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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김영자 한국무용가 "강강술래...국립민속박물관에 둥근 보름달을 수놓다"

<기고>해남 우수영강강술래...서울 삼청로 국립민속박물관 잔디마당에서 진목면 선보여

"국립민속박물관에 둥근 보름달을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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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날 아침8시30분 우수영에서출발 겨우 예정된 오후 6시 공연시간쯤 서울에 도착했다

함께 출발했던 우수영강강술래 보존회 회원 어머니들은 국립박물관에 도착하자마마 먼 길 업고 온 애기 내려놓듯 첫마디 말문을 이렇게 내려놓는다. “오메 뭔 사람들이 때 구름 맹키로 이리 많다야!”

그러자 옆 어머니가 한마디 거두신다. “아따 서울인 께 그라 제 그란 디 우리가 촌에서 올라왔다고 질(길)을 안 비켜 부러야!” 모두가 폭탄 웃음이 터졌고 그 웃음에 때 구름 같은 사람들이 옷 보따리를 들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의상을 갈아입기도 전 폭소 같은 시골 특유의 웃음으로 공연을 하고 말았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논과 밭에서 일을 하시는 농가주부와 식당, 마트, 작은 구멍가게까지 우수영의현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우수영, 황산, 화원주부들로 꾸려진 우수영강강술래 보존회 이다.

우수영 강강술래는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1회 공연 출연 단원에게 개인당 3만원이란 출연료를 지급한다.

내 개인전공으로 1회 출연 50만원 100원인 내게도 단원이기에 3만원이다. 이 출연료를 받고도 불만 없이 동네 울력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서울 올라온다. 피곤한 몸 이였지만 공연준비 의상을 갈아입고 몇 분 안 남은공연시간 대기 중에 있었다.

저만큼에 서 계신 어머니를 향해 한 어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아야 누구 아무개 는 껌~ 한(검은) 얼굴에 뭔 한데센(화운데이션)을 저캐(저렇게) 흭(하얗게)하게 볼랐으그나?” 하시며 속닥거렸고 그 뒤 어머니가 “이번에 깨 털고 고추 따느라 애쓰드만 꺼만 얼굴이 더 파삭 타부럿제!“ 하시며 ”그런 소리마라 할매 되어도 여자는 여자여!“ 순간 난 눈이 매워 지면서 눈에 눈물이 흥덩이 고이고 말았다

내 눈에는 하얀 얼굴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예뻐 보였다.

누구나 처녀 적 고왔을 어머니들이다. 각기 다른 곳에서 시골이란 곳으로 시집와 파란만장한 어려운 시대를 사셨다. 그러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순신장군이 그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지키시듯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중추절 가족모두 남겨두고 서울까지 함께하신 감사하신 어머니들이다.

먹먹한 가슴이 끝내 콧물을 훌쩍거리게 했고 훌쩍훌쩍 코를 흥흥거리며 들려오는 술래 소리에 발을 맞춰 유난히 파란 잔디밭 위를 하얀 코고무신으로 한발 한발 수를 놓아나갔다.

수세미보다 더 거칠어진 손들을 내밀어 앞사람과 뒷사람 손에 손을 잡고 동그란 원을 만들어 새색시 인사를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축제 폭죽처럼 하늘 높이 환하게 피어났다. 명량대첩 때 귀한 쌀 한 톨씩을 모아 군량미로 나눠주었다는 주먹밥이 이렇게 동그랬을까?

처음강강술래 인사는 그곳 때 구름 같은 관객들에게 도심 속에서 전통문화에 허기진 주먹밥 이였다. 이어 윽신윽신 뛰어노는 술래놀이가 시작 되었다.

남생이놀이, 청어엮기, 고사리꺽기등 지와를 밟고 진쥐새끼 꼬리를 따고 덕석을 몰고, 문지기문을 기여가 새색시 시집갈 때 타는 가마타기 놀이까지 했다.

저마다 고향에서 보았을 어린추억들을 담아 쟁반같이 둥근달로 마지막 수를 놓으며 파란 잔디밭 술래 소리가 어느덧 끝이 났다.

예쁘게 수놓은 달 속에 어린이 어른 생명누구나 들어와 대동풀이가 이어지면서 질(길)안 비켜준 서울 놈, 촌놈 할 것 없이 다 하나가 되었다.

누가 보아도 그 순간은 달 안이 우주가 되어 윽신윽신 자유로웠다.

“손에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이 모여져 하나의 우주가 되는 것” 이것이 우리의 민족 우수영전통강강술래의 진미인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 일행은 애써 수놓은 달을 밤하늘에 띄우지 못하고 먼 길 재촉하는 하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먼 길 달리느라 버스도 고생했던 오늘하루 우수영에 들려 해남 집에 도착하니 새벽2시였다.

언제 날 따라온 걸까?

국립박물관 잔디위에 수놓았던 달이 내 머리위로 휘영청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내게 말한다. “오늘 정말 잘했어”하며 피곤으로 휘어질듯 한 내 등을 “토닥토닥”

2014년 9월10일
한국무용가 김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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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한국무용가 김영자씨는 무용과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와 무용학원을 운영하면서 전통무용을 가르치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해남지킴이 춤꾼' 김영자씨, 중요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전수자 임이조 선생의 사사를 받은 김씨는 "마음이 고와야 춤사위가 나온다"며 '손에 붓을 들고 있다는 느낌으로 먹물을 튀기지 않도록 몰두해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을 잊지 않고 춤을 가르치고 각종 공연에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삼청로 국립민속박물관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해남 우수영 강강술래'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8호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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