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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백령도-영종도-DMZ 개발?

국방 안보 상 허약성은 도발을 유혹한다!



심상근
2013. 07. 06.

요즈음 백령도 관광개발이니 영종도에 수백 조 원 관광 시티를 조성한다느니,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연일 뜨는데,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생각들이다. 돈을 잔뜩 들여 백령도에서 철원에 이르기까지 온갖 관광시설들을 지어놓으면 이는 국방 상 약점이 된다. 예를 들어서, 수 조원을 들여, 혹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8-시티의 경우 수백 조 원을 쳐 들여, 남북 접경 지역에 관광지를 조성하는 경우, 북한이 그 근방 해상에 대포 수십 혹은 수백 발을 쏘면 관광객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 갈 것이고, 그 후 적어도 수 주 내지 수 개월 간은 유령도시처럼 텅텅 빌 것인데, 그러면 수조 원, 수백 조원 투자한 그 프로젝트들이 입을 천문학적 손실은 누가 감당하나?

개성공단에 근 1조원 들여 투자해놓고 폐쇄되어 입주기업들이 눈 더미 같은 손실에 끌탕을 하는 와중에, 백령도에, 영종도에, 철원에 다시 왕창 투자하여 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북한이 공략하여 남한 버릇 고쳐주기에 아주 편리한 취약점이 될 것이고, 투자한 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남한 정부에게 “저자세를 취하더라도 어떻게든 영업이 재개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일 것이다.

금강산, 개성공단이 닫혀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또 다시 백령도에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뱃길을 열고 관광시설을 짓는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국방과 안보의 관점에서, 상대에게 약점으로 보일 부분들을 노출하는 것은 피차 악재로 작용하기 쉽다. 세계대전도 천진난만한 평화주의가 설칠 때 일어났다. 6.25전쟁도 남한의 국방이 북한에게 한 줌 거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미국 트루만 정권이 유사 시 남한을 방기할 듯한 멍청한 선언을 한 후 발발하였다. 그러한 허약성은 상대를 유혹한다는 점에서 그 상대에게도 좋지 않다. 전쟁은 애초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한 유혹은 피차 참극을 초래한다.

트루만의 경우는 최악이었다. 유사 시 남한을 방어할 의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소련붕괴 후 공개된 문서들에 의하면, 북한은 40통의 편지를 스탈린에게 보내어 트루만 정책을 인용하면서 남한을 치자고 설득하였다. 그렇게 막상 북한이 급습을 하자, 트루만은 격노하여 백악관 집무실 내에서 왔다 갔다 뱅뱅 돌면서 미친 사람처럼 쌍욕을 해대었다. 당시 참모들이 남긴 기술에 의하면, 트루만은 북한이 자기를 얕보았다는 점에 격노를 하였다고 한다. 얕보이게 놀고, 얕본다고 화를 낸다? 최악이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다. 그러므로 흔히 국방도 필요하지 않고 그러므로 허술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스위스는 온 국민 남녀 모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금방 내일이라도 누가 침공할 것처럼 빈틈없는 국방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술함은 침공의 유혹을 주기 때문에 아예 빈틈을 안 보이는 것이다.

백령도건 영종도건 철원이건,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즉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결정을 하여야 한다.

한심한 이야기는, 백령도를 관광지로 만들면 남한이 더 안전해진다는 논리이다. 더 안전한 길은 국방을 튼튼히 하는 길 외에 없다. 중국관광객 잔뜩 유치한 상황에서 대포알이 인근 해상에 떨어지면 남한은 그 관광객들 보호하랴, 투자한 것 보호하랴 정신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들이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면 외교문제도 복잡해 지고, 세계적으로 뉴스도 더욱 호들갑스럽게 나갈 것이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완전히 지옥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임명 시 극우들에게 종북이라는 의심을 받았었다. NLL 평화지역을 구상한 장본인이라는 비난이 줄기차게 제기되었다. 거의 매일 나는 그러한 이메일을 받는다. 황당한 주장들도 있어서 듣고 마는 편이지만, 그들은 청와대 내에 좌파들이 잠입해 있고 그들이 실제로 대통령의 귀를 장악한 실세들이라고 주장한다. 김병관 사안, 윤창중/이남기 사안이 종북공작이라느니, 검찰 내 운동권 출신 검사가 국정원 수사 주임검사가 된 것도 그런 이유라느니, 윤진숙은 위장된 종북좌파이며 청와대 좌파들이 위장잠입 시켰다느니, 별별 이야기가 다 들린다.

그러한 극우들의 극우다운 주장과 별개로,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북한이 기분 안 좋으면 방해할 수 있는 지역에 투자를 하여 무슨 시설을 짓느니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어느 프로젝트건, 최악의 경우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이를 영어표현으로서 ‘showstopper’라고 부른다. 아무리 그럴싸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그 것이 애로에 봉착할 수 있는 상황, 즉 showstopper가 존재한다면,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고 정석이다.

백령도에 중국인 상대 관광시설을 짓고 중국인들이 드나들면 국방에 도움이 된다? 좀 이상한 논리 아닌가?

백령도에,
1) 해병대들만 있는 것과
2) 해병대와 어업을 하는 주민들이 있는 것과
3) 해병대와 주민들과 중국 관광객들이 득실대는 것

이 세 개의 상황들 중 어느 상황이 국방 상 가장 간결하고 처리하기가 쉬울까?
인근 해상에 포탄이 떨어지면 어느 경우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보도되고 한국경제에 북한 리스크가 가장 크게 부각될까?
어느 경우에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남남갈등이 커질까?

나는 윤진숙 장관이 종북좌파라는 극우들의 비난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여도, 특히, 개성공단에 투자해놓고 남남갈등이 극심한 지금, 백령도에 잔뜩 투자하여 관광시설을 짓는다는 구상은 이해가 안 된다. 남한이 코를 꿰는 일이다. 금강산, 개성공단도 모자라서 백령도, 영종도, 철원 등에 코를 모두 꿰어놓자?

나의 생각이 기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우라고 믿을만한 자료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극우들의 주장대로 종북의 위장잠입인지 아니면 당사자들이 그냥 생각이 짧은 것인지도 나는 모른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의문투성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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