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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진실위 설립멤버, 과학기술학자 홍성욱 교수도 이중게재 의혹

한국어로 이미 발표된 논문을 단순히 영어로 번역해 선행 발표 사실에 대한 고지없이 해외 학술지에게 투고ㆍ게재한 경우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학자로 꼽히는 홍성욱 교수에게도 연구윤리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과학기술한림원 인문사회분과 정회원이기도 한 홍 교수는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이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연구윤리지침을 입안하고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설립에도 관여해온 인사다.

25일, 국내 유일 연구부정행위 전문 민간조사기관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인 홍성욱 씨에게서 크고작은 자기표절 혐의 3건을 확인했다”면서 “이중 1건은 아예 한국어로 이미 발표된 논문을 단순히 영어로 번역해 해외 학술지에게 게재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홍성욱 교수는 2007년에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보고서 ‘과학기술계의 연구윤리 정립 노력 활성화 지원방안 연구’에서 한양대 함창곡 교수의 논의를 요약하며 자기표절, 이중게재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이중게재는 기본적으로 일련의 연구결과를 두 개 이상의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말하며 같은 내용의 연구를 표본 수를 늘리거나 줄여서 같은 결과의 논문을 만드는 경우도 이중게재에 포함된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체(ICMJE)는 이중게재를 “이미 출판된 논문과 상당부분(considerable parts)이 겹치는 내용을 다시 출판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 국내에서 발견되는 이중게재는 대부분 국내학술지 게재 논문을 추후 외국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출판 간격은 1-2년 정도이며, 대개 저자들은 이차 투고 시에 논문을 약간 변형하며 앞서 출간된 논문을 인용하지 않는다. ... 이중게재는 학술지와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이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또한 이중게재는 실험의 결과를 왜곡하기도 하며, 저작권 침범에 해당된다.


본지가 검증센터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홍 교수가 범한 이중게재가 정확히 홍 교수가 과기부 제출 보고서에서 설명한 바로 그 이중게재였다.

‘부분 자기표절’부터 ‘전면 이중게재’까지 연구윤리위반 의혹

검증센터 자료에 따르면 홍 교수에게서 부분적 이중게재라고 할 수 있는 자기표절은 이미 1986년도부터 확인된다.

홍 교수가 1986년도 ‘한국과학사학회지’에 발표한 ‘Michael Faraday 에 있어서 자기력선 개념의 형성과정에 대한 고찰’은 이전 연도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M . Faraday 에 있어서 자기력선 개념의 형성과정에 대한 고찰’의 텍스트를 서론부터 결론까지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홍 교수는 1986년도 논문에 원 논문이 석사논문에 힘입은 것임은 밝혔지만 이전 연도에 해당 논문이 같은 학술지에도 재차 발표됐던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홍 교수가 1999년도 ‘문화과학’에 발표한 ‘사이버스페이스의 재편과 21세기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이 논문의 텍스트 중 상당수는 같은 해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21세기 싸이버사회의 전망’와 동일하다. 사실, 홍 교수는 당시 토론토대학교 교수 시절로 한국어 논문 발표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양 학술지의 저작권 분란 문제나 홍 교수의 지적 성실성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홍 교수가 2004년도에 해외학술지 ‘Techné’에 발표한 ‘Man and Machine in the 1960s’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중게재라는 지적이다. 해당 논문은 2년 전인 2002년 ‘철학사상’에 발표한 ‘1960년대 인간과 기계’를 사실상 영어로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한, 90% 이상 동일한 내용의 영문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이다. 

‘철학사상’은 한국연구연구재단 등재지로서, 일단 학술지에 게재 승인이 난 논문은 전문학술지의 전형적 관례로서 저작권이 논문 저자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 양도된다. ‘철학사상’은 논문 투고규정에서 “저자는 ‘철학사상’에 게재된 논문을 다른 형태로 출간하거나 재사용할 때,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Techné’도 전문학술지의 전형적 관례로서 ‘원작논문(original work)’만 받는 원칙을 갖고 있다. ‘Techné’ 측은 논문 게재 원칙과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 “우리는 이전에 발표된 적이 없는 논문만 게재한다(we publish only papers which have not been previously published)”면서 “이미 다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라면 Techné 에 다시 게재하는 것을 고려하지는 않는다(So, if an article has already been published in another journal, it would not be considered acceptable to publish it again in Techné)”고 답변했다.

‘Techné’에 실린 논문에는 서두에 ‘철학사상’에서 한국어로 이미 발표된 논문이라는 사실이 명기돼 있지 않다. 이는 홍성욱 교수가 ‘철학사상’과 ‘Techné’ 편집진 양쪽 모두에 논문 번역 게재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기표절, 이중게재를 비판하고 검증시효 폐지도 주장해온 홍성욱 교수

검증센터는 홍성욱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 혐의도 윤태웅 교수와 마찬가지로 일반 학자의 연구윤리 위반 혐의와는 차원을 달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가 2005년에 있었던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이후 대한민국 연구윤리학 성립에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검증센터는 “홍 교수는 2006년도부터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연구윤리지침 제정은 물론이고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본인이 이중게재 문제를 저지른지 1~2년도 안되어서 시치미를 뚝 떼고서 황우석 교수의 부정행위를 앞장서 시비하고 결국에는 국내 연구윤리 관련 각종 제도 확립의 선구자가 된 셈인데, 이것이 과연 평범한 학자가 벌일 수 있는 학적 스턴트인건지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그간 언론을 통해서 다른 학자들의 이중게재 연구윤리 문제를 성토해왔던 전력이 있다.  홍성욱 교수는 2006년도에 연세대 BK21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한 공대 교수가 이중게재 문제가 적발되자 경향신문을 통해 “대학측이 쉬쉬하며 넘어갈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명백히 규명한 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 교수는 2008년도에도 연구중심대학(WCU) 사업 관련 이중게재 논란이 있었을 당시에도 국민일보를 통해 “기존 논문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 출판할 경우에도 이미 한 곳에 게재한 사실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던 적이 있다. 이런 입장은 2007년에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의 이중게재 관련 입장보다는 그래도 완곡해진 입장이다.






사실, 홍성욱 교수는 연구진실성검증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경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연세대 로스쿨 남형두 교수와 역시 마찬가지로 연구부정행위와 관련 면죄부성 검증시효를 두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2010년도에 서울대 연구윤리지침 개정 당시 과거의 연구부정행위 문제에 대한 사면조치가 필요하다는 학내 의견에 대해서 “만약 서울대 교수가 사면 조치로 과거의 연구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교내에선 문제 삼지 않았는데, 향후 사회적으로 총리나 장관이 됐을 때 이런 문제가 터진다면 우스운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 한국대학신문 2010년 6월 29일자 기사 ‘서울대 새 연구윤리지침...조사시효가 ‘쟁점’‘).

대한민국 연구윤리학, 연구윤리제도 성립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있어야

홍성욱 교수는 좌익 계열 과학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의 9인의 이사진 중 한 사람으로 얼마전에는 윤태웅 교수와 함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낙마 촉구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증센터는 “홍성욱 교수와 윤태웅 교수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연구윤리학, 연구윤리제도 성립이 매우 졸속적이고 기형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여준다”며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연구윤리라는 것이 좌파 성향 학자들이 자신들의 학계 정적들을 치기 위한 권력의 도구로써 기능해온 정황이 엿보이는만큼, 지난 10여년 동안 권력화된 연구윤리 문제로 도대체 누가 이득을 봤고 누가 피해를 봤는지 엄격한 실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홍성욱 교수도 윤태웅 교수와 마찬가지로 황우석 사태 이전에는 연구윤리와 관련한 학술적 연구결과물을 발표했던 경력은 일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윤리위반 의혹과 관련 홍성욱 교수의 해명


바로 아래는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제기한 연구윤리위반 의혹과 관련하여 본지 질의에 대해서 홍성욱 교수가 보내온 답변 내용이다. 독자의 이해를 홍 교수의 답변에 약간의 편집만 가한 후 그대로 전재한다. 


* * *


1986년도 논문 ‘Michael Faraday 에 있어서 자기력선 개념의 형성과정에 대한 고찰’의 경우는, 석사 논문 쓰던 내용을 학회에서 발표하고 학술지에 낸 것입니다. 85가 학회 발표고 86이 학술지 게재 원고일겁니다. 석사 논문을 토대로 발표를 하고 논문 출판을 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것은 논문이라기 보다는 당시 과학사학회지에서 했던 학술대회 보고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문화과학’과  ‘창비’의 경우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문화과학의 OOO 선생님이 이 주제로 글을 써 달라고 했는데 ‘창비에 쓴 글이 있는데 이걸 조금 고쳐서 보내도 되는지를 물었고 얼마든지 괜찮다고 해서 이를 조금 고쳐서 실은 것입니다. 당시엔 토론토대학에 있었고, 한국에서 낸 논문이나 책이 어차피 아무런 경력도 되지 않았을 시점입니다. 그래서 창비 쪽에 허락을 맡고 실은 것 같습니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지금도 창비나 문화과학에 쓴 글은 논문으로 인정되지 않고, 내 논문 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습니다. 자료에 보면 창비 글을 세 명이 쓴 것 같은데, 이것도 내 단독 글입니다.


‘Techné’의 경우는,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울대에서 연구년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 논문은 2001년에 영문으로 ‘Techné’에 논문을 내서 심사중이었는데, 이 논문을 서울대 철학과 콜로키움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때 철학사상을 편집하던 OOO 교수가 이 논문을 번역해서 자기 학술지에 싣자고 했습니다. 내가 영문 심사중이라고 하니까, ‘철학사상’에서는 그래도 괜찮다고 해서 번역을 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영문 심사가 좀 길어지고, 중간에 개인적인 일도 생기고 해서 수정을 하다가 잠시 중단을 했습니다. 그 때 한글 논문이 먼저 나오고, 영문 논문 뒷부분을 더 보완해서 내서 심사를 통과해서 ‘Techné’에 2004년에 논문이 나온 것입니다. 2002년 당시 ‘Techné’ 편집인의 허락까지 받았는데, 이를 논문에 언급하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구재단 데이터베이스에 한글 논문은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홍성욱 교수 자기표절 혐의 자료는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검증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해주시기 바랍니다. 논문 원문은 제공할 수 없는 점 혜량바랍니다. ]















논문표절 문제를 다룬 어빙 헥삼 교수의 논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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