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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베르니케병으로 추정되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

새로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10)

아레사 빈슨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녀의 사인추정에 중요한 점들이 많다. 하지만‘PD수첩-광우병’편은 발병과정은 생략하고 사망사실만을 충격적으로 다루었다.

신경계통의 질환의 경우 부검을 하지 않고서는 진단을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vCJD가 확정된 것처럼 방송하고선, 사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부검이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 방송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여러 자료를 보면‘PD수첩’취재진이 아레사 빈슨에 주목한 것은 2008년 4월 초순경“미국 밖으로 여행한 적이 없는 젊은 여성이 vCJD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방송프로그램제작을 지원하는 해외조사원에게 아레사 빈슨의 취재에 관한 조사를 의뢰하였다.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의료진으로부터 위 절제수술의 후유증이나 다른 뇌질환 가능성에 관하여 들은 것이 있는지 등을 아레사 빈슨의 모친 로빈 빈슨과 접촉하여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PD수첩’측 해외조사원이 로빈 빈슨과 접촉한 것은 장례식 전날이었다고 한다.“당신 따님이 광우병에 걸려서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더니“맞다. 그렇게 진단을 받고 사망한 것이 맞다”고 대답했고, 그 외 다른 의심되는 사항은 없는지도 물었지만 광우병 이외의 의심할만한 다른 사인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건강하던 딸을 갑자기 잃게 된 어머니로서는 하늘이 캄캄할 지경일터인데 그것도 장례식 전날 경황이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위 절제수술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지 확인이 가능했을까?

아레사 빈슨이 사망한 이틀 뒤부터 한미 쇠고기 협정이 시작되었고(4월11일) 해외조사원에게 취재지원을 요청한 것은 협정타결이 임박한 시점이었는데(4월15일), 당일 로빈 빈슨과 연락이 닿았다고 하니 취재가 급박하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그렇다 해도 아레사 빈슨의 사망에 대한 사항들을 관련분야의 의사들로부터 충분히 확인하고 미국으로 떠났어야 하는 것이 취재기자로서 챙겨야 할 기본사항이 아닐까?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환자에게 담당의사는 당연히 퇴원 후 지켜야 할 사항들을 설명하였을 것이다. 위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0.5~2.0%이며, 수술과 관련된 위험요소,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과 구토, 수술부위에서 생기는 문제, 그리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영양결핍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2.1% 정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것처럼 퇴원 직후에는 덤핑증후군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단백, 적절한 지방성분, 저탄수화물의 음식을 소량씩, 천천히, 자주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비만인 사람들은 수술을 받은 다음에도 먹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과연 아레사 빈슨은 주치의의 설명대로 퇴원 후 지켜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지켰을지 의문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아툴 가완디 교수는 고도비만으로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을 받은 다음 변화된 신체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라는 책에서 잘 소개하고 있다.

아레사 빈슨은 수술 후 3주일 만에 메스꺼움과 구토가 나타났다. 이런 증세는 탈수와 전해질장애로 이어져 수액주사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구토와 관련된 증상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한 달 이상 지속되다가 보행장애와 기억력감퇴로 발전했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망 1주일 전에야 MRI, 뇌파검사 그리고 뇌척수액검사를 실시하였다. 검사결과 CJD가 의심되었다는 것은 로빈 빈슨의 주장일 뿐, 취재진이 아레사 빈슨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으로부터 확인받은 것은 아니다.

부검을 통하여 아레사 빈슨의 최종 사인으로 확정된 급성 베르니케 뇌병증을 요약하자면, 급성으로 발생하는 베르니케병은 눈근육마비 및 눈떨림과 같은 안구운동이상, 혼돈 그리고 보행실조 등 3가지 특징적인 임상증상을 보인다. 원인은 비타민 B1(티아민)이 부족하여 생긴다.

급성 베르니케병은 그렇게 드물게 보는 병이 아니다. 알코올의존증에 동반되는 티아민부족으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티아민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에 잘 발생하고, 특히 영양결핍에 빠진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 포도당을 함유한 수액을 주사하는 경우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포도당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보조인자로 티아민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급성 베르니케병은 주로 만성 알코올의존증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밖에도 임신성 구토, 만성 영양부족, 정맥영양보충을 오랫동안 하는 경우, 악성 종양, 혈액투석 또는 복막 투석,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수술을 포함하여 위장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에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

싱(Signh)과 쿠마르(Kumar)는 여러 문헌을 찾아 비만수술을 받고 베르니케 뇌병증이 생긴 32명의 환자사례를 정리하였다. 대부분 여성(32명 중 27명)이었으며, 수술 후 2주에서 18개월이 지난 뒤 발병하였고, 대부분의 환자가 구토증세를 보여 위험인자로 꼽히고 있다. [2]

급성 베르니케병이 심해지면 의식이 저하되기도 하며,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부족한 티아민을 적절하게 공급하여도 10~20%의 환자는 사망할 수 있고, 치료받지 않는 경우 사망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급성 베르니케병 환자가 보이는 기억력 장애는 주로 단기기억에 문제가 있는 경향으로 기억상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치매증상으로 볼 수는 없다.

베르니케 뇌병증 환자의 뇌에서 볼 수 있는 두드러진 변화는 뇌척수액이 흘러가는 통로 주변에서 나타나는데, 제3 및 제4뇌실과 실비우스(Sylvius) 수도관을 둘러싸는 회백질과 유두체 및 등쪽-안쪽 시상에서 신경세포가 소실되어 있으며, 교세포가 증가되고 미세혈관이 증식되어 있는 변화를 볼 수 있다.

Zuccoli 등이 26명의 베르니케 뇌병증 환자의 MRI검사소견을 정리했는데, 85%의 환자가 안쪽 시상과 제3뇌실의 주변부위에서 좌우대칭의 병변을 보였고, 65%의 환자에서는 중뇌수도주변, 58%에서는 유두체, 38%에서는 덮개판 등쪽 그리고 8%에서는 연수에 병변을 보였다. [3]

앞서 설명한 것처럼 sCJD환자의 뇌 MRI검사 소견이 대뇌 위축, T2강조영상 MRI에서 기저핵과 시상의 고음영 이상소견, 확산강조영상에서는 대뇌피질과 미상핵의 비대칭적인 고음영 소견 등 비특이적인 점과 비교하면 급성 베르니케병환자의 MRI소견과 유사점이 없다. 다만 MR검사에서 시상배게징후를 나타내는 베르니케병 환자 사례도 있어 vCJD와 감별이 필요했다는 보고가 아주 드물게 있다. [4]

정리를 해보면, 아레사 빈슨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하여 위절제술을 받았고,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가 반복되어 치료를 받았으며, 보행실조와 기억력 장애 등 급성 베르니케병이 가장 먼저 의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CJD가 의심된다고 알려지게 된 이유가 뭘까? 다음 원고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김병수, 김치헌, 황우섭, 정진상, 서대원.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지연형 베르니케 뇌병증. 대한신경과학회지 제26권 제1호 59-62, 2008년

[2] Singh S & Kumar A. Wernicke encephalopathy after obersity surgery. Neurology, 68:807-811, 2007

[3] Zuccoli G, Galluci M, Capellades J, Regnicolo L, Tumiati B, Cabada Giadas T, Bottari W, Mandioli J, Bertolini M. Wernicke Encephalopathy: MR Findings at Clinical Presentation in Twenty-Six Alcoholic and Nonalcoholic Patients. AJNR 28:1328-1331, 2007

[4] Stone R, Archer JS, Kiernan M. Wernicke’s encephalopathy mimicking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J Clin Neurosci 15:1308-13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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