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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세월호에 갇힌 문재인 구정치 덫에 걸린 안철수

대선 마라톤 오버 페이스, 깜냥과 한계 일찍 드러낸 선수들


세월호 참사와 구의역 사고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선박회사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운행, 사고 책임자들의 미숙함과 무책임, 근본적인 안전불감증 등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었다. 구의역 19세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에는 소위 메피아의 횡포가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서울메트로 정규직들의 철밥통을 지켜주기 위해 돌아가던 구조가 억울한 죽음을 자꾸 불렀다. 우리가 이런 사고를 기억해야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지 증오와 분노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이 “구의역 사고는 현 정권이 만든 지상의 세월호”라고 선동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무책임한 짓이다. 기억해야 할 것을 잊게 만들어 또 다른 죽음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추모는 희미해지고 정치투쟁의 악만 남은 듯한 세월호는 적지 않은 국민에게 이제 그만 잊고 싶은 기억이 됐다. 참사 이후 우리의 안전은 얼마나 나아졌나. 문재인은 구의역 사고마저 그렇게 만들고 싶은가.

참사의 기억은 안전의 교훈으로 새겨져야 한다. 야풍(野風)이 수도권을 휩쓸었던 지난 총선에서 단원고가 있는 안산 갑을은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세월호의 기억이 그 중심에서부터 지워지기 시작한 이 냉정한 현실을 보고도 문재인은 아무런 위기감이 없다. 그러니 구의역 사고를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정권은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고,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듣지 않았다.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업무만큼은 직접고용 정규직이 맡아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외면했다”는 주장에는 서울메트로의 갑질, 하청업체와의 유착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빠져있다. 모두가 지적하는 박원순 시장의 무거운 책임도 그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맹목의 분노를 일으켜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어리석음이다.

모르쇠 문재인과 구태의연한 안철수

불행한 사고와 고통스러운 현실의 이유를 모두 외부로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나와 우리의 책임은 묻히고 대안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이 나라를 이끌 최고의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이다. 손바닥만한 조직의 리더도 잘 하지 않는 남탓과 책임전가로 일관하는 그런 본인의 깜냥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 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이라도 해봤나. 그렇게 현 정부에 책임을 덮어씌운다고 “이제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며 안전한 대한민국,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 일은 정권교체 후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가 됐다”는 말을 믿고 순순히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 총선을 앞두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본인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하고도 여태껏 ‘나는 모르쇠’ 하는 게 문재인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정치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라는 사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문재인과 함께 유력한 또 한 사람의 대선주자 안철수도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말만 번지르르했던 안철수의 새정치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태를 계기로 내밀한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여야의 구태정치에 신물이 난 많은 국민은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다. 그렇게 힘을 얻은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그동안 얼마나 입바른 말을 해왔나. 마치 자신들은 천상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르치고 균형자 노릇을 할 것처럼 굴었다. 김수민 의원이 선거홍보물 업체에 일감을 주고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은 안철수의 핵심 측근 인사와 당의 주요 인사들까지 줄줄이 엮여 거대한 태풍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김수민 의원 비례대표 공천 의혹까지 사태는 들불처럼 번져갈 태세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김수민 의혹이 안철수 새정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구태정치의 전형인 불법정치자금 의혹은 말할 것도 없다.

깜냥과 실력 들통 난 리더들의 미래

유력 정치인 안철수를 만든 원동력의 팔 할은 청년들의 지지와 성원이었다는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 든든한 집안도 백도 없는 청년들은 그가 하는 말과 약속을 새기며 꿈과 희망을 키웠을 것이다. 안철수 역시 책이나 강연을 기회로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꿈과 비전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안철수의 정치가 선택한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본인의 노력보다는 금수저 집안 출신에 낙하산 공천을 의심받고 있다. 게다가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고작 서른 살 청년이 뭘 알겠느냐고 조직적인 당 차원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김수민은 기업을 이끈 CEO 출신이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 취급을 해서는 곤란하다. 김수민 사태가 안철수에게 진짜 위기인 것은 그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했던 말과 약속, 비전과는 정반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법정치자금 의혹의 주역, 태생적 금수저 출신, 거기에 별 다른 경력도 없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받은 의문의 벼락출세, 이것들은 대한민국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뜬구름 같고 모호하기만 했던 새정치의 속살이 김수민을 통해 실체적 진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안철수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단순히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어떤 불법 의혹에 연루돼 지탄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이후 수사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존립은 물론 안철수 정치의 존립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1년 반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차기가 유력하다는 후보 문재인과 안철수는 이미 이렇게 자신들의 깜냥과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요동칠지 명확하게 내다보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시간은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다양한 형태로 시험하고 검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국민은 현명한 관찰자가 될 것이다. 이미 한계에 부딪힌 문재인과 안철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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