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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등 실화 사회파 영화들이 한국영화시장 휩쓸고 있는 두 가지 원인

대중의 권력에 대한 피해의식과 사회현실에 대한 권력 감정 반영이 키워드

영화 ‘부러진 화살’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동안 25만7185명을 추가로 동원, 2월12일까지 누적 관객 수 309만6452명에 이르렀다. 물론 이게 끝도 아니다. 2월 내내‘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댄싱퀸’과 함께 3파전을 유지할 전망이어서 최종 관객 수는 350만 명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 같으면 이 같은 상황에‘이변’이란 단어가 꼭 따라붙곤 했다.‘부러진 화살’이 지닌 조건, 즉 저예산 규모에 사회파 콘셉트란 오랫동안 흥행불가 조건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부러진 화살’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외려 흥행예상까지 일었다.

영화전문 블로거‘애드맨’(http://wwww.adman.egloos.com)의 경우 이미 지난해 12월5일 포스트에서‘부러진 화살’에 대해“그냥 잘 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박 날 것 같다.”고까지 예측한 바 있다.

왜 그랬을까. 비슷한 저예산 규모, 실화 소재 사회파 콘셉트로 성공한 사례가 너무 가깝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400만 관객을 돌파한‘도가니’사례다. 그러다보니‘부러진 화살’이 실제로 흥행에 성공하자 두 영화 사이 공통점을 찾아 분석하는 태도가 미디어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그럼 미디어가 제시한‘도가니’와‘부러진 화살’사이 공통점은 뭘까. 역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건 둘 다 사법 불신 영화라는 점이다.

앞선‘애드맨’만 해도 그렇다. 같은 포스트에서“법조계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요즘 같은 시국에‘사법 불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한다. 이건 안 될 리가 없다.”며“ ‘사법 불신’을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성은‘도가니’로 이미 검증된 바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흥미로운 건 이 같은 해석이 실제 사법부 측에서도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지난 1월30일 양승태 대법원장은“영화( ‘부러진 화살’ ) 내용에 잘못이나 비판할 점이 많고, 법원 공격이 흥행 요소로 인식되는 풍조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면서도“왜 사람들이 법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대중이 법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에 법원 공격이 흥행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같은 조건에서‘도가니’, ‘부러진 화살’은 성공했지만 ‘아이들...’은 실패한 이유

이처럼 대법원장까지 받아들인 마당에 더 할 말도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이 같은 해석엔 여전히 무리가 따른다. 사법 불신 풍조가 사회에 만연해있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외려 넘쳐흐른다. 다만 사법 불신 풍조라는 제한된 경향이 관객을 극장까지 끌어들이는 셀링 포인트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보다 시야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

조희문 한국영화학회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1000만 영화공식에 대해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나는 최선을 다하는데 다른 나쁜 놈들 때문에 안 된다’며 공격 대상을 정하면 관객이 쉽게 공감한다”며“고민과 위기는 그들의 탓이 아니고 무능한 권력이나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당하는 것’일 뿐. 한국인의 국가와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건드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맞는 얘기다. 한국대중은‘본래’국가와 권력에 대한 불신은 물론, 한 개인이 사회기득권층으로부터 핍박 받고 희생당하는 설정의 콘텐츠에 크게 반응해온 역사가 있다. 1980년대‘어둠의 자식들’시절부터‘괴물’ ‘왕의 남자’ ‘실미도’ ‘해운대’등 21세기 1000만 영화들에 이르기까지 예는 끝도 없다.

그러니‘도가니’와‘부러진 화살’흥행도 결국 이 같은 전반적 경향에 종속된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는 얘기다. 뭔가 권력이라고 생각되는 세력을 비판하며 그에 대한 대중의 피해의식을 반영한 영화들은 비단 사법부뿐 아니라 정계, 언론계, 재벌기업, 전문직 고소득자, 심지어 미국·일본 등 강대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점에서 다 호응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사법 불신 풍조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도가니’와‘부러진 화살’흥행요인에 추가적으로 방점이 찍혀야 할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실화 소재란 점이다. 왜 이 부분이 중요한 걸까. 스포츠경향 2월14일자 기사‘봄맞이 영화 키워드는‘실화’ ’같은 경우“실화 영화는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극적인 비화 등을 다룬다. 실제 인물·사건인 만큼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녔다.”고 분석했지만, 엄밀히 말해 실화 소재 붐의 속성을 간파했다고 보긴 힘들다.

이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한 건 영화평론가 심영섭이다. 심 평론가는‘부러진 화살’성공 원인에 대해“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고 싶은 대중의 열망과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는 사회적 욕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한 바 있다. 줄이자면, 사회현실에 대한 대중의 권력 감정과 단죄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여타 실화 소재 사회파 영화들의 흥행분석을 통해 상당부분 설득력을 얻는다. 같은 콘셉트 내에서 상대적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아이들...’사례를 생각해보자. 확실히 소재의 인지도 차원에선‘아이들...’쪽이‘도가니’나‘부러진 화살’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절대 낮지는 않았다. 그런데도‘아이들...’은 시장이 텅 비어 빈집털이가 가능한 시기적 호조건에도 186만7849명을 끌어들이는데 그쳤다.

심영섭 평론가 해석에 비춰봤을 때,‘아이들...’의 문제는 바로“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고 싶은 대중의 열망”을 채워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아이들...’개봉 당시 소재가 된 개구리소년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 상황이었다. 대중이 사회현실 개혁을 위해 인터넷 등 활동으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또“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는 사회적 욕구”차원에서도‘아이들...’은 만족시켜 주는 부분이 없었다. 영화는 딱히 계급적 상징성도 없고 사회적 역할도 뚜렷하지 않은 특정개인을 범인으로 의심하며 끝난다. 이러면 개인에 대한 책임전가 부분에서 혼선이 일어난다. 책임 지우고픈 특정인이 대중의 피해의식을 반영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 즉 이미 사건 공소시효가 지나 대중의 권력 감정이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형호군 유괴사건 소재 영화‘그놈 목소리’는 아예 공소시효 폐지운동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이 같은 딜레마에서 빠져나간 바 있다. 범인은 더 이상 단죄 받을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사태를 더 만들어내선 안 된다는 당위를 내세워 대중의 권력 감정을 끌어냈다. 그 결과‘그놈 목소리’는 비수기인 봄 시즌에 314만3247명을 끌어 모으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마케팅 포인트를 불과 4년여 만에 다시 활용할 수는 없었고,‘그놈 목소리’와‘아이들...’의 희비쌍곡선은 그렇게 갈린 셈이다.

실화 소재 사회파 영화들 성공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

결국‘도가니’에서‘부러진 화살’로 이어진 성공라인에서 도출된 결론은 하나다. 한국대중심리의 근저를 치고 있는 두 가지 지점, 즉 권력에 대한 피해의식과 사회현실에 대한 권력 감정 반영이야말로 실화 소재 사회파 영화들을 성공시킬 필요충분조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역으로 이런 심리적 기제들을 어김없이 바탕으로 삼는다면, 향후 실화 소재 사회파 영화들은 한국영화시장의 믿음직스런 성공모델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 남은 건 소재 찾기다. 과연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줄 실화 소재가 얼마나 남아있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당장 조간신문 사회면만 한 번 펼쳐 봐도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한국사회는 참 많고도 많은 갈등과 딜레마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한 눈에 드러나 버리기 때문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대목이지만, 어찌됐건 덕택에 실화 소재 사회파 영화들의 도전기와 성공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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