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單院制(단원제) 국회의 ‘졸속 탄핵’이 나라를 망친다!

국회에서 (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發議된 날짜는 2016년 12월3일이며, 결의한 것은 12월9일이다. 불과 엿새가 걸렸다. 탄핵소추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거친 흔적이 거의 없다. 오직 국회의원들의 贊反(찬반) 표결이 전부였다. 글자 그대로 一瀉千里(일사천리)였다.

※ 본지는 조갑제닷컴(http://www.chogabje.com)의 역사, 외교, 안보 분야의 우수 콘텐츠들을 미디어워치 지면에도 소개하는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조갑제닷컴에 기고된 前 대한변협 회장이신 金平祐 변호사님의 글입니다.




원래 先例(선례)가 없으면 탄핵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先例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을 탄핵소추한다는 것은, 나라의 命運(명운)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절차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南美보다 훨씬 비민주적이다. 동서고금에 이런 즉흥·졸속 대통령 탄핵처리는 없다. 북한에서 장성택을 처형하는 데 걸린 기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과언일까? 완전히 야만국가 수준이다.
 

원래 탄핵제도는 미국에서 法官(법관)의 파면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실제로 美 헌정사에서 下院(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은 총 19명 중 15명이 연방 법관이다. 그리고 上院(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된 사람은 총 8명인데 모두 법관이었다.

이 탄핵제도가 2차 대전 후 南美 등에서 법관 파면이 아니라 議會(의회)가 대통령을 쫓아내는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南美의 브라질, 파라과이,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유럽의 리투아니아에서 아홉 명의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났다. 특히 브라질은 1992년 페르난도(Fernando Affonso Collor de Mello) 대통령을 탄핵제도를 통해 부정축재 혐의로 쫓아낸 데(탄핵소추안 가결 후 스스로 사임) 이어, 2016년 8월 노동당 출신의 여성 대통령 호세프(Dilma Vana Rousseff)를 재정회계법 위반으로 탄핵하여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선 2004년 노무현 前 대통령, 작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직무정지를 당했다. 결코 자랑스러운 기록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정치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與野(여야)의 黨派(당파) 싸움이 심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탄핵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탄핵사유가 특이하다. 南美 국가의 탄핵사유를 보면 대부분 정치자금, 즉 부정부패이다.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받은 부정한 정치자금이 선거 후 터져 나오자 야당이 이를 탄핵의 구실로 삼는 것이다(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재정회계법 위반이지만 실질적으론 노동당의 代父 룰라 前 대통령의 선거자금 부정이 핵심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러시아 마피아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이 탄핵을 불렀다. 선거자금 부정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범죄라 민주주의 국가에선 당연히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한국은 탄핵사유가 특이하다. 선거자금의 부정이 아니라 대통령의 임기 중 말 실수나 측근관리의 실수이다. 盧 전 대통령의 경우, 自黨 국회의원을 많이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호소를 국민들에게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사유다. 대통령도 政黨 정치인이니까 自黨 국회의원을 많이 뽑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 국회는 이걸 탄핵사유로 삼았다. 대통령도 공무원이므로 직업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違法(위법)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형식논리로 보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직위를 8~9급 직업공무원과 같은 기준으로 擬律(의율·죄의 輕重에 따라 법을 적용함)하는 게 타당한가? 나 같은 법률가의 눈으로 보면, 대통령의 지지 호소 발언을 직업 공무원과 같이 선거중립법 위반으로 처벌하거나 탄핵소추한 사례가 (우리 헌정사에) 없는데, 형식논리만 가지고 강행한 것이 문제로 보인다. 원래 先例(선례)가 없으면 탄핵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先例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을 탄핵소추한다는 것은, 나라의 命運(명운)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결국 盧 전 대통령 탄핵소추는, 憲裁(헌재)가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를 내세워 기각해버렸다. 국회는 망신만 당한 셈이다. 지금 봐도 합당한 先例 없이 국회가 무리하게 탄핵소추를 결의한 것은 경솔한 짓이었다. 그 때문에 나라와 국민이 겪은 손실과 불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朴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잡다하지만 핵심은 뇌물이다. 그 금액이 약 700억(注: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기준)이나 된다고 하는데, 얼핏 들으면 어마어마하다. 700억 대의 뇌물을 받은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을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朴 대통령이 받은 돈은 한푼도 없다. 국회와 검찰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이란 공익법인이 기업으로부터 出捐(출연) 받은 걸 문제 삼았다. 대통령이 기업에 압력을 가해 돈을 出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돈의 거의 전부를 재단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朴 대통령이 직접 수수했다고 볼 수 없다. 사실 과거 정권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반세기 동안 국회나 검찰[검사]이 대통령을 돈 받았다고 기소하거나, 탄핵한 사례가 없다. 前述(전술)한 대로 선례에 없는 사유를 가지고 탄핵소추를 내는 건 違法에 해당될 수 있다. 결국 兩 재단이 出捐 받은 돈을 가지고 대통령이 받은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뇌물이니, 강요니, 직권남용이니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탄핵의 특징은 ‘절차의 졸속’이다. 南美 등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 兩院制(양원제) 국회이다. 따라서 탄핵소추를 하려면 上下院(상하원)에서 모두 탄핵이 가결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는 그때야 비로소 정지되는 게 보통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결의에 대해 법원에 취소 판결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上下 兩院(양원)의 결의를 받아야 하므로 탄핵절차는 아무리 빨라도 수 개월이 걸린다. 최근에 탄핵소추를 받은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의 경우, 탄핵이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것은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 再選(재선)된 후 1년 여가 지나서다. 下院에서 3분의 2가 찬성하여 탄핵이 議決(의결)된 게 2016년 4월이고 上院의 3분의 2가 찬성, 의결하여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게 같은 해 8월31일이다. 그동안 의회는 수십 차례 탄핵을 논의하였다.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그후 법원이 호세프 대통령의 취소 청구를 기각하여 탄핵이 확정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한국은 單院制(단원제)이다. 단원제 국회라 양원제처럼 상호 견제하거나 再考(재고) 할 기회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문제 발언을 한 것이 2004년 2월18일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發議(발의)한 것은 2004년 3월9일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3월12일이다. 발의부터 결의까지 불과 사흘이 걸린 것이다. 朴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發議된 날짜는 2016년 12월3일이며, 결의한 것은 12월9일이다. 불과 엿새가 걸렸다. 탄핵소추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거친 흔적이 거의 없다. 오직 국회의원들의 贊反(찬반) 표결이 전부였다. 글자 그대로 一瀉千里(일사천리)였다. 당사자인 朴 대통령에게 反論(반론)이나 해명의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국민들에게도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다수의 국민들은 朴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절차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南美보다 훨씬 비민주적이다. 동서고금에 이런 즉흥·졸속 대통령 탄핵처리는 없다. 북한에서 장성택을 처형하는 데 걸린 기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과언일까? 완전히 야만국가 수준이다. 단원제 국회의 대통령 졸속 탄핵처리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하루 빨리 입법화하지 않으면, 한국은 (단원제 국회의) 즉흥적인 대통령 탄핵처리 때문에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

2016. 12. 31. 金平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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