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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야당추천 이사들 또다시 ‘표결 알러지’

‘녹취록 진상규명’ 결의 안건 재상정에 표결 언급되자 ‘안건 철회’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이 또 다시 ‘표결’에 대한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며 본인들이 제안한 안건을 철회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지난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유기철 이완기 최강욱 등 야당추천 이사 3인은 ‘백종문 녹취록 사건 진상 규명 및 백종문 본부장 출석의 건’을 결의안건으로 다시 제안했다.

해당 안건은 방문진 이사회에서 진상규명을 진행하지 않고, 다만,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안건 보고 차 이사회에 출석하면 관련 질의와 응답을 통해 본인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무리 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죄를 묻거나 추궁하는 식의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데 약속하면서도 진상규명은 해야 한다는,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추천 유기철 이사는 “해명을 요구하는 형식이 아닐 경우 이사장님이 알아서 진행하시라”고 말했지만, 이완기 이사는 진상규명을 위해 의혹이 제기되는 사항들을 반드시 따져 묻겠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결의사항 안건으로 상정되자, 이인철 이사는 “지난번에 한 번 논의가 돼서 표결하느냐 마느냐 얘기 한 번 나왔다가 다음에 불러서 해명의 기회를 갖자고 결론이 난 건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의안으로 올린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 생각되고 종결된 것을 다시 논의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기철 이사는 “제안 설명하기도 전에 하실 얘기 아니다”라며, ▲이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기본과 원칙을 지켜 ‘진상규명’ ‘백 본부장의 사과’ ‘처벌’ 등을 했어야 함 ▲출석 전에 이사회가 이미 술 먹고 한 일로 결론지음 ▲정공법으로 출석시키지 않고 다른 것 하면서 ‘오신 김에 하시라’는 절차상의 하자 ▲회사 안에 녹취록 피의자가 눈뜨고 뻔히 살아있음 ▲MBC 현안과 녹취록 10종셋트 다 연계돼서 계속 쟁점화될 수 있다는 등의 재상정 이유를 말했다.

녹취록 건으로 2개월여간 진행해 온 합의에 따라 이사회는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유기철 이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전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의 합의 해 온 내용과 과정을 무시한 채 사실상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유의선 이사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르다. 해석도 다르고 그래서 쓰는 용어도 다르다. 한 쪽은 자백이라 그러고 한 쪽은 말실수라 한다. 나름 관련 자료 다 읽고 다 따져보고서 6시간 논의했고 내린 결론이 ‘의혹 제기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미흡하다’, 거기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까 말이 다른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고발이 들어갔고 수사가 진행중” 이라며, “다시 결론나지 않는 갑론을박 해 봐야 합리적인 결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이사는 이 날 안건 재상정이 지난 회의에서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빚어진 상황이라며, 백종문 본부장의 출석 혹은 녹취록 관련 진상규명 건을 지난 논의의 결과, 즉, ‘백종문 본부장이 안건 보고를 위해 이사회 출석하면 녹취록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해명의 기회를 부여한다’를 확실히 하기 위해 표결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이완기 이사는 이에, “또 표결하자는 것이냐”고 되물었으나, 최강욱 이사는 “지난번에 제대로 진행이 안됐고, 고육책으로 안건이 다시 제출된 건이다. 지난번에 하다가 중단된 것도 있고 하니, 그런 절차로 진행하되 반복해서 성의 있게 했네, 안했네, 얘기 안 나오도록 발언시간 충분히 하시고, 본인에게도 충분한 소명 기회 주도록 하자”며 타협을 시도했다.

이완기 이사는 정식으로 진상규명을 하기위해 백종문 본부장을 출석시켜야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니 본인이 양보하겠다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그러나 질의응답 과정이 본인의 관점에서 미흡하다 생각하면 다시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말하는 등 ‘진상규명’에 대한 본인의 사적 집착을 공론화하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자, 여타 이사들은 비생산적인 회의 진행을 반대한다며 고영주 이사장의 판단을 요구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최강욱 이사의 타협안을 받아들이며, ‘백종문 녹취록 사건 진상 규명 및 백종문 본부장 출석의 건’을 철회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완기 이사는 “출석 건은 철회지만, 진상규명 건은 철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고, 고영주 이사장은 “그러면 진상 규명에 대한 건을 표결로 진행하자”고 했다. 최강욱 이사는 “진상규명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실 걸로 하시라”며 표결을 만류하고 나섰다.

8인의 이사들이 재논의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갈리자, 고영주 이사장은 “일단은 안건 철회하신 걸로 하고 질의 기회 주겠다”며, 이전 회의 결과를 확정했다.

지난 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폭로한 녹취록 내용에는 MBC 경영진 일부와 박한명 전 편집국장 등 폴리뷰 인사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포함돼있다. 최 의원은 녹취록 폭로와 함께 MBC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방문진 야당추천 이사들은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을 지난 2월 4일 결의사항 안건으로 제안했다. 당시, 최강욱 이사는 “여기서 이 안건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진상규명할 수 없다. 진상규명을 위한 얘기를 하는 것인데, ‘여기서 진상이 규명됐으니’가 아니고, ‘앞으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논의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이어, 2월 18일 이사회는 같은 안건으로 다시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민희 의원으로부터 녹취록 전문과 녹음파일 전체를 제공 받아 확인할 결과, 다수의 이사들은 대화의 성격이 ‘사적’이라는 점이 더욱 확실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최민희 의원과 언론노조 및 야당 추천 이사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부당해고’와 실제로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며, 이에 따라, 의혹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으나 의혹만으로 죄를 묻거나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논의를 할 수는 없다는, 즉, ‘진상규명’ 자체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야당추천 이사들이 지난 해 고영주 이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이사장 불신임 이유로 제시한 바 있지만 위반이 아닌 것으로 해소돼, 여타 이사들은 실질적인 증거 없이 안광한 사장 혹은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방문진이 회사 내 비위행위를 직접 조사하는 형태로 관여할 수 없다는 것도 진상규명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로 거론됐다.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결의사항’ 으로서 결론을 내기 위해 표결에 붙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야당추천 이사들의 격렬한 반대로 표결도 진행하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안건이 기각된 것이다.

녹취록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찬반 수가 분명한 상황이지만 형식적인 종결을 맺지 못해 야당추천 이사들이 지속적으로 이사회 논의 도중 화두를 꺼내 쟁점화시킬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야당추천 이사들이 녹취록 건에 대한 표결을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최민희 의원이 요구했던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 해임권을 방문진이 쥐고 있기 때문에 야당추천 이사들은 또 다른 해고 사유를 찾기 전 까지는 이 같은 가능성이라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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