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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늘 사실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한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해 프로그램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는 종국엔 프로그램의 존폐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소각로와 관련해 다이옥신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던 1990년대 말, 다이옥신 관련보도에서 데이터를 잘못 인용해 TV프로그램이 폐지된 사건이 있었다. TV아사히의 메인뉴스프로그램인‘뉴스 스테이션’은 1999년 2월1일 도코로자와 지역의 농작물이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16분짜리 특집을 방송했다.

관계당국이 농작물의 다이옥신 검사결과를 내놓지 않자 민간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도과정에서“일본 대기오염은 다른 나라 10배 정도이고, 도코로자와는 일본평균의 5~10배 됩니다.”라는 발언이 섞이면서 마치 도코로자와 지역의 시금치가 세계수준의 100배나 될 정도로 다이옥신에 심각하게 오염돼있다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도코로자와 지역의 야채 값은 폭락했고 시금치는 4분의 1 가격에도 팔리지 않았다는 것인데, 막상 도코로자와농협이 조사한 야채의 다이옥신 검사수치는 안전한 범위였다는 것이다. TV아사히의 이토 사장이“데이터의 설명이 불충분해 농민 여러분에게 폐를 끼쳤다.”고 사과회견을 했지만, 도코로자와 농민들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01년의 1심 재판, 2003년의 2심 재판에서는 TV아사히가 승소했다. 다이옥신 문제를 고발하는 공익성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 고려된 판결이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 10월16일 원심을 뒤집고 TV아사히의 패소로 최종 판결했다.“TV는 신문과 달리 시청자가 차례차례 제공되는 정보를 순식간에 이해할 것을 강요당하는 것이어서, 녹화 등 특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 이상 제공된 정보의 의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거나 재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 영상과 효과음을 포함한 방송내용 전체로부터 받는 인상을 종합 고려해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뉴스 스테이션’은 다이옥신이 고농도로 검출된 엽차 잎의 검사결과를 밝히지 않은 채‘주로 시금치’란 표현으로 시청자의 오해를 부른 것이다. 즉 위험을 과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재판부는 본 것이다. TV아사히의 보도국장은 판결에 대해“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다. 판결은 국민의 알권리와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논평했지만, 최고재판소의 판결 다섯 달 후인 2004년 3월‘뉴스 스테이션’은 폐지됐고, 18년간 프로그램을 맡아온 구메이 히로시 앵커도 물러났다.

최근 대법원은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MBC와‘PD수첩’제작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확정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4년2개월에 걸쳐 끌어온‘PD수첩-광우병’편에 대해 제기된 5건, 43억여 원의 손해배상소송과 형사재판은 한겨레사 사설에서 전하는 것처럼‘PD수첩 제작진의 완승’으로 끝났다. 한겨레는‘PD수첩-광우병’편과 관련된 그간의 소송결과를 두고“ ‘PD수첩’보도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정부와 검찰의 주장이 억지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정리하고 있다.

‘PD수첩’명예훼손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바도 있고, 개인적으로 법정에 나가본 경험도 있지만, 피고인 신분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심정은 가보지 않은 사람의 상상만으로는 그려보기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PD수첩’명예훼손 사건의 제작진 중 한 사람은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확정판결을 받고 그동안의 소회를 생각해 한을 풀어놓자면 제작진끼리 서로 끌어안고 통곡해도 시원치 않고, 실명을 거론하며 큰 소리로 비난해 주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 했겠는가. 4년2개월이란 오랜 기간 동안 쟁송에 시달려온‘PD수첩’제작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PD수첩-광우병’편의 조능희CP는 최근 트위터에“드디어 피고(인)의 여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3개 소송의 원고가 되었습니다. 이런 날을 고대했습니다. 2년6개월 전 겨우 형사재판 1심을 끝내고 쓴 글을 다시 보며 감회에 젖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남은 여정도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저 고개 하나 넘어와 한숨 돌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을 아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먼 길을 그저 묵묵히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적었던 까닭이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PD수첩’을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이 있는 한 우리는 남은 여정도 무사히 끝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마무리한 걸 보면 마음을 아주 단단하게 먹은 모양이다.

그 마음이 겨냥한 곳이 검찰, 중앙일보와 그 기자로 밝혀졌는데,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검찰의 언론플레이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빈슨 가족의 소장내용과 관련된 기사가 거슬렸던 모양이다. 마음의 상처가 컸던 만큼 누군가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것이라면‘PD수첩’방송 때문에 누군가도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혹시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는 아프고 내가 남의 심장에 박은 말뚝으로 받을 고통은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아닌지.

“과거 친일 매국노들처럼 오늘 혹 우리 자신은,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마무리 멘트 하나로‘한반도의 2대 매국노 이완용, 민동석’이라는 제목의 글에 개인정보까지 담겨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게 됐고, 민동석 차관보의 휴대폰에는 비난의 글이 폭주했다고 한다.

한창 예민한 나이인 민 차관보의 자녀들은 졸지에 매국노로 몰린 아버지를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우리 아빠가 국민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요?”민 차관보는 행여 자녀들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행한 일을 저지를까 걱정하고, 자녀들 역시 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명예를 소중하게 여겨온 민 차관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해 서로를 위로하는 나날을 보냈다고 전한다.

물론‘PD수첩’제작진으로서는 방송과 관련된 개인 하나하나에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를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생각 없이 연못에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맞아죽는다는 우화를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PD수첩-광우병’편 내용에서 시청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정도를 판단하는데 있어 결정적으로 작용할 과학적 사실의 대부분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소라고 한 부분이나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가능성이 크다고 한 부분, 또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주장 등은 사실을 감추고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과학적 사실 등을 편향적으로 인용했거나,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왜곡 보도한 것이라 봤던 것이다. 검찰 측에서 고의로 유출했다고 반발했던 제작진의 이메일에서 상당한 의도성이 읽힌다고 하면, 오역 혹은 왜곡 등이 단순실수라고 보기엔 상당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어떻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 사실 확인 등을 소홀히 하거나 왜곡되는 등 졸속 제작됐다는 비판에 대해, 제작기일이 빠듯했기 때문이라는 제작진의 변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흉본다’는 우리네 속담이 틀린 데가 없다는 자조 때문일 듯하다.

‘PD수첩-광우병’편과 관련된 소송들에서 재판부는 원고가 제기한 사안에 대해서만 법리적 판단을 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PD수첩-광우병’편 제작진이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해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금도에서 벗어난 부분까지도 무죄라고 보기에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30회에 걸쳐‘PD수첩-광우병’편과 관련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 민동석 차관보가 명예훼손 건으로 제기한 소송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정리했다. 2008년 우리사회를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데 상당부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PD수첩-광우병’편은 과연 무죄일까? 아니면 유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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