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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재판부와 2심재판부의 판단 차이

눈초의 ‘새로운 광우병 이야기’ (14)

‘PD수첩-광우병’편에서 다룬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부분의 이슈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기 전 오로지 vCJD만 의심됐는지, 아니면 다른 뇌질환이 의심되는 가운데 vCJD의 가능성도 같이 검토된 것인지 여부다. 두 번째는‘PD수첩-광우병’편이 부검을 통해 진단이 확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레사 빈슨이 vCJD로 사망했음을 기정사실로 하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줬느냐는 점이다.

첫 번째 이슈와 관련해 필자는 아레사 빈슨이 비만을 치료받기 위해 위장절제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구토증세가 나타났지만,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아무리 유족 측이 사인으로 vCJD 가능성을 주장했다 하더라도 다른 뇌질환의 가능성을 검토했어야 한다. 특히 아레사 빈슨이 받은 위장절제수술의 후유증으로 급성 베르니케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전문가의 제대로 된 자문을 받은 흔적이 없다.

취재자료를 방송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번역해 자막으로 처리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레사 빈슨 어머니 로빈 빈슨과의 인터뷰에서“우리 딸이 걸렸을 지도 모르는(…my daughter could possibly have…)”을“우리 딸이 걸렸던”으로 자막 처리한 부분,“만약 아레사가 걸렸다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It she contracted it, how did she?)”를“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자막 처리한 부분 등이다.

또한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자료의 제목‘버지니아 보건당국 포츠머스 여성 질병 조사(Virginia Department of Health investigates illness of Prtsmouth woman)’를‘보건당국 보도자료‘vCJD 사망자 조사’ ’로 자막 처리했고, 미국 WAVY방송 내용 중“의사들은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는지 의심합니다(Doctors sue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를“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라고 자막 처리했던 부분도 있다. 이는 제작진이 미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가능성을 미국 소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로 연결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1심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내용 전부를 주의를 기울이고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해 보면, 이 부분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내용의 의미는‘아레사 빈슨이 MRI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또한“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vCJD)에 걸려 사망하였거나, 사망하기 전 오로지 인간광우병 의심진단만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는 기소내용에 대해“아레사 빈슨이 MRI결과 인간광우병(vCJD)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이 사건 방송 당시까지는 그에 대한 사인이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방송 이후에 실제 사인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이 부분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PD수첩-광우병’편에서 아레사 빈슨의 발병과정과 유족 측이 vCJD를 의심한다고 들었다는 점만 주장하는 배경이나, 아레사 빈슨이 수술을 받은 사실 및 퇴원 후 행적 등은 언급하지 않았고, 아레사 빈슨을 진료한 의료진의 의견은 청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레사 빈슨의 경과에 대한 의료전문가의 자문을 받지 않는 등 방송제작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 등은 재판부의 판단에 종합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또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된 번역자막의 왜곡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자막 처리된 번역이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옮긴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인터뷰 원본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프리랜스 번역가들의 초벌번역본을 토대로 편집구성안, 1차 자막의뢰서(감수 전), 2차 자막의뢰서(감수 후), 방송자막에 이르기까지의 파일자료를 토대로 해당 번역의 흐름을 살펴보았을 때 제작진의 영어감수 후 편집과정에서 번역을 변경하거나 수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번역이 왜곡돼 수정됐다는 정지민씨의 주장은“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검찰 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이 법정에 이르러 번복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추어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인터뷰 내용을 임의로 번역해 전한 메시지가 시청자의 판단을 오도했을 가능성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종합해보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발병 전 비만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이라던가, 유족 측 주장을 검증할 전문가 자문을 아레사 빈슨의 진료와 직접적 연관이 많지 않은 바롯의 vCJD에 대한 원론적 설명만으로 대체한 점, 결정적인 부분인 vCJD 의심진단을 마치 vCJD로 확진된 듯한 자막구성과 진행발언으로 시청자에게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도록 한 점 등에 대해 판단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재판부는‘PD수첩-광우병’편의 보도흐름을 검토해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았다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 내용, 인간광우병에 관한 MRI 검사결과가 틀린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의사 바롯의 인터뷰 내용으로 연결(실제로는 의사 바롯은 인간광우병 등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을 했을 뿐 아레사 빈슨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번역자막 중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듯한 잘못된 번역표현들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다우너 소 관련보도 내용과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는 내용과의 연결 등을 종합해보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에 따른 이 부분의 보도내용은‘아레사 빈슨이라는 미국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이 거의 확실하다’라는 점을 인정했다. 즉‘PD수첩-광우병’편 시청자들이‘아레사 빈슨이 MRI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라는 1심 재판부 판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고 할 것이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 내용이나 현지 언론의 보도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였고 부검을 통해서만 이를 확실히 밝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로빈 빈슨 역시 아레사 빈슨이 사망 전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았다고 말을 했을 뿐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미국질병관리센터(CDC)가 이 사건 방송 후인 2008년 6월12일 미국 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NPDPSC)가 부검을 통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최종 발표했고,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비타민 B1결핍에 의한 급성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밝혀졌다는 사실 등을 토대로‘PD수첩-광우병’편의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동 건의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제2부의 판결문을 다시 인용하면,“원심 판결이 공소사실에 적시되어 있는 진행자의 발언, 인터뷰 번역내용 등에 대하여 객관적 사실과 다른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그 결과를 판결이유에 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세부적 방송내용이 포함된 전체 방송보도 내용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해‘PD수첩-광우병’편의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된 보도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최종 확인한 셈이다.

정리해보면,‘PD수첩-광우병’편에 대한 법원의 심리는 정정보도 신청 건과 명예훼손 건에서 다뤄졌는데,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한 심리에서 정정보도 신청 건은 1심과 항소심에서는 각각 허위로 판단했으며 후속보도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명예훼손 건의 1심에서는 허위가 아니라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허위로 바로 잡은 것이며, 두 건을 병합해 심리한 대법원에서는 각각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항소심 판결대로 확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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