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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없이 가보고 싶은곳을 꼽으라면 고향이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유전자를 영글게 만든 고향산천은 알게 모르게 내 가슴속으로 흐르고 있다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기에 가능한 마음 씀일 것이다.



농촌에서 사는 사람이라서 명절이면 여러 사람의 여러 형태의 귀향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필자는 고향과 귀향 이라는 단어에 유별나게 반응하는 편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자칫 현재 인정된 사회적 지위에 비해서 홀대받던 환경의 어린시절 고향에 대한기억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수 있다.

보통사람의 심리는 다 그러 할지도 모른다. 그 어원을 좀처럼 짐작 할수 없는 거의 잊혀진 골짜기 봉우리 들판 등 마을 구석구석 지명을 생생하게 칭하면서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친구가 있다.

현재 마을에 살고있는 사람인양 마을사람들과 티 없이 섞이는 그 친구에게서 한 서린 지난날을 긍정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사나이의 진짜 눈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습이 저런 모습 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했고 15살에 고향을 떠났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대목에서는 원망과 함께 아버지 정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넘친다. 멀쩡하던 녀석이 어느날 다리를 절게 되고 3km 이상을 걸어다녀야 했던 학교길이 힘들어 지더니 어느참에 일어서질 못하고 자리에 눕게 되었다.

소작농 아버지는 큰아들 병의 원인을 알아보기는커녕 누워있는 꼴을 보면서 저놈이 평생 내 고생 보따리 라는 푸념을 하시곤 했다. 아마 아버지는 아들을 포기 했던 모양이다. 지켜보면서 가끔 눈물만 훔치시던 어머니. 지금 생각해보면 영양부족에서 오는 양쪽 다리의 관절이상이었지 않았나 짐작한다.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의 그런 한탄을 들을 때면 어찌나 서럽던지 거의 기어서 마을 끝에 있는 나무 그늘에 나와 앉아 있곤 했다. 동무들이 학교갔다 돌아오는 시간이면 잠시 같이 앉아서 노는 시간이 그렇게도 좋았단다. 특별한 처방없이 그저 밥먹고 누워 있는 시간이 3년정도 흘렀다.

애들이 중학교 간다고 입학원서에 찍을 도장을 파러 다니던 시기 한쪽 다리에 약간 기운이 생기더니 절뚝거리며 일어설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다리도 통증이 없어지고 불편하게 걸을수도 있게 나아졌다. 동무들이 중학교를 가게 되자 은연중 대화중에 공유하는 부분이 없어지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맘속에 새길을 찾는 욕심이 생기드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냉대가 여전한 어느날 무작정 가출을 작심 한다. 그 춥던날 밤 행상인 어떤 아저씨의 불량한 마음에 편승하여 식구들 몰래 그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그날밤 생생한 기억은 마을 또랑을 훌쩍 뛰어서 건넜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엄두를 못내던 동작이었다.

15살아이의 가슴속에 대못이된 아버지로 부터의 버림받음과 더 이상 설곳이 없어졌다는 무서움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투지 그것 하나였다. 부산방면 어느 곳 고물상에 인신매매 되듯이 내려졌고 짐승과 같은 대우의 세월이 5년정도 흘렀고 그 사이 심하게 절름거리기는 했으나 다리에 힘이 생겼다.

나름의 세상을 보는 눈이 트이자 곡절 끝에 금은 세공을 배우게 되었고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상당한 자산가가 되어있다. 피붙이 하나 보이지 않는 고향, 명절은 물론 수시 불쑥 불쑥 머나먼 길 찾아드는 그의 마음속에 고향은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에너지요 사회생활을 일구는 기의 원천이었다.

남은 식구를 챙길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아버지의 냉대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변해있다. 아버지에게 그런 대우를 받을 때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 또한 오직했으랴 그러나 그는 그 비참한 기억들을 고향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지금의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원한과 치욕적인 열등감을 극복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존심을 보았다. 부모마저도 따뜻하지 않았던 무엇 하나 아늑한 기억이 없는 고향땅과 처참했던 소년기를 마음 깊은 곳에서 보듬어 선으로 변환시키는 그의 눈물 속에서 나는 인간의 위대함을 발견했다.

추석보름달이 유난히도 평화로운 금년 한가위 달밤은 그의 귀향이야 말로 진정한 금의환향임을 인증해주는 듯하다.

2014년 추석날에
칼럼리스트 임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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