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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그것이 알고 싶다> 장항 수심원편-인권도 해법도 다 놓쳤다

18일 방송 ‘다시 인간의 조건을 묻다-장항 수심원’ 편…“정신질환자 편견을 버려” 구호가 편견을 없애진 못한다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인간의 조건을 묻다-장항 수심원’ 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방송은 지난 1997년 방송 이후 사회적 충격과 공분 속에 폐쇄된 서해 유부도 정신질환자 수용시설인 장항 수심원 원생들의 지난 20년간의 삶을 추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장항 수심원의 인권유린 실태를 지 네 차례에 걸쳐 고발했다. 수심원의 인권유린 실태가 방송으로 폭로되면서 보건복지부가 해당 시설을 폐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인지, 이날 방송 내용은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기보다 수심원이 폐쇄되면서 자유의 몸이 돼 떠났던 원생들의 이후 삶에 초점을 맞췄다.

제작진은 그곳에서 원생이었던 자신이 병원 측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환자를 살인했다는 한 제보자의 이야기를 들었고, 20여년전 수심원을 운영한 강 원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저는 형도 살았고, 죗값을 치뤘다”며 인터뷰를 거부하는 강 원장의 모습도 내보냈다. 이런 강 원장의 모습은 인권유린 피해자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뻔뻔한 가해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방송은 내내 정신병자 수용시설인 수심원의 당시 인권유린 실태와 이후 환자들의 비참한 삶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들 의사에 따라 강제입원하고 시설은 이런 환자들을 강제로 독방에 가두고 수갑을 채우고 구타를 하는 등의 처참했던 당시의 인권유린 사실을 재조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생들은 수심원을 떠나서도 또 다른 시설에 들어가거나, 자살 등의 이유로 상당수의 원생들이 사망한 사실을 전했다. 가족들에 의해 외면당하고 사회를 떠돌다 비참한 생을 마감하는 등의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됐다.



“정신질환자 편견을 버려” 수준에 그친 ‘그알’ 제작진…다 놓친 방송

문제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방송을 통해 드러낸 제작 의도가, 무작정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정신병원 등 시설에 갇힌 환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실태와, 가족과 사회의 냉대, 치료 후 사회복귀의 어려움, 가족들에 의해 강제 입원조치 당하는 현실에서 법적 문제 등의 여러 문제를 펼쳐놓고만 말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기했다면 제작진은 그 가운데 한 가지의 문제라도 파고들어, 대안 및 해법을 제시하는 쪽으로 방송이 전개됐어야 구성상 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수심원 원생들의 피해실태와 가족, 사회, 국가의 방치와 무책임을 지적하며 ‘가해자’로 부각시켰을 뿐이다. 즉, 방송은 ‘정신질환자란 이유만으로 이들의 삶이 유린당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는 인권문제와 동정적 측면만 강조했다.

가족 등 타인에 의해 강제 입원한 환자가 어떤 경로로 입원을 했는지의 문제적 사례도 전혀 제시되지 않았고,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 사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방송의 제작진 의도가 드러난 막판에, MC 김상중과 출연한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막연히 ‘정신질환자들도 우리와 같은 인권이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은 안 된다’, ‘정신질환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가족과 사회 국가의 책임이다’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뜬금없는 강남역 살인 끄집어낸 제작진, 언론이 문제다? ‘그알’이 문제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듯, 이른바 강남역 살인 피의자 화면을 내보냈다. 언론이 살인 피의자인 김씨가 정신분열증 환자임을 보도한 것에 대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방송은 이 대목에서 이성재 변호사가 “이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지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인식이 사실은 배경에 깔려 있어요. 빨리 저런 위험한 것들을 빼내라 그러면 그 사람들은 사람 취급 안해도 된다”, “구체적으로 부탁하고 싶다면 언론입니다. 결국은요. 정신질환자의 편견은 온통 언론에서 나오지 밖에서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유독 가끔가끔 나타나는 정신질환자의 살인사건에는 이와 같이 마녀사냥을 하듯이 전 정신질환자를 다 위험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사회로부터 빼버리느냐는 말이죠.” 등의 발언을 한 장면을 내보냈다.



또한, 홍나래 정신과전문의가 “실제로 그런 사건이 한 번 있다고 해서 정신질환자분들이 특히 조현병 환자분들이 모두 다 그렇게 위험하고 쉽게 말하면, 모두 다 경찰에 의해서 강제 입원을 당해야 된다랃든지 그런거는 절대로 아니거든요. 실제로 범죄율을 봤더니 범죄율 자체는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더라. 이거는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들이에요.”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우려하는 인터뷰 장면을 방송했다.



MC 김상중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세상은 유독 정신질환자 범행만큼은 그들의 질병에서 찾으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가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강남역 살인 피의자가 정신분열증 중증 환자이며, 범행동기가 병적 증상의 발현에서 기인한 묻지마 살인이었음은 사실로 확인됐다. 언론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것을 놓고 ‘언론이 모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비약이자 왜곡이다.

이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장항 수심원 편은 막판 강남역 살인 사건을 끼워 넣음으로써, 당초 장항 수심원 편의 제작 의도마저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그알’ 캠페인식 주장으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는 제작 의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 사례로 꼽은 대목은 오류이다.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것도 이 병 환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서다. 무작정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 식만 강조한다고 편견을 없앨 수도 없다.

김상중은 방송 막판에 “필요하다면 사람을 시설에 가둘 수 있다는 발상, 필요하다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는 생각, 이는 우리가 20년전 과거를 통해 경험한 아픔입니다. 지금 우린 그 아픔을 다시 반복하려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1997년 우리는 유부도에서 원생들을 탈출시켰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이란 이름의 편견의 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섬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지 다시 인간의 조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장항 수심원 편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는데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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