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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전철을 밟는 이명박

대일관계에서‘양치기 소년’대통령을 그만보고 싶다

2004년 7월 당시 대통령이던 노무현은 일본에 대해서“재임기간 중 과거사 문제를 언급 않겠다”고 발언하여 큰 파문을 큰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일본과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우호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로서, 한일외교에서 가장 민감한‘일본과의 역사’를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는 실로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인 2005년 3월1일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하자”며 갑자기‘역사문제’를 또 들고 나와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6개월 전 했던 발언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었지만, 묘하게도 노 대통령의 식언(食言)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았고 오히려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노 대통령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그것은 당시 두 달 후로 예정된 4.30 재보선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었다. 당시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를 보면 노 대통령은 정권출범초기인 2003년에는 59%의 지지율을 보이다 2004년 8월에는 22%까지 급락하는 등 많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때 일본에 대해 강경발언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갑작스런 대일강경발언의 배경에 대해서 타임지 아시아판(2005년 4월18일자)이“열린우리당은 이달 말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고 한국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러한 반일 적개심을 부채질하는 것이 민족주의적 성향의 투표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노무현의‘일본 압박’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러한 대일자세 돌변은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그 비판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이명박 현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정권 말기 대선후보로서 선거운동에 한참이던 이명박 후보는 2007년 11월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며 임기 도중 강경외교 자세로 돌변한 노 대통령의 대응을“포퓰리즘이었다”고 규정하며“인접국가와의 관계를 민족주의나 국내 정치와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족주의를 외교에 연관시키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듯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1월 한일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일본에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발언 역시 우호적 한일관계를 위한 과감한 발언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한국 내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일본은 양국 간에 끊임없이 반복되는‘과거사’문제를 뛰어넘어 이번에야 말로 성숙한 우호관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환영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수명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우호관계가 아니라 신뢰만 잃을 뿐

이명박 대통령에 있어 2011년은 여러모로 골치를 썩은 한 해였다. 한미FTA문제로 인한 민심의 동요도 있었지만, 친인척 비리, 부동산 소유 의혹 등 임기 1년을 남겨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이때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을 뿐 아니라, 시간의 대부분을 위안부 이야기에 할애하며 일본의‘대응’을 촉구했다. 물론 일본 방문 직전 일본대사관 앞‘위안부 평화비’설치 문제로 한국 내 반일 분위기가 팽배해 있던 것도 이 대통령의 대일강경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비판했던‘노무현의 포퓰리즘’을 그대로 답습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한국 지도자들의 대일외교 관련 이러한‘변신’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정권출범 초기에는 항상 대범함과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한국 내 반대여론을 무서워하지 않는 과감한 대일우호관계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듯 온화한 대일자세는 정권 중반기 또는 정권 말기에 이르러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위기상황이 생기면 일본의 상황이나 태도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강경으로 변한다.

일본의 시각에서나, 다른 제 삼국의 시각에서나, 이러한 한국 대통령들의 행동은‘양치기 소년’으로 보일 뿐이다. 차라리 집권 초기‘과거사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을 안 했다면 모를까, 자기 입장이 난처해질 때마다 스스로 발언을 뒤집으며 들고 나오는‘반일카드’는 양국 간의 우호가 아닌 실망감만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이제 대통령 선거도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위급할 때마다 일본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일본 때리기 소년’이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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