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들이 태블릿 이미징파일에 대한 열람·복사 허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 법원의 명령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태블릿재판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는 지난 8월 26일 “검사는 신청인에게 태블릿PC 사본화파일(이미징파일)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변희재 본지 고문 측은 이 결정문을 근거로 지난 2일, ‘압수물열람등사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한 달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홍성준 검사 “서울중앙지검 후임검사 소관”
이와 관련 본지는 태블릿 사건을 수사부터 공판까지 3년간 지휘해온 홍성준 검사가 현재 근무하는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장실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검사실 관계자는 “그건 서울중앙지검에 물어보라”며 피고인(이우희)의 자격으로 통화를 요청해도 검사를 바꿔주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법원 결정문에 ‘검사는 열람복사를 허용하려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검사에 홍성준 검사 본인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관계자는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홍 검사의 답변은 없었다.
관계자는 대신 “서울중앙지검에 후임검사가 지정이 됐고, 여기에는 그 자료(이미징파일)도 없으니 담당 검찰청에 물어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관계자는 후임검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본지가 서울중앙지검에 확인한 이후 실명을 대면서 “후임검사란, 임진철 형사1부 수사검사를 뜻하느냐 장욱환 공판4부 공판검사를 뜻하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장욱환 검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욱환 공판검사님이 재판 일정이랑 모든 것을 다 주도적으로 챙기시는 거니까, 그쪽에 뭐든지 물어보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징파일 열람복사에 관해서는 홍성준 검사에게 묻지 말라면서도 공판에는 참석한다는 이상한 답변을 했다. 본지는 “11월 5일 공판 출석통지서가 홍성준 검사에게 송달됐는데, 그럼 홍성준 검사는 무슨 자격으로 공판에 출석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관계자는 “검사는 ‘참관’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진철 검사 “후임검사는 맞으나 잘 모른다”
본지는 홍성준 검사의 주장대로 서울중앙지검에 후임검사를 문의했다. 우선 홍성준은 직관 검사로 사건을 수사부터 공판까지 직접 지휘했다. 통상 후임이라고 하면 사건을 승계받은 검사를 뜻한다. 처음에 중앙지검은 그의 사건을 승계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임진철 검사를 후임검사로 안내했다.
임 검사실 관계자는 28일 본지의 전화에 당황한 기색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여직원은 이미징 파일 열람복사 허가 건과 관련 “저희는 (변호인의 열람복사 신청서를) 전달 받은 게 없다”며 “(홍성준의) 후임검사는 맞지만, 저희가 여기 오기 이전에 처리된 사건이고 전산으로도 확인이 안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렇다면 지금 바로 변호인의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주겠다는 본지의 제안에는 “저희 검사실에서 처리한 게 아니어서 민원실에 절차 같은 걸 문의해 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본지와 통화하면서, 임진철 검사실 관계자는 5번 이상 상급자 또는 검사에게 물어보기 위해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1분 넘게 상급자와 논의한 후 돌아온 대답은 고작 “전산으로 확인이 안된다”는 식의 형식적 답변뿐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끝까지 검사를 바꿔주진 않았다.
장욱환 검사 “홍성준 검사와 논의 중”
본지는 장욱환 공판4부 검사실 관계자와도 29일 통화했다. 검사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 내용을 공판과 열람복사실에는 확인했느냐”, “거기서는 뭐라고 하느냐?”며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이 관계자는 “현재 수사검사님과 논의하며 검토중입니다”라며 무엇을 검토 중인지, 48시간 처리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 등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본지가 “함께 논의 중이라는 수사검사는 임진철인가 홍성준인가”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홍성준 검사님”이라고 답했다.
폭탄은 돌고돌아 다시 처음의 홍성준 검사에게 돌아갔다. 본지는 홍 검사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검사실 관계자는 홍 검사를 바꿔주지 않았다.
본지가 “지난번에 이미징파일 열람복사 관련해서, 장욱환 검사님에게 물어보라고 하셨지 않느냐? 장욱환 검사실에 확인해보니 ‘홍성준 검사와 상의하며 검토중이다’고 답변했다”고 물었다. 이에 검사실 관계자는 “아..그러세요. 저는 내용을 잘 모르니까...”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미 본지와 4차례나 통화하고, 중간에서 홍성준 검사의 입장을 정리해 본지에 전달해왔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본지가 “(이미징파일 열람복사 허가 건에 대해서) 지난번에 홍성준 검사는 상관이 없다면서, 후임 검사에게 물어보라고 하시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이 관계자는 “제가 상관없다고 하지는 않았고 후임검사님과 상의해서 하시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피고인의 자격으로 검사와의 통화를 요청했으나 이 관계자는 “지금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며 바꿔주지 않았다.
애꿎은 중앙지검 일선 직원들만 ‘혼란’
태블릿 재판의 직관검사와 후임 수사검사, 후임 공판검사가 저마다 이미징파일 열람복사 허가와 관련,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에 서울중앙지검 일선 직원들은 큰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동환 변호사는 애초 서울중앙지검의 안내에 따라 형사증거과에 압수물 열람등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형사증거과는 신청서를 접수하며 “48시간 이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48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변호인이 항의하자, 형사증거과에선 “사건과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달라”고 안내했다.
이와 관련 형사증거과는 “태블릿PC는 형사증거과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이미징 파일은 사건과에 알아봐야 하는 증거”라고 28일 설명했다. 또 “사건과에서도 공판과 열람복사실의 업무로 이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마침내 본지는 “이미 공판 검사님께 결재를 올린 상태”라는 답변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처 실무직원들은 9월 2일 신청서가 접수된 건이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결재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깜짝 놀라며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2조의6(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열람·등사 신청)에는 열람등사 신청이 있고 나서 “48시간 이내에 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법조문에서 ‘~하여야 한다’는 표현은 의무규정을 뜻한다. 태블릿 관련 검사들이 검찰 내규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셈이다.
태블릿 사건, 추미애의 호남출신 검사들이 관리
한편, 현재 태블릿 관련 검사들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직관검사인 홍성준 검사는 1975년 전북 임실 출생으로 사법고시 44회, 연수원 34기다. 홍 검사는 2018년 태블릿 수사·공판을 맡아 단 3년 만에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 →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장으로 연거푸 승진했다.
장욱환 검사는 1976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사법고시 47회, 연수원 37기다. 장 검사는 부산지검, 광주지검, 인천지검, 청주지검을 거쳐 2020년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받았다.
임진철 검사는 1985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사법고시 51회, 연수원 42기다. 광주지검, 대전지검을 거쳐 2020년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로 발령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요직을 호남 출신으로 채워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호남 출신 검사에게 재배당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석열 장모 사건을 형사 1부에서 형사6부로 재배당 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블릿PC 재판 역시 그런 사건 중 하나인 셈이다.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하며 이미징파일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는 이들 검사 3인에 대해 직접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 진정서를 제출,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도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