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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30대 청년들, 문재인 정부에 뿔났다

나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익명의 청년 히어로들

# 태극기 집회를 나가보면 어르신들이 집회에 참가한 20·30대 청년에게 다가가 ‘대견하다’고 치켜세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파 관련 단체 집회에선 청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청년들을 좌성향으로 이끄는 데는 언론·문화계의 영향, 전교조의 교육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파 콘텐츠가 청년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우파 내에서도 우파 콘텐츠가 재미없고 지루하며 청년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좌파 콘텐츠에 비해 ‘쇼’ 연출에 능하지 않다는 자아성찰적 비판이다. 최근 이러한 우파 콘텐츠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배트맨·스파이더맨·데드풀 등 히어로 복장을 한 2030대 청년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 일간베스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해 일명 ‘일벤져스’(일간베스트+어벤져스)라고 불리는 이 히어로들은, 시민들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우파의 주장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개의 히어로들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묵묵히 활동하듯, 이들 또한 철저한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6일 현충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에 나선 히어로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히어로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2명의 30대 남성이다. 인터뷰는 히어로들의 광화문 시위가 끝난 후 커피숍에서 진행됐는데 이들은 모두 가면을 벗고 등장했다. (참고로 2명 모두 ‘남자’의 부러움을 살만큼 깔끔하고 훈훈한 외모를 지녔고, 번듯한 직장도 있었다.) 

원래 블랙 팬서, 아이언맨, 타노스 등도 ‘일벤져스’의 일원이지만 이들은 이날 시위에 참가하지 않아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익명의 히어로들은 일베의 ‘친목금지’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각자가 점 조직처럼 활동하고 있었다.




‘일벤져스’ 일반 시민들에게도 인기 만점 

인터뷰에서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제도권 정치지형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이 우파내에서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 차원에서 활동하는 것이기에 파벌 싸움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정치적 계산을 떠난 순수한 애국 활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각자 사비를 털어 복장과 피켓 등을 장만하고 있었으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가장 처음 히어로 복장으로 시위에 나선 히어로는 스파이더맨. 사람들 눈에 띌 방법을 강구하다가 코스튬을 갖추게 됐다는 게 스파이더맨의 설명이다. 지난 1월부터 히어로 시위에 나선 스파이더맨은 이때부터 자신의 시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일베에 올렸는데, 게시물이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위 ‘어그로’가 성공한 것.

이를 본 또다른 ‘어그로꾼’ 배트맨도 3월부터 본격적인 히어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데드풀, 타노스, 블랙팬서, 아이언맨 등이 ‘일벤져스’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완전체의 모습을 갖췄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시간이 날 때 마다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하며 점차 일베와 우파안에서 인지도를 높여갔다. 

히어로들의 인기는 우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히어로들의 광화문 시위를 지켜본 결과, 이들은 일반시민과 청년,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피시민들은 히어로들에게 격려·응원의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넸고, 일반시민들은 히어로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날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던 호기심 많은 꼬마 아이들도 히어로들에게 장난을 걸었다. 히어로들도 넉살 좋게 아이들의 장난을 받아주며 시위 같지 않은 시위를 이어나갔다.    

한 30대 우파 시민은 ‘히어로들을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극기 집회에 나이 많은 분들만 계셔서 안타까운데, 저런분(히어로)들이 나와서 너무나 반갑다”며 “우파에는 젊은 사람들과 융화될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칠고 험난한 ‘히어로의 길’

슈퍼 히어로들에겐 항상 적이 있기 마련. ‘일벤져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항상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더맨은 약 3주전 혜화역 부근에서 페미니스트 관련 집회 현장을 지나치다가 이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에게)팔 양쪽과 가방이 잡힌 채 온몸을 구타당했다”며 “내 핸드폰을 뺐어가고 뒤에서는 커피를 붓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만화나 영화의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 ‘일벤져스’ 스파이더맨은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행사해선 안된다는 준법정신 때문이었다. 현재 경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현장에 CCTV가 없어 폭행범들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스파이더맨은 설명했다. 

스파이더맨은 온라인에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SNS에서 욕을 퍼붓는 네티즌들이 늘어가는 것. 부모님 욕까지 나오는 게 다반사. 최근 그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제대로 잔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거칠고 험난한 히어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나라가 망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히어로들은 입을 모았다. 히어로들은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시국을 논할 때만큼은 진지하고 무거웠다.

스파이더맨은 “문재인 정권이 경제와 민생을 살피기보다는 북한을 어떻게 도울까하는 고민만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다”고 활동 배경을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외치면서 통일을 하려고 하는데 나는 (통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트맨은 자신이 한때 좌파였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시위에 나서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배트맨은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에 너무 화났었다. 정부를 욕하기 위해 논리와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근현대사까지 공부했는데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결국 우파로 전향하게 됐다”며 “진실을 알고 난 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최근 스파이더맨은 근무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경제가 완전 바닥을 치고 있다. 직장 잃는 사람도 많다”며 “제 주변사람들은 주변 근무시간 단축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배트맨은 얼마전에 있었던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통을 한 것”이라며 “이건 대놓고 적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문 정부의 친북적 행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콘텐츠·시위·문화로 청년들에게 팩트 전달해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는 문득 ‘일베’라는 낙인 때문에 ‘일벤져스’의 진실된 외침이 무시당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됐다. 하지만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은 오히려 자신들이 일베 유저라는 것에 당당해 했고, 또 마땅히 일베 유저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배트맨은 “좌파 사람들이 우리에게 (일베) 프레임을 씌운다는 이유로 숨어버리면, 우리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비춰지게 된다”며 “좌파들이 일베나 태극기 집회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울 때도 누구하나 이를 반박 않고 숨기에만 바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지금 사람들은 태극기 집회를 ‘박사모 집회’로, 일베를 ‘패륜 집단’으로 알고 있지만, 분명히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며 “우파들은 일베를 하고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한다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야한다”고 강변했다. 

스파이더맨도 배트맨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스파이더맨은 “지금 사람들은 일베하는 사람들을 벌레로 취급하는데, 나중에 지나고 봤을 때 ‘얘네들이 말했던 게 사실이었구나’라는 것을 전달해주고 싶다”며 “나중에 사람들이 ‘팩트 일베’라고 깨닫게 되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는 설득력 있는 이들의 주장의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 우파가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서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스파이더맨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가 젊은 사람들한테 ‘빨갱이’라고 소리치면서 적대시하는데, 그러면 젊은 사람들의 반감사게 된다”며 “그렇게 다그치기 보다는 좋은 콘텐츠, 좋은 시위, 좋은 문화로 청년들에게 팩트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은 그러면서도 “물론 강하게 주장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우리가 변화해야 젊은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들의 열정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중도와 좌파도 설득시킬 수 있는 시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트맨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우파 정치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면서, 중도 포지션에 있는 시민들과 청년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는 “매주 태극기 시위에 나오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안보이면 그분은 돌아가신 것”이라며 “이렇게 국민들은 목숨을 걸고 들고 일어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지네들끼리 싸우고 있다. 마음 같아선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매국”이라며 “젊은이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우파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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