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자국도 아닌 타국의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대담한 약속을 했다. 지난주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일본인 납북자 송환 해결을 확약한 것이다. 미일 동맹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는 분석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납북 일본인 송환에 대한 공개 약속은 일대 사건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이 침통한 마음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 마라라고(Mar-a-Lago) 별장에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가을 방일 기간 중에 일본인 납치 피해 가족을 만난 당시의 소회를 이렇게 언급했다. 고든 창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회를 칼럼의 도입부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을 기대하며, 납북 일본인 송환 이슈가 아베 신조 수상의 최우선 국정 과제임도 잘 알고 있다”라고 전제한 후, “나는 평소에도 아베 수상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자주 논의해왔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아베 수상에게 중요한 만큼 미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일본인 납북자들을 일본으로 송환시키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고든 창은 “금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아베 수상이 얻은 최고의 성과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납북 일본인 송환에 대한 공개 약속이다(That promise was perhaps the most important thing Abe got from the summit at Trump’s ornate Palm Beach resort this week)”라고 평가했다.
일본인 납치는 김정일 본인이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일본 고이즈미 수상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일본의 대북 지원을 대가로 5명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그 송환을 일본과 협상했던 바 있다(총 납치 피해자수는 17명). 하지만 당시에는 회담 현안 준비 부족으로 인해 일본 측으로서는 그 이상의 성과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김정일의 일본인 납치 시인은 큰 파장을 낳아서 일본의 반북 감정을 짙게 만들었고 일본 조총련이 쇠락하는데도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해결을 최우선 의제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납북자 문제와 관련 일본인들의 절박한 정서적 배경을 이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일본 국빈 방문 당시에도 요코타 메구미의 모친인 요코다 사키를 포함한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고 고든 창은 전했다.
사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이전 전임 대통령들은 역시 일본 아베 수상의 이전 전임 수상들과 수없이 논의를 해왔었으나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심지어 2000년대에도 유의미한 진전이 없었다. 관련해서 고든 창은 “워싱턴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있어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평양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이슈에 묻혀 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으며, 지난 6자 회담 당시에도 일본인 납북자 의제는 무시됐었다(The issue, when compared to Pyongyang’s development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hasn’t been considered important by Washington policymakers, who have ignored Tokyo’s views on this issue during the drawn-out Six-Party talks)”고 설명했다.
고든 창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개 발언으로 봤을 때,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작업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공산이 높다고 봤다. 그는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작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당시 언론 합동 기자회견 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 바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납북자 문제는 미국에게도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왜냐하면, 일본 아베 수상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Abduction is a very important issue for me because it’s very important to your prime minister)”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한국의 문재인은 미국의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
고든 창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인색했다”면서 “지난 2016년 3월, 미국 대선 운동 기간만 해도 그는 아시아 국가들과 동맹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으로 일본을 지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후보 시절과 달리 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중국이 야심에 가득차 미국에 도전하려고 했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큰 시각 교정을 불러왔다는 것이 고든 창의 진단이다.(관련기사 :
WSJ, “잠재적 경쟁국가를 방치않겠다는 트럼프의 신 국가안보전략”)
결국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관심사를 해결해줄 필요성이 생긴 것인데, 고든 창은 이참에 미국이 북한과 핵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일본과의 방위 공약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든 창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미국에 있어서 아시아 동맹의 초석(Corner Stone)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대략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첫째, 150년 동안 미국의 서쪽 종축을 담당하는 방어선은 캘리포니아 해변이나 하와이, 혹은 괌이 아니라, 바로 일본에 퍼져 있는 군도(群島)까지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주일미군 50,000명 병력의 대부분을 전략적 요충지인 오키나와를 포함한 류큐(琉球) 열도를 방어하는데 투입하고 있다.
둘째, 19세기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1극 체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역시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 패권 추구에 대한 공세적인 영향력의 균형추를 인도, 그리고 미국의 확실한 동맹인 일본이 담당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것.
계속해서 고든 창은 “이런 중국의 야심찬 도전적 행보는 워싱턴이 방관하기 힘든 위험 수위에 진입했다”며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 일관된 대외 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항해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에 대한 방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고든 창은 “현 시점에서는 일본이 역내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한때 역내 핵심 파트너였던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한국의 문재인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훼손하는데 앞장 서왔다(At the moment, Japan is the most loyal of America’s allies in the region, something especially important at a time when Rodrigo Duterte of the Philippines and Moon Jae-in of South Korea, the leaders of other alliance partners, have worked hard to undermine American policy)”고 단언했다.
일본인 납북자 의제는 거론 그 자체가 미일동맹의 굳건함 보여주는 지표
고든 창은 “지난 수요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날드와 신조는 공식석상에서 서로의 성이 아닌 이름(First-name basis)을 호명하며, 친밀함을 표시했다”면서, “실제로 그 동안 아베는 부지런히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으며, 이에 트럼프는 화답했다”고 화기애애한 미일정상회담의 풍경도 소개했다.
한편, 고든 창은 일본 국내 정치 문제도 언급하며 아베가 처한 난관도 알렸다. 아베가 일본 현지에서 사학 관련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기에, 아마도 9월경에 3연임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아베 수상은 당장에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든 창은 아베 개인의 정치적 난관과 일본 정치 전체의 문제는 별개라고 봤다. 일본 내부 정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일본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공고히 유지되리라는 것이다. 트럼프와 아베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미일 정상 간에는 높은 수준의 파트너쉽을 보였던 적이 많았다. 고든 창은 그 사례로 부시-고이즈미, 레이건-나카소네의 경우를 들면서, 일본의 지도자가 누가 되건 향후 미일 관계는 공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수상과 나는 상시적으로 통화하며, 아마 양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 가깝고 공고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든 창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전형적인 트럼프식 과대포장 화법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분명 미국과 일본은 공통의 가치, 이익뿐만 아니라, 공통의 위협까지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든 창은 “일본 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 한 가운데에 배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이다. 이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며, 워싱턴과 도쿄가 얼마나 친밀해 졌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Trump’s putting the abduction issue front and center, the first time an American president has done that, will win hearts and minds in Japan and is a sign of just how close Washington and Tokyo have become)”라고 짚으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정권은 주한대사와 국가안보국 국장을 일본계로 채웠는데 한국은 대비되어 있나?
한국의 언론들은 금번 미일 정상회담을 평가하며 미일 간에 한치의 미동도 없이 답보 상태인 무역 의제를 근거로 일본 아베 수상의 ‘개인기’ 외교의 한계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의 최고 핵심 구성 요건이 바로 ‘공통의 적’을 상정하는데 있다는 상식에 비춰본다면, 금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미일 동맹의 결속력은 역대 최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게 고든 창의 결론이다. 고든 창이 더구나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그의 미일동맹 평가가 미국 조야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아베 수상이 지지율 하락으로 설사 재선에 성공 못한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일본인들의 반북 감정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원체 공고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이런 정서와 관심은 젊은 층이 오히려 더 굳건하다는 점도 간단하게 볼 수 없는 문제다. 그런 기반에서 결국 일본 내각, 집권당의 수뇌부 및 주류 제도권의 미일 동맹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는
재계 인사를 주일대사로 선임하면서 한국에는 군부 인사를 주한대사로 선임한 것도 유심히 봐야 한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일본과는 최우선 의제인 안보 문제로는 달리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조차 못느끼고 있으나, 한국과는 안보 문제부터 이미 의견 차이가 너무 심해 아예 군대식으로 미국의 의지를 한국에 관철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편, 곧 주한대사로 선임될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전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뿐만이 아니라, 이틀전 상원 인준을 통과한 폴 나카소네(Paul Nakasone)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도 모두 일본계임도 주목해야할 문제다. 미국의 핵심 국익을 담당하는 인사를 둘이나 일본계로 선임하는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수상이 마라라고 별장에서 그 긴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자유통일 애국시민들은 ‘재팬 패싱’이라며 표피적 시각에 머물러 있는 국내 언론에 현혹되지 말고 수면 아래 존재하는 미일 동맹의 뿌리 깊은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고든 창의 북한 문제 관련 칼럼 소개 기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