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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포워드] 한국 학문의 자유 시금석이 된 ‘수업중 위안부 문제 발언’

“소크라테스의 교훈을 바탕으로 학자들과 미래의 철학자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를 수업중 논의 소재로 삼은 것”



※ 본 칼럼은 일본의 영자지 ‘재팬포워드(JAPAN FORWARD)’에 2023년 10월 5일자로 게재된, ‘인터뷰 : 한국의 최정식 교수, 학문 자유 수호를 위해 나서다(INTERVIEW | South Korean Professor Choi Jung-sik on Standing Up for Academic Freedom)’ 제하 기사를 ‘재팬포워드’ 측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입니다. 사진과 캡션도 원문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번역했습니다. (번역 : 미디어워치 편집부)




지난달 21일, 한국의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경희대 철학과 최정식 교수를 형사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최 교수가 2022년 중반과 2023년에 한 대학 강의에서 했던 위안부 문제 관련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 교수는 강의를 통해 과거에 위안부는 가난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매춘을 선택하게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안부 증언의 모순점 등도 지적했다. 

최 교수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고발인 측은 이것이 옛 위안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에 대한 비난은 다른 단체에서도 나왔다. 경희대 철학과 동창회는 9월 10일 최 교수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같은 달, ‘정의기억연대’는 최 교수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대학 측에도 예방 조치를 요구했다.



발언이 갖는 위험(The Risks In Speaking Out)

최 교수에 대한 이러한 학문적 탄압 사건은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2014년도에 세종대 박유하 교수도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나눔의집과 옛 위안부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박 교수는 2017년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대법원(일본 최고재판소에 해당)에 상고심 판결이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도 강의 중 조선인 위안부 강제연행 등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2019년에 기소됐다.

2023년초에 한국 대법원은 정치학자 지만원 씨에 대한 징역 2년형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가 광주사건 당시에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 등을 주장한 것이 유죄의 이유가 됐다.

최 교수는 재팬포워드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 활동가들이 활발한 논쟁이 아니라 해임과 기소 등의 위협으로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경향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학자로서 제국주의든, 검열이든 모든 정치적 지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와의 주요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Q. 몇달 전에 했던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형사고발을 당했습니다. 지금의 심경은 어떠신지요?

정말이지 어이가 없습니다. 제 일련의 발언은 몇 달 전에 나온 것으로, 이제는 정확한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보통 이런 고발은 특정 사건 직후, 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왜 이 시민단체가 이제 와서 고발을 결정했는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제 우려는, 공격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철학과 동창회는 제가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의 강의 내용을 두고서 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었습니다. 그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 동창회는 다시 한번 제 위안부 관련 발언을 비난하고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점차 정치적으로 변해가는 공격의 성격 때문에 저는 학생들에게 일련의 사건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 1학기(6월경)에 저는 수업 시간의 일부를 이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또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 반박하는데 썼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달 후인 2023년 9월 10일, 동창회는 또다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제 해임을 대학 측에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 성명서를 기점으로 다른 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최근에는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3년 9월 26일 대학 대자보에 제 입장을 설명하는 공식 성명서를 게재했습니다.


Q. 수업 중 발언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현재 시비가 되고 있는 제 발언은 2022년과 2023년 '서양철학입문' 강의에서 나왔던 것입니다. 전자는 줌(Zoom)을 통한 수업이었고, 후자는 대면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서양 철학의 기원을 가르치면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초기 민주주의를 실천하던 그리스 도시국가인 아테네는 이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멸망과 쇠퇴의 주요 원인이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것, 소피즘(궤변주의)의 확산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Q. 그 문제가 한국 역사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요?

그와 관련하여 좀 더 친근하고 현대적인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저는 우리 역사와 관련하여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오해와 오류를 몇 가지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조선이 일본에 주권을 완전히 넘긴 책임을 이완용에게만 돌리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완용은 어디까지나 고종의 후원 아래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고종에게야말로 우리나라를 외세에 ‘팔아먹은’ 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대부분의 조선인 위안부 여성들은 주로 가난이 원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되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모에 의해 팔리거나(이는 당시에 반드시 일탈행위가 아니었습니다.), 브로커에게 속아 넘어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일본군이 총칼을 겨누고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고 하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저는 위안부들의 증언에서 진위를 가리는 것을 어렵게 하는 몇가지 모순점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제 강의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 역사적 진실인가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일입니다. 다만 저는 소크라테스의 교훈을 바탕으로 학자들과 미래의 철학자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서 한국의 사례를 소개했던 것 뿐입니다.

Q. 강의 내용은 어떻게 언론에 유출된 것인가요?

이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류석춘 교수의 경우, 한 학생이 몰래 강의를 녹음하고 그 테이프를 주류 언론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 가지 가설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공개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강의는 Zoom이나 사립대학에서 진행된 비공개 수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제 강의를 어떤 식으로든 녹음해서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설득력이 있는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Q. YTN(한국 뉴스 채널)은 당신이 일련의 발언을 철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 내용은 사실인가요?

YTN이 2022년 7월에 제가 강연에서 한 발언을 철회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그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강의가 언제,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완전히 방심을 했던 것이지요.



YTN 기자가 보도 이전에 연락을 취해와 일련의 사건과 강의 내용의 일부를 보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저는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또한 기자의 의도, 그리고 이러한 보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임기응변식으로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YTN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보도를 해버렸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지난 수업에서 한 발언을 진정으로 철회했던 것은 아닙니다.

Q. 대학의 반응은 어떤지요?

지난 달(2023년 9월), 경희대 감사팀으로부터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받았고, 일단 이에 응했습니다.

철학과 동창회는 특히 대학 측에 저에 대한 해임 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면서 대학 측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학 측으로부터 징계와 관련한 연락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연락이 온다면 놀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요?

제 사건은 이미 공론화되어버렸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설 생각입니다. 대학 교수로서 저는 숨길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습니다. 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학 감사팀과 경찰 당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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