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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돌입과 함께 몰락한 ‘K팝스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풀리지 않는 주박

‘K팝스타’는 모든 측면에서 절대 생방송 체제로 가선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SBS ‘K팝스타’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생방송 돌입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첫 회 9.3%(AGB닐슨)로 시작해 12·13회에서 각각 17.3·17.1%를 찍은 뒤, 생방송 첫 회인 14회부터 16.2%, 16,2%, 그러다 지난주엔 15.8%까지 내려앉았다.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이 생방송 돌입을 기점으로 시청률을 급격히 올려가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다. 원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생방송은‘재미가 없다.’연출의 묘미를 전혀 살릴 수 없을뿐더러, 사운드 및 영상제반 시스템 문제로 참가자들 실력 또한 제대로 포장되질 못한다. 구성도 단조롭고 지루해진다. 전반적으로 쇼로서의 완성도가 지극히 떨어지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언급했듯,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은 생방송 돌입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했던 게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사실 생방송 그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생방송 과정을 거쳐야만 1등이 누군지, 톱4가 누군지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여타 프로그램에선 그만큼‘1등이 누가 되느냐’가 더없이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내 우승이‘목표’가 될 수 없었던 ‘K팝스타’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은 좀처럼 잘 풀릴 것 같지 않은 참가자들, 현재 주류시장 분위기에서 동떨어지거나 도태된 참가자들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런 이들이 가수로서 인생을 재편하려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와 업계의 주목을 받아내야만 하고, 그러려면 일단 프로그램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게 급선무다.

그러니 기존 시청 층은 자신들이 응원하던 참가자들‘인생’을 위해 문자 투표‘씩이나’해가며 응원하는 것이고, 이처럼 고조된 분위기 탓에 미디어 보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그간 고정적으로 시청하지 않았던 계층까지 가담, 전반적 시청률 상승효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비록 쇼로서 완성도가 지극히 떨어지는 생방송 진행이더라도 말이다.

그러나‘K팝스타’는 상황이 다르다.‘K팝스타’참가자들의 목표는, 엄밀히 말해,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1등, 또는 상위 랭크돼 미디어와 업계의 주목을 받아 가수가 된다는, 꽤나 멀리 돌아가는 과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바로 눈앞에 자신들을 대형기획사로 데려가 줄, 그렇게 해서 스타로 키워줄 산업 수장들이 앉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로 앞의 산업 수장들‘눈’에 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고, 그 점을 시청자들도 모두 눈치 채고 있다.

물론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보다 상위 랭크로 올라간 참가자들일수록 업계 수장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대형기획사 입성 차원에서도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이미 심사위원 석에 앉아있는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부터가 이 같은 측면을 부정하고 나섰다.

스포츠동아 3월21일자 기사‘양현석“ ‘K팝스타’톱8 중 두 명 맘에 있어” ’에서 양현석은“ ‘K팝스타’출연자 중 혹시 욕심나는 후보가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떨어진 참가자 중 두 명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4월까지 접촉하지 않는다. 톱8에 오른 사람 들 중에서도 두 명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등수와 기획사 입성은 큰 관계가 없다는 고백이다.

이러니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K팝스타’를 끝까지 지켜볼 용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미 3대 기획사에서‘데려갈 만한’후보군 10~20명은 설정된 상태다. 나머지 등수 매기기는 그저 쇼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참가자들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더구나 3대 기획사 외 여타 기획사들에서도 참가자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바도 있다. 결국 진정한 우승 배틀은 4월 이후, 등수와 관계없이 이면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누가 과연 1등이 될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완성도 떨어지는 생방송 진행까지 덧씌워지니 시청 층 이탈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단 얘기다.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이 굳이 생방송 체제를 택했던 이유

이쯤 되면 마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백미처럼 여겨지는 생방송 돌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여타 프로그램들이 후반부 생방송을 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녹화방송으로 시청률 15%대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탈락자 스포일러를 막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돌기 시작하면 자연 김이 빠져버려 시청욕구가 저하되는 상황을 낳는다. 탈락자 정보를 프로그램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동시에 전달받으려면 생방송 외엔 답이 없다.

다른 하나는 소위 본방사수 욕구를 부추기는데 생방송만한 게 없다는 점이다. 본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대개 젊은 층이며, 이들은 인터넷 다운로드 등을 통해 시청하는 비중이 높은 계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 다운로드는 시청률 집계에 잡히지 않고, 따라서 광고수주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아까운 시청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고정 시청 층을 확보한 뒤 생방송 돌입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단 얘기다.

이 같은 이유들은 아마도 대다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웬만큼 다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이유들일 것이다. 그러나‘K팝스타’경우엔 그렇지도 않았다. 언급했듯, 누가 1등이 될지에 큰 비중이 기울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사실상 탈락자 스포일러가 나돌아도 큰 상관이 없었다. 스포일러가 돌건 말건 사후 편집을 통해 참가자들 공연을 더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 방향성에도 걸맞고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더 만족스런 쇼가 될 수 있었다.

또한‘K팝스타’가 취한 일요일 저녁시간대는 인터넷 다운로드 누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본방 시청자 확보 측면에서 막강한 시간대다. 일요일 저녁은 다음날 등교해야 할 10~20대, 출근해야 할 30대 모두‘가능한 집에 있으려 하는’시간대다. 그리고 마침 식사시간대와도 겹친다. 일단 TV를 틀어놓고 채널만 여기저기 돌리는 시간대에 가깝다.

결국 이 시간대 전략은 어마어마한 고정 시청 층 내에서 과연 어느 만큼이나 자신들 프로그램 쪽으로 채널을 돌리게 하느냐가 목적이지, TV 안 보고 인터넷 다운로드 받는 시청 층으로 하여금 TV를 켜도록 하는 게 목적이 아니란 얘기다. 본방사수 시키려 생방송까지 돌입해야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었다.

‘K팝스타’의 매력은 녹화방송 체제로만 빛날 수 있었다

나아가‘K팝스타’가 지닌‘K팝스타’만의 차별성과 매력요소들은 녹화방송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게 워낙 많았다. 먼저 참가자들의 유난히 낮은 연령대 탓에 부각된‘신동 쇼’로서의 측면을 들 수 있다. 노래신동들이 어른들도 감탄할 만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매력요소를 부각시키려면 완벽한 무대 및 음향제어가 필요하고 효율적인 편집이 필요하다. 미국 CNN 방송까지 탄 참가자 박지민의 공연영상도 상당부분 이 같은 연출의 묘에 의해 강조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렇게 잘 다듬어진 연출로 전반부를 장식하다 생방송 체제로 돌입해버리니 당연히 연출제어가 불가능해지게 됐고, 그와 동시에 각종 잡음들이 생겨버렸다. 참가자들은 지속적으로 실력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됐고, 결국‘신동 쇼’로서의 재미와 묘미도 반감돼버렸다.

한편‘K팝스타’특유의 방향성, 즉 인간적 묘사 없이 치열한 경쟁체제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낸다는 차원에서도 녹화방송 유지 쪽이 훨씬 유리했다. 어차피 대다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결국‘K팝스타’같은 지점으로 도달하게 돼있다. 전반부에 눈물샘을 자극해가며 참가자들에 인간적 애정을 쏟게 하다가, 생방송에 이르면 철저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이미 인간적 애정을 갖게 된 참가자들을 응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경쟁체제를 강조한‘K팝스타’는 상대적으로 참가자들에 대한 인간적 애정이 고조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 다수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경쟁체제 그 자체가 주는 드라마를 연출의 묘미를 살려 훌륭히 포장해냈기 때문이었다. 2월5일 방영된 10회에서 참가자 이정미의 극적 선발 상황이 대표적 예다. 상황의 시간상 배치나 연출, 편집 등의 힘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제대로 살려질 수 없었던 에피소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생방송으로 전환하고 나면, 똑같은 경쟁체제 강조 콘셉트 내에서 밀도와 긴장감, 감동, 교훈적 메시지 등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떨어져버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만다. 여타 프로그램들 생방송이 전반부와‘전혀 다른’성격으로 지루함을 경감시켜주기라도 했다면,‘K팝스타’는‘똑같은’성격임에도 질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아예 실망감을 안겨주게 됐다는 얘기다.

끝으로,‘K팝스타’의 숨겨진 셀링 포인트, 즉‘실제 업계’면면을 살펴본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녹화방송은 더 없이 절실했다.‘K팝스타’는 K팝이란 거대한 문화흐름을 이끌어낸 산업이 직접 참가자들을‘데리고 가’고도의 육성시스템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시킨다는 콘셉트로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그런 점에서 근엄한 심사위원들이 독설 몇 마디 날려준다거나, 멘토들이 참가자들과 인간적 유대를 싹틔워가는 따위 콘셉트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만큼이나 베일에 가려져있던 K팝 산업의 내부를 훔쳐본다는 즐거움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단순무식한‘무작정 연이어 부르기’식 생방송 체제로 돌입해버리니 이런 즐거움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다. 3명의 심사위원들은 생방송 체제 내에선 그저 여느 심사위원들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가 발견된 참가자들을 교정시켜 주는 모습도 없고, 그들을 근사하게 포장해주는 모습도 보여지질 않기 때문이다.

생방송이란 비효율적 주박 언제쯤 풀려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상황을 간추려보자. 생방송이 시작된 14회부터‘K팝스타’는 더 이상‘K팝스타’가 아니게 됐다.‘K팝스타’만의 차별성은 사라지고,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과 다를 게 없어졌다. 생방송 직전인 13회로‘K팝스타’는 막을 내리고, 14회부턴‘슈퍼스타K4’ ‘위대한 탄생 시즌 3’가 새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런데 이‘슈퍼스타K4’ ‘위대한 탄생 시즌 3’는 계속 시청자들을 잡아 끌만한 동력을 상실하고 그저 생방송 체제의 약점만이 드러난‘슈퍼스타K4’ ‘위대한 탄생 시즌 3’가 됐다. 시청 층 이탈 원인이 이 정도로 명백하게 제시될 수 있는 사안도 또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SBS와‘K팝스타’측에선 생방송 장비문제나 거론하며 매회 연주 사운드를 올렸다 내렸다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원인점을 애써 외면하며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제발 생방송이란 비효율적 주박에서 풀려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찾아볼 수 있었으면 바람이다.‘K팝스타’가 궁극적으로 납득할 만한 성과를 거둬 시즌2가 제작될 수 있게 된다면,‘K팝스타2’만큼은‘제정신’을 차려주길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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