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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25일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스페인의 유력지가 독도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규탄했다”며 일제히 같은 내용의 뉴스를 보도했다. 보도내용은“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문도(ElMundo)가 독도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갈등과 관련, 일본의 정당화될 수 없는 팽창주의 욕구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이 뉴스는 KBS, MBC, SBS, YTN 등의 주요 방송사뿐 아니라 중앙일보, 연합뉴스,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등 수많은 지면언론을 통해 퍼져나갔고, 포털사이트에선 그날의 메인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 뉴스를 본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당연히“스페인의 유력 일간지도 한국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생각하며, 외국 언론의 일침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인터넷 게시판에선 이 기사를 근거로 일본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한국인이 즐겨 사용하는 SNS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이 확산돼 점점‘사실’로써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 언론의 보도는 정말 사실일까?

한국 언론의 대국민날조

먼저 엘문도(ElMundo)는 어떤 언론일까? 이 신문이 스페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유력 신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엘문도는 사실상 그런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심스럽다면 당장 엘문도 사이트(http://www.elmundo.es)를 찾아가 해당기사를 찾아보기 바란다. 9월25일자로 독도(Dokdo)나 한국(Corea)에 대한 기사나 칼럼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어 무엇을 보고 썼다는 말인가? 아마 한국 기자들 중 그 원 기사를 찾아본 사람은 한 명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직접 찾아보고 썼다면 도저히 저렇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다발적인 오보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면, 독도 관련 기사가 나간 것은 엘문도가 아니라 엘문도피난씨에로(Elmundofinanciero)란 비슷한 이름의 정체불명 사이트(http://www.elmundofinanciero.com)였다. 이 엘문도피난씨에로란 매체에서 활동하는 앙헬 마에스트로(Angel Maestro)란 이름의 기자가 작성한 칼럼에 독도관련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를 전하며‘스페인의 유력 신문’이라고 허위보도를 한 것이다.

한국 언론으로 예를 들자면, 외국인 특파원이 일본서 발행되는 북한의 어용언론 조선신보에 실린 김정은 찬양기사를 보도하며 그 출처를‘한국의 유력 신문 조선일보’라고 보도하는 격이다. 만약 그런 외국 언론이 있다면 한국사회는 과연 그 언론을 어떻게 평가할까? 성의도 없고 능력도 없는 언론이라며 어이없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 신문들이 단체로 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저 한국 언론의 착각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또 비록 큰 언론사는 아니라도 스페인 언론에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엘문도피난씨에로란 매체의 정체 자체가 모호하다는데 있다.

스페인 언론이 독일에 웹사이트를?

이 매체를‘정체불명’이라 칭한 데엔 이유가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인 엘문도의 도메인주소에 할당된 IP를 찾아보면 그 위치는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나와 있다. 사실 스페인 언론이 스페인에 위치해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에 반해, 엘문도피난씨에로의 도메인주소에 할당된 IP주소를 찾아보면 엉뚱하게도 그 위치가 독일로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로 서비스를 하는 언론이 독일 IP로 서버를 독일에 두고 운영을 한다? 한국에서 이런 예를 찾는다면 아마 보이스피싱, 또는 매일 광고로 지겹게 스팸메일함을 채우는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말고는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해프닝을 다시 정리해보자. 정체불명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을 옹호,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를 보고‘누군가’가 한국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스페인의 유력신문’이란 거짓 정보가 더해졌다. 한국 언론들은‘누군가’로부터 왜곡된 정보를 받았고,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국민들에 전달했다. 그리고 국민은 언론이 전해준‘잘못된 정보’를‘사실’로 철썩 같이 믿고 받아들였다.

그 다음부턴 자연스럽게 일본에 대한 반발과 자국 논리에 대한 안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한국 언론은‘해프닝’이라고 치부하고 싶겠지만, 이는 명백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진정 한국 언론이 국민에 대한 도리와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일단 정정보도를 내보낸 뒤, 정보를 제공한‘누군가’가 과연 누구이며 어떤 목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해줬는지를 추궁해야 할 것이다.

책임은 없고 피해자만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해당 오보를 보도한 기자들 몇 명에게‘소스’의 출처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A사 기자는 C사 기사를 보고 썼다고 하고, B사 기자도 C사 기사를 보고 썼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전혀 조사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 기사를 보고‘재탕’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C사 기자 역시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며, 스페인어를 모르기에‘지인’에게 해석을 부탁해 내용을 파악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기자들 모두 여전히 엘문도피난씨에로를 엘문도라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껏 한국 언론은 수많은‘카더라’를 마치 진실처럼 보도해 왔다. 한국 애니메이션‘뽀롱뽀롱 뽀로로’가 프랑스에서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기사, 일본이‘막걸리’상표를 일본에서 선점했다는 기사, 가봉의 봉고 대통령 이름을 따서‘봉고’자동차 이름을 붙였다는 기사 등‘누군가’가 제공한 소스를 검증 없이 보도해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 심어준 것이다.

매번 정정기사나 사과기사가 없어도 국민들이 쉽게 잊어버리니,‘팩트 확인’이란 언론의 기본을 망각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 같은 습성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해서 국민들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은 언제까지 잘못된 정보만 받아먹는‘피해자’여야 하는가? 그리고 언론은 대체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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