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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복귀를 불편해 하는 한국

‘일본야구 수준이 한국보다 높다’ 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다?

이승엽 선수가 8년 동안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2004년 진출 첫해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이듬해부터 점차 일본생활에 적응하며 3년차인 2006년에는 일본 내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결국 올해 이적 팀인 오릭스에서도 부활에 성공하지 못하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일본생활을 접게 되었다.

이승엽 선수가 국내복귀를 선언하자 한국의 언론과 야구팬들은 이승엽 선수의 복귀뉴스로 떠들썩했다. 어느 팀으로 복귀할 것인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을 것인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인가 등이 화제가 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일부에는 그의 복귀를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일본에서 은퇴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마저 있었다. 왜 그런 목소리가 나온 것일까?

이승엽 선수가 한국에 복귀한 후‘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을 불편해 하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마지막 해에 타율 2할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홈런도 15개에 그친 이승엽 선수가 만약 한국에 복귀해서 전성기와 같은 3할 타율에 홈런 40개 이상을 기록하는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다면 한일(韓日)간의‘수준차이’를 보여주는 나쁜‘예’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사람이 한국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다면 일본 프로야구가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증거가 된다는 불편한 속내인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마지막 해에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이병규 선수나 이범호 선수가 한국복귀 후 타격 전 분야에서 상위에 오르며 맹활약을 펼쳤을 때도 그런 소리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수준일까?

한국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WBC에서 일본과 명승부를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했던 것을 많은 한국 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특히 메달이 걸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는 일본을 몇 번이나 눌러 많은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변수가 많은 단기전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 수가 많은 정규시즌이라면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이 훨씬 유리하고,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사실 많은 야구 전문가들도 아직 일본이 몇 수 위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구팬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어도 한국이 일본을 몇 번이나 이겼던 국제 대회의 기억은 팬들의 머리에서 냉정한 판단을 방해한다.

하지만 판단은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아직 한국야구는 일본야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에서 잘 치고 잘 던지는 선수들도 일본에 가서 대부분 고전을 경험하지 않는가.

이승엽 선수의 짐을 덜어주자

이승엽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는데 몇 번이나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국의 야구팬들은 이승엽 선수를 국민타자라며 치켜 올리고, 이승엽 선수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한국에 복귀를 표명하자 은퇴하라는 소리뿐만 아니라‘일본에서 못하던 사람이 한국에 들어와서 펄펄 날면 나라망신’이라는 소리까지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게다가 이승엽 선수의 선배격인 한 방송인은“(복귀해서) 잘해도 한국 야구가 우스워진다”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해 은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이승엽 선수가 펄펄 날며 국제대회에서 맹활약을 할 때 우리는‘그’의 활약을 마치‘우리’의 활약처럼 기뻐하고,‘그’가 친 홈런을‘우리’가 친 홈런처럼 뿌듯해 하며 일본을 향해 어깨에 힘을 주지는 않았는가? 그러다가 이승엽 선수가 부진하자‘우리’에서‘나’만 쏘옥 빠지고 이승엽은‘너’가 되고, 그의 부진은‘나라망신’취급을 한다. 이것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가혹한 행동이 아닌가?

‘일본’에 대한 강박관념이 만든 불편한 기분

한국사회의 이승엽 선수에 대한 반응에는‘일본’에 대한 강박관념이 숨어있다. 첫째, 한국은 일본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의무감. 둘째, 일본보다 뒤지거나 못하는 것은 나라망신이라는 지나친 체면의식이다. 만약 한국사회가‘일본야구의 수준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의 국내복귀는 분명 환영할 일이고, 기대되는 일일 것이다. 왜 우리는 객관적인 판단이 아닌‘희망’때문에 멀쩡한 운동선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일까? 이승엽 선수는‘국가대표’도 아니고,‘한국’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선수일 뿐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인기와 실력에서 최고의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만약 박지성 선수가 한국에 돌아와 K리그에서 득점, 어시스트 등을 휩쓴다면 한국 팬들은 그런 박지성 선수를 불편하게 생각할까? 영국과 한국의 수준차이를 너무 적나라하게 증명한다며 한국축구가 우습게 됐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비교대상이‘일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보다 아래 수준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일본보다 아래 수준은 불편해 하는 한국사회의 속내가 있는 것이다.

이승엽 선수의 건투를 빈다

나는 이승엽 선수가 국내리그에 빨리 적응해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가 전성기 때만큼의 실력을 보여줘도 좋고, 그렇지 못해도 좋다. 성적에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팬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홈런 기록을 다시 갱신해도 좋다. 야구선수가 야구 잘하는 것을 보는 것이 팬으로써 가장 기쁜 일이 아니던가?

이승엽 선수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서‘일본반응’을 찾아보며 일희일비하는 스토킹은 그만하자.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일본의 반응’이 아니라‘이승엽 선수의 스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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