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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뒷북’의 한류기사

일본 최대 주간지 이름도 틀리게 읽는 기자들이 일본‘민심’을 읽는다?


지난 10월26일 한국의 언론들은 ‘일왕 손녀가 소녀시대 춤, 日우익들 보고 있나?’ , ‘일왕 손녀도 한류팬… 소녀시대 춤춰’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내용은 일본 천황의 손녀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일본의 한 주간지에 공개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뉴스를 접한 한국의 독자들은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소녀시대의 음악에 맞춰 일본의 공주가 춤을 추었다는 것을 보고 묘한 쾌감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류의 위력과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쾌감과 실감은 과연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얻게 된 것일까?

‘상상’과‘뒷북’으로 쓰여진 기사

그 기사들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스포츠조선은 “일본의 주간지 ‘후미하루’는 지난주 발행한 최신호에 아키히토 일왕의 손녀 가코(17)가 학교에서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진을 대서특필했다.”라고 전하고 있는데, 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기사가 실렸다고 지목한 주간지에는 ‘소녀시대’라는 단어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가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에이브릴 라빈, 그리고 언급된 노래는 로이 오비슨의 ‘Oh Pretty Woman’뿐이다.

소녀시대의 노래와 춤을 추었다고 한 것은, 춤의 안무 중 일부가 소녀시대의 안무와 비슷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렇게‘추측’한 것일 뿐이었다.(정작 소녀시대를 언급한 것은 다른 잡지였다). 그런 식으로 추측해서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면, 비틀대는 일본인은 모두“김흥국의 호랑나비 춤을 추는 일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한국의 언론들이 ‘후미하루 최신호’에 실렸다고 보도한 기사는 사실은 최신호가 아니라 무려 1년 전인 2010년 11월11일의 기사였다. 1년 전 기사가 실렸을 때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사진과 기사가 인터넷을 돌고 돌아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되자, 한국 언론사들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최신호’라고 보도를 한 것이었다.

적어도 기자들이 잡지를 구해서 실제로 읽어보고 썼다면 이런 실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잡지는 구경도 못하고 인터넷의 ‘카더라’라는 내용만 보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이렇게 부정확하고 뒷북을 치는 기사가 버젓이 실리게 된 것이다.

일본 게시판의 댓글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

이 기사들이 가진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한국의 기자들이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댓글’을 가지고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실제 위의 기사들은 일본 공주의 춤을 추는 모습을 소개한 뒤, 나머지 절반 정도의 내용을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일본 공주가 한국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며 일본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식으로 일본인들의 댓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사를 채웠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도 악플러와 비정상적인 반응은 어느 정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 중에는 별별 인간이 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한국인들이 기분나빠하거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만 퍼다 나르고 ‘일본이 우리를 이렇게 무시한다’, ‘일본이 우리를 부러워한다’라는 식의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이제 한국 언론의 ‘일과’나 다름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게시판은 게시판일 뿐이지, 기사 작성에 있어 무조건적인 ‘정보원(情報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언론들의 ‘일본 게시판 스토킹’과 ‘댓글 의존도’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할 정도다. 각 언론에 인터넷 뉴스 팀이라는 부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이런 문제는 점점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국 게시판의 악성 댓글만 모아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 기사를 쓴다면?

당장 한국의 포털사이트 댓글들만 봐도 악성 욕설이나 차별적인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만약 외국 언론들이 그것을 트집 잡아‘한국은 인종주의자들이 가득한 사회다’ ‘우리를 비하했다’라고 한다면 한국사회는 그런 비판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소문, 농담, 장난, 거짓말이 넘쳐나는‘댓글’로 한국사회 전체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 게시판의 의견을 훔쳐보고 그것이 일본사회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한국 언론들이 그만두어야 할 악습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조선, 민중의소리, 티브이데일리, 컨슈머타임스, 파이낸셜뉴스, 뉴스엔 등 매체는 최초 보도된 일본의 주간지를 줄줄이 ‘주간 후미하루(文春)’라고 보도했는데, 이런 실수는 각 언론들이 조사를 하지 않고 서로 간에 기사를 적당히 베끼거나,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그냥 통째로 번역기로 돌려서 쓴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에 더욱 확신이 들게 한다.

이 주간지의 이름은 ‘후미하루(文春)’가 아니고, ‘분슌(文春)’이기 때문이다. ‘주간분슌’은 일본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주간지이다. 일본 최대 주간지의 이름도 틀리게 읽는 기자들이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보고 어떻게 일본의 ‘민심’을 읽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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