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앞서 25일, 조국 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 자료들을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 진실위)에 제보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대가 관련 원칙적인 판정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왜냐하면 서울대는 이미 조국 수석의 석사논문, 전문박사(JSD) 논문, 그리고 학술지논문 초록(abstract)의 연구윤리위반 문제도 모두 두둔하거나 은폐했던 전력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나 기관의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어떤 제대로 된 진실성 규명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학계 내부에서조차 그리 높지 않다. 연구윤리 분야로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는 2014년에 4년제 대학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 및 인식’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연구자들이 실제로 연구부정행위를 목격해도 ‘소속기관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제보’한다는 경우는 고작 5.5% 에 불과했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는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실제로 문제 해결을 전혀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학자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제도적 응징은 불가능한 것인가? 다행히 고무적인 결과도 있다. 미국의 연구윤리 전문가인 로체스터 대학교 의과대학 폴 브룩스(Paul Brookes) 교수는 2014년에 ‘PeerJ’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Internet publicity of data problems in the bioscience literature correlates with enhanced corrective action’을 통해 어떤 이의 연구부정행위를 언론, 인터넷에 사전에 공론화했던 경우와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 학교나 기관의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아무런 사전 공론화없이 연구부정행위 제보가 이뤄진 경우는 학교나 학회의 조치가 이뤄진 경우가 고작 3.1% 수준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사전 공론화를 동반한 경우는 학교나 학회가 문제제기에 철회나 정정 등 학교나 학회가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한 경우가 23%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조국 민정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에 대해서 공론화를 동반한 제보를 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폴 브룩스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경우 그래도 최소한 1/5 의 올바른 판정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아래에 조국 민정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 실태를 해설보고서와 시각화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공개한다. 독자들이 이 자료를 살펴본다면 백치가 아닌 이상, 그 누구라도 조국 수석의 자기표절이 직관적으로로도 명백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가 이렇게 뚜렷한 연구부정행위 문제조차 왜곡·은폐하는 결론을 내놓는다면, 결국 서울대는 외부 일반인들에게 그 학적 권위가 완전히 추락하게 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대가 연구진실성 문제와 관련해 도출한 어떤 결과도 제 3자들은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결과를 서울대가 자초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비단 조국 수석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서울대가 과연 서울대라는 브랜드가치에 충실한 대학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모쪼록 본지와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논문표절 검증 공론화 작업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조국 민정수석의 학술지논문 자기표절 문제 (1)
1. 국가보안법 관련 2003년도, 2002년도 학술지논문의 이중게재 문제
조국 민정수석이 2003년도에 ‘기억과전망’ 제4호에 발표한 논문 ‘정치적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가보안법 개폐’은 2002년도에 ‘정치비평’ 제8호에 발표한 논문 ‘국가보안법 전면폐지론’과 내용의 95% 가 일치한다. 서론 일부만 다를 뿐이고, 본론과 결론이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옮겨졌다.
조국 민정수석은 2009년도에 당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논문 자기표절 문제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을 경우 명백한 중복 게재”이며 “1990년대 초반까지는 관행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에는 이미 표절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은 상태라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고 증언했던 바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논문을 발표한 2002년, 2003년이 바로 2000년대 초이다. 특히 이번 논문 자기표절의 경우는 부분 자기표절도 아니고, 완전 자기표절로 사실상 똑같은 논문을 각각 다른 학술지에 게재한 명백한 중복게재, 이중게재의 경우다. 후행 논문에는 물론 선행 논문에 대해서 어떤 언급도 되어 있지 않다.
두 논문의 결론부부터 한번 살펴보자.
아예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논문에는 2002년 논문에 있었던 각주가 사라졌을 뿐이다.
차라리 논문 제목이나 같으면 두 개 학술지를 받아보는 사람이라면 동일 논문을 발표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었겠지만, 조국 민정수석은 논문 제목을 크게 수정했다. 특히 서론 부분을 많이 바꿔놔서 논문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사람이 아니면 동일 논문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아래는 두 논문의 서문이다.
결론도 똑같은 두 논문이 서론이 달라야할 이유가 뭘까? ‘다모클레스의 검’을 언급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2003년 논문의 서문은 2002년 논문의 서문과 많이 달라져 있다.
물론 본문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2년 논문의 2장인 ‘냉전과 독재를 위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서두부터 내용 전체가 2003년 논문에 각주는 모두 빠진 상태로 그대로 옮겨졌다. 앞으로 학생들도 리포트를 이런 식으로 제출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학교 졸업이 무척 쉬워지긴 할 것이다.
아래 2장 2부도 보라.
2002년 논문에 있는 2장 2부 ‘반민주성-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입법형식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내용이 전부 2003년 논문에 그대로 옮겨졌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기가 버거울 정도의 긴 내용이다.
이런 기조는 3장 ‘국가보안법 유지론 비판’에도 이어진다.
역시 모든 내용이 그대로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 아래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그래도 3장의 2부는 일부 편집의 노력은 있었다.
3장 2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도 유사한 법률이 있다?’의 서두 부분과 마무리 부분만 조금씩 손을 봤을뿐 역시 내용이 그대로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 논문발표 실적을 이런 식으로 늘릴 수 있다면 학자생활이 얼마나 편할까?
2. 자기표절 문제와 관련 조국 민정수석의 자가당착과 모순
서울대 진실위가 조국 민정수석의 이런 기만행위를 연구윤리위반이라고 판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언론사의 학자 자기표절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정도로 이번 경우는 명백한 중복게재, 이중게재, 자기표절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혹시 ‘기억과 전망’이나 ‘정치비평’이 나름 동료심사가 이뤄지는 학술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전공분야 법학자들을 통해 동료심사가 이뤄지는 전문 법학 학술지라고는 할 수 없으며 그래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기고했다고 변명을 할는지 모르겠다. 중복게재 역시 좋은 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뤄진 일일 뿐, 악의가 있지는 않았다고 변명을 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국 민정수석의 이런 변명은 분명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의 자기표절을 비판했던 논리와 모순된다. 더구나 조국 민정수석은 본인부터가 이렇게 전문 법학 학술지가 아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횟수와 이런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인용된 횟수도 다 끌어모아서 자신이 법학 분야 학자 중 관련 1위라고 자화자찬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다. 자랑할 때 활용하는 논문들이 따로 있고, 시비됐을 때 그냥 잊어버리는 논문들이 따로 있는 것일까?
조국 민정수석의 자기표절은 물론 이것만이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의 자기표절은 표절이 그러했듯이 상습성이 짙다. 앞으로 차근차근 소개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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