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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을 위한 행진곡’ 보도가 증명한 종편의 ‘수준’

국가보훈처를 악당으로 만든 종편4사의 편협한 보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제창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16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날 메인뉴스 프로그램에서 일제히 관련 소식을 다뤘다.

KBS 뉴스9은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현행대로 ‘합창’”>, <[이슈&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제창 매년 갈등> 등 2꼭지로 나갔고, MBC ‘뉴스데스크’도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아닌 '합창' 유지, 5·18기념곡 불가">, <野 보훈처장 해임 거론 반발, 與 재고요청> 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SBS 8시뉴스 역시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안된다">, <두 야당, 보훈처장 해임 추진…암초 만난 협치>, <제창 VS 합창 놓고 8년 갈등…어떤 노래길래> 등 세 꼭지로 나눠 이 곡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 보도했다.

3사 모두 대체적으로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이 곡에 대한 소개, 여야의 반응, 찬반 양측의 의견을 충실히 전달했다. 기계적 균형을 맞춘 보도가 종종 욕을 먹곤 있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이 곡에 대한 이념·정치 진영 사이의 해석이 크게 다르고, 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이럴 경우 언론이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보도는 가장 공정한 잣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TV조선, 채널A, MBN의 개념 없는 보도 ‘눈살’

그렇다면, 종편4사의 메인뉴스의 보도는 어땠을까? TV조선 뉴스쇼 판은 4꼭지의 기사에서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보훈처 "제창 불가"…'협치' 물건너가나>, <野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與도 "재고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靑에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무슨 노래 길래>,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나올까> 등의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는데, 보도의 방향 등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본질보다 곁가지에 치중해 보여서다.

또한, 리포트와 기자 코멘트 등을 통해 “노래하나 때문에 협치가 거론됐던 좋은 분위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8년 째 되풀이되는 소모적 논쟁에 오랜만의 협치 분위기마저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오랜 사회적 논란과 논쟁 여부는 무시하는 듯 했다. 또한 박승춘 보훈처장 개인에 대해서도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 ‘돌출 행동으로 찍힌 밉상’ 등의 발언으로 인신공격성 발언도 더했다.



채널A 종합뉴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임을 위한 합창이냐 제창이냐 ‘논란’>, <국가보훈처장 ‘국회 파행 제조기’ 별명>, <박지원만 ‘귀띔’…뿔난 우상호 ‘발끈’>등 총 3개의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

채널A 역시 보훈처의 합창 고수 결정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제창 불허 결정을 밀어붙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겐 5년 전부터 '국회 파행 제조기'란 별명이 붙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짙은 보수색채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줄기차게 해임 요구를 받아왔지만, 꿋꿋하게 버텼다”며 “하지만, 청와대의 숙고 건의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원안을 고수하면서 이번엔 해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N 뉴스8은 <국가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방식 유지">, <같은 기념일인데 기념 노래 형식 제각각>, <'임을 위한 행진곡' 유래와 의미는?>, <야권 "보훈처장 해임해야"…새누리도 "재고해야">, <우상호 "국민의당만 파트너?"…난처해진 정무수석> 등 5꼭지의 리포트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다.

김주하 앵커는 소식을 전하며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의 '협치' 행보가 시작부터 꼬인 모습”이라며 “야권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고,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MBN의 보도는 TV조선과 채널A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박승춘 보훈처장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인신공격성 보도는 없었던 것이 차별점이었다.

국가보훈처 비판에만 몰두한 JTBC뉴스룸의 편파, 보훈처장 매도는 정당할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관련, 문제적 방송사 JTBC뉴스룸은 종편4사 가운데 가장 일방적인 보도로 유명세를 자랑했다.

<"제창으로 항의할 것"…격앙된 광주, '갈라질' 기념식>, <[인터뷰] 박지원 "'임을 위한 행진곡' 윗선 입장 변화 있을 거라 기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고수한 보훈처…거센 후폭풍>, <'협치' 뒤흔든 국가보훈처의 결정…내부 분위기는?>, <[비하인드 뉴스] '박승춘'을 위한 보훈처…끊임없는 구설> 등의 관련 기사 5꼭지에서 “광주 현지의 분위기는 더욱 더 격앙됐다. 올해는 기념곡 지정까진 아니더라도 제창은 허용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 “결과적으로 민주사회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국론 분열로 규정한 것 자체부터 정부 방침의 변화에 이미 한계를 내포한 것 아니냐” 등의 논평을 더해, 보훈처의 합창 결정을 비판적 논조로 보도했다.



자칭 ‘균형있는 보도’를 자랑하는 뉴스룸이지만, 이번 논란을 두고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듣는다거나 이 곡에 대한 설명과 제창 반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아예 생략하는 편파성을 자랑했다. 제창 요구 측과 5.18 관련단체들의 반발을 집중 부각시켰고, 또한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타 종편과 같이 보훈처장 개인에 대한 뒷담화형 비판 보도도 잊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및 기념식 합창·제창 여부는 쉽게 판단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국가보훈처의 입장이 비상식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설명했듯, 이 곡에 대한 이념·정치 진영 사이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무엇보다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국가보훈처가 국론을 모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 주제로 MBC 백분토론에 출연했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박사는 18일 통화에서 “지난 2~3년간 국가보훈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합창 여부 등에 대해 양쪽 의견을 듣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5.18단체 등 제창 찬성 측에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거부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이슈를 다룬 언론사들의 이와 같은 보도행태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왜 종편4사와 다른지 위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종편이 ‘국가보훈처의 합창 결정은 잘못됐다’는 전제를 깔고 보도하는 선입관과, 논란의 본질을 무시하고 여야 협치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왜곡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보훈처장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도 논란의 핵심을 빗겨가게 만든다고 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장시간 논란 속에 국론분열만 더욱 키우게 된 탓은 언론, 특히 종편의 이 같은 편견과 단견 때문은 아닐까? 국가보훈처가 국론분열의 원인이라는 종편의 비판에 그래서 동의하지 못하겠다. 종편도 제 역할을 한 뒤에 비판보도 해야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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