제목도 영어로 달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영어 자막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북한사람들’ 채널에서 650만 조회를 기록한 나는 탈북자입니다. 안아주시겠어요?[한국 사회 실험](I am a North Korean Defector, Would You Hug me? [Social Experiment In South Korea])’라는 영상엔 외국어 댓글이 빼곡히 달려 있다. 스크롤을 한참을 내려야 한글 댓글을 겨우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북한과 탈북자 스토리를 퍼트린 점에서 돋보인다. 

일상·잡담을 주제로하는 탈북자 채널은 젊은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유형의 23개 중 19개 채널이 여성이며 그 중 13개가 청년세대에 속했다. 흥미롭게도 이 유형에서 18개에 달하는 채널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조선의 ‘모란봉 클럽’, ‘애정통일 남남북녀’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신이다. 

놀새나라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운영자 강나라 씨는 1997년생 22살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강 씨는 유튜브 놀새나라TV로 구독자 15만명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7만5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있다. 사실상 ’샐럽(유명인)‘으로 등극, 연기자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직업과 특기를 내세운 탈북자 채널도 눈길을 끈다. 중고차 판매 및 소개 컨텐츠를 진행하는 ‘중고차는유미카’, 무속인으로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이북향이선녀’ 등의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 활동을 보여주는 ‘탈북파이터TV’, 북한 스타일로 노래하는 모습의 영상을 올리는 ‘전향진의 사랑노래’, 피아노 연주 영상을 업로드 하는 ‘문성광TV’가 있다.

이처럼 직업·특기 채널은 정치·시사 채널이나 일상·잡담 보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는 평균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단순히 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컨텐츠를 개발해서 유튜브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추후 장기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탈북자 유튜브 채널 카테고리다.  



탈북자 유튜브 인기, 득인가 실인가

탈북자 유튜브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로, 우선 200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생긴 ‘탈북자 예능 TV 프로그램’들의 영향력이 꼽힌다. 실제 46개의 조사대상 유튜버 중 20명이 이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기존에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탈북자도 TV 예능 출연을 계기로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유튜브 운영에도 시너지 효과를 얻는 모습이다. 

탈북자들이 유튜브로 몰리는 두 번째 이유는 탈북자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꼽을 수 있다. ‘김길선's평양만사’ 채널을 운영 중인 김길선 씨는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탈북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유튜브”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사회에서의 불안한 신분이 유튜버에 도전하려는 탈북자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자 대담 채널을 개척해온 A씨는 “금전적인 부분과 신분의 불안함으로 운영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친북 드라이브’도 한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 시키는 원인이다. KBS TV프로그램 남북의 창‘과 현 정부 들어 생긴 연합뉴스TV의 ’연통티비 YonTongTV’가 북한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연통티비는 2018년 7월에 개설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채널이다. 또한 연통티비는 6만명의 구독자와 평균 3000회 정도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맞물려 상당수 탈북자 유튜버들이 북한에 관한 대중의 호기심에만 호응하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기보다는, 사람들이 북한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일부 탈북자 유튜버들이 북한에 관한 정보를 왜곡하고 과장을 해도 검증하기 어렵다. 

탈북자 출신 정치인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애란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탈북자 유튜브가 활동하는 현 상황은 환영할 만하다”며 “예전 종편 채널에서의 탈북자 예능 방송을 통한 탈북자들에 대한 흥미가 유튜브로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다만 “조회수를 위해 북한과 탈북자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채널도 늘어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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