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방송 도중 진중권 동양대 교수를 향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정부불신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큰소리를 내는 사태가 발생했다. 방송 후 양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김진’ 키워드가 등장할 정도로 SNS에서 이슈가 된 듯 보인다.

29일 ‘JTBC뉴스현장’에 출연한 김진 논설위원은 보수논객으로 자리했다. 진보논객으로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출연해 사회자가 던지는 화두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진 논설위원은 “송희영 주필에 대한 조선일보사의 대응을 납득할 수 없다”며 언론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회사 차원의 사과문을 게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는 진중권 교수를 향해 조선일보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진 교수는 이에, “늘 그래왔을 것”이라며, 언론이 권력이나 기업과 유착한 극단적인 모럴해저드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진 교수의 ‘늘 그래왔을 것’ 이라는 표현에 김진 논설위원은 ‘조선일보’라는 반론의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한 개인의 일탈을 조직의 문제로 매도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JTBC뉴스현장’은 JTBC가 ‘뉴스’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히 적용된다. 또, 패널들의 발언 역시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분석과 비판이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 교수의 “늘 그래왔을 것”이라는 발언은 조선일보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 제기인 셈으로, 관련한 상대측의 반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진 교수는 김진 논설위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송희영 주필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발언을 이었다.

김진 논설위원이 “조선일보의 누가 그랬을 거라고 하느냐?”는 반론에 진중권 교수는 “한 사람의 개인적 문제로 해서 잘라내면 안된다”며 본인의 ‘안티조선운동 20년 경력’을 이유로 들었다.

진 교수는 또, ‘극단적인 경우’ 라고 전제한 후, “특정 언론들이 권력과 기업과 유착된 경우 있다. 사설이나 기사의 경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관행처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진 논설위원은 “왜 아무런 근거 없이 (언론)전체에 대해 매도를 하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진 교수는 “한국언론이라는 게 권력과 유착한 역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제 표현은 제가 조심한다. 제가 잘못 발언한 경우 제가 책임진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개인적 발언을 자유롭게 개진 후 그 영향을 개인 혼자서 책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 이라는 장치가 모 개인을 출연시키는 데 대한 책임부터 이 후 파급력까지 고려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그 동안 종합편성채널에 출연 중인 패널들의 발언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입각했는지, 예단 억측 조소 희화화 등 방송의 품격에 적합한 발언인지, 방송사는 올바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책임을 다 했는지 여부를 따져왔다. 징계는 방송사에 내려졌다.

송희영 주필 관련 문제를 조선일보의 문제로 확대시킨 진중권 교수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눈과 입을 가리는 ‘환관정치’라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례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것이며, 우병우 민정수석이 ‘되치기’에 강하다고 덧붙였다.

진행자는 “조선일보가 청와대와 우 수석 공격하니까 우 수석이 되치기 하는 것이다”라고 진 교수의 주장을 확인했고, 진 교수는 “송희영 주필 사건 옹호할 생각 전혀 없다. 그런데 우병우 수석 문제 덮어버리는 양상…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 논설위원은 이 같은 진 교수의 발언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고 생각나는 것을 마구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교수가 얘기하면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주의 깊게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책임 있고 신중하게 발언하시라”며 진 교수의 책임 있는 발언을 거듭 강조했다.

김 논설위원은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데 우병우 수석의 ‘되치기’는 잘못된 발언이라 지적하며 진 교수가 이번에는 검찰을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검찰의 압수수색은 ‘모양 보여주기’”라며, “기소할 혐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고, 김 논설위원은 “그저 모든 것을 정부에 대한 불신 조장으로 (이끈다)”면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날 방송에서 보수논객과 진보논객은 제대로 된 갑론을박을 펼칠 수 없었다. ‘썰’에 불과한 예단과 억측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으로는 방송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주제에 대한 분석을 위해 출연한 한 패널은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수사가 생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론이나 야당 청와대 여권의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태는) 힘 있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검은 구석이 있거나 위법ㆍ탈법을 했을 것이라는 국민 정서에 터 잡아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