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미국의 타라 오 박사가 ‘동아시아 연구소(East Asia Research Center)’에 2019년 7월 12일자로 공개한 보고서
‘한국 법치의 추락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트1 : 언론, 태블릿, 국민감정, 국정농단, 그리고 국회(The Fall of the Rule of Law in South Korea: The Impeachment of Park Geun-Hye, Part I: The Media, the Tablet, Public Sentiment, Gookjeong Nongdan, and the National Assembly)’를 완역한 것이다. 본 보고서는 얼마전 ‘월드트리뷴(World Tribune)’紙를 통해서도
상세한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본 보고서의 번역은 미디어워치 황지현 외신 전문 기자가 번역을 맡았으며, 감수는 타라 오(Tara O) 박사와 태블릿 진상규명단이 맡았다. 본 보고서는 추후 미디어워치 차원에서 일본어판, 중국어판(특히 홍콩과 중화민국 독자를 위해), 독일어판, 불어판으로도 번역해 배포할 예정이며 소책자 출판도 계획되어 있다.
‘한국 법치의 추락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트1 : 언론, 태블릿, 국민감정, 국정농단, 그리고 국회(The Fall of the Rule of Law in South Korea: The Impeachment of Park Geun-Hye, Part I: The Media, the Tablet, Public Sentiment, Gookjeong Nongdan, and the National Assembly)’
[저자소개] 타라 오(Tara O) 박사는 미 공군 예비역 중령 출신으로서 한미연구소(Institute for Corean-American Studies) 연구원사, 그리고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방계 연구소인 퍼시픽포럼(Pacific Forum)의 방문 연구원 등을 지냈다. 공공정책학 등을 전공하며 UC데이비스 대학교에서 학사(BA),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석사(MPA), 텍사스 대학교에서 박사(PhD)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의 붕괴(The Collapse of North Korea: Challenges, Planning and Geopolitics of Unification)'가 있다. 트위터 계정 : @DrTaraO |
1. 탄핵 및 탄핵 관련 사건들에 대한 시간표
2. “국정농단” 사유로 인한 탄핵 – 관련 용어 설명
3. JTBC의 태블릿 이야기
4. 촛불집회와 여론
5. 탄핵과 대통령의 의무에 관한 대한민국 헌법
6. 국회: 단 6일 만에 이루어진 탄핵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에 정확히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탄핵이 한국 법치에 얼마나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는 탄핵의 과정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진행됐다고 믿고 있다. 예컨대 국가의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다시 말해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권력 간의 균형을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표결된 뒤, 헌법재판소로 제출되고,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 8대0 결정으로 대통령을 절차에 맞춰 ‘파면’했다고 보는 것이다. 당시 서구 언론은 주로 대통령의 뇌물과 부패를 언급했다. 언뜻 보면 마치 탄핵 사건에 대해 방대한 조사가 이뤄졌던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박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혐의에 분명한 근거가 있을 것이고, 또 그러한 근거들이 탄핵을 당하고 징역형을 받아도 충분했다고 무조건적으로 전제하였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며 민주주의 국가이고 부유한 나라이지 않은가 말이다. 또 한국의 현지 언론이 그렇게 보도했고, 국민들까지 직접 나서 촛불을 들고 일어났지 않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물론, 박 대통령 탄핵 사건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 중 그 시기에 한국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즉, 박 대통령에게 무슨 혐의가 있었는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썼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탄핵을 지지했는지, 근거는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실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법적 절차는 과연 공정했으며 법률에 기반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 전체를 논하기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환으로 탄핵 사건의 일부분을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이 부분(파트1)에서는 탄핵을 이끈 주요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국회에서 탄핵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이 얼마나 성급하고, 부당하며, 의도적이었는지를 보여주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게도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었다면,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시민에 대해서는 어떠했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의 법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확장해서 말한다면,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시간표(Timeline)
●2014-4-16: 세월호 침몰 사고
●2016-10-24/25/26: JTBC의 ‘태블릿PC’ 보도
●2016-10-26: 박근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첫 촛불집회 시작 (그 후 대략 10회에 걸쳐 집회가 열림) (집회는 추가적으로 사드 철수, 내란 음모로 구속된 이석기의 석방, 국정원 폐지 등을 요구함)
●2016-11-17: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서원(최순실)을 비롯한 여러 인물에 대한 수사 착수
●2016-11-20: 최서원(최순실) 구속 기소 및 재판 시작(최서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단 3일 만에 구속; 판결은 450일이 지난 2018년 2월 13일에 내려짐)
●2016-11-28: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비상 회의’
●2016-12-3: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됨(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까지 박 대통령에 대해 어떠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음)
●2016-12-6: 국정조사의 일환으로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잡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 직전에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청문회는 결국 열리지 못함)
●2016-12-9: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통과시킴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단 6일 후)
●2016-12-9: 탄핵 반대와 한미동맹 지지를 주장하는 태극기집회가 시작됨(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열림; 최근 집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사임을 요구)
●2016-12-9: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됨
●2016-12-9: 박 대통령의 공식적 직무 정지;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음
●2017-3-10: 헌법재판소는 8:0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함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92일 만에 이루어짐)
미국 닉슨 대통령의 탄핵 시간표 (비교용) (U.S. President Nixon’s case of near impeachment timeline (for comparison)) :
●1972-6-12: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
●1973-2-7: 워터게이트 스캔들 수사를 위한 미 상원 특별위원회 발족 (수사는 1년 동안 지속됨)
●1974-2-6: 미 하원은 탄핵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조사할 권리를 법사위원회에 부여하는 결의안 통과시킴 (수사는 대략 6개월 동안 지속됨)
●1974-7-27/29/30: 법사위원회는 탄핵 대상이 되는 각각의 불법 행위에 대한 표결을 각자 다른 일자에 따로 진행함: 총 5건 중 3건이 통과되고, 이 3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 제출됨
●1974-8-9: 닉슨 대통령 사임
‘국정농단’ : 지어낸 용어(Gookjeong Nongdan : An invented term)
보통의 한국 국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왜 탄핵되었냐고 물으면, 그들은 ‘국정농단’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국정농단’은 무슨 의미일까? 전자사전에 따르면 ‘국정’은 국가의 업무 또는 정부의 행정을, ‘농단’은 독점, 독점하다, 또는 독점적인 권리 인수를 뜻한다. 따라서 ‘국정농단’은 말 그대로 국가의 업무를 독점한다는 의미다. – 이는 ‘절대권력’과 기이할 정도로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그녀가 대통령으로서 절대 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인가? 대중이 분노한 이유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의 친구 최서원 씨가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즉, 박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꼭두각시였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떻게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꼭두각시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결국 ‘국정농단’이란 용어의 사전적 개념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 – 박 대통령의 친구 최서원의 국가 업무 개입 – 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국정농단’이라는 단어는 2016년도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1]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으며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정’이란 단어가 널리 알려져 있고 폭넓게 사용되었던 반면, ‘농단’은 그렇지 않았다. ‘농단’은 수백 년 동안 잘 쓰이지 않았던 오래된 용어로 현대에는 상대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2] 그래서 ‘농단’이란 단어는 종이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고, 쉽게 업데이트되는 전자사전에서만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조선시대 법률사를 가르치기도 했던 김평우 변호사에 따르면 ‘국정농단’은 ‘불법’이라는 의미가 아니며 조선시대에 다른 정당이나 파벌을 없애려는 사색당파 싸움이 벌어지는 시기에 주로 사용되었던 용어다.[3]
한국의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도 국정농단이란 용어가
현대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용어라는 점을 전하면서, ‘농단’은 ‘높은 언덕’을 의미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옛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왜 ‘높은 언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용어가 아리송하고 현대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용어라는 것이다.
분명 현대적인 용어로 국가 업무 개입을 표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예컨대 ‘국정개입’, ‘국정관여’ 등), ‘국정농단’이라는 옛말이 갑자기 등장하여, 탄핵을 전후로 한국에서 흔히 쓰이게 되었다.
JTBC의 태블릿PC 이야기(JTBC’s “Tablet PC” Story)
용어의 난해하고 불분명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케이블방송사 JTBC가 2016년 10월
24일,
25일,
26일 ‘태블릿PC’에 대해 연속 보도한 이후로, 언론 매체들은 ‘국정농단’이란 용어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최서원이 국가 업무에 개입하고 국가를 대신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를 한마디 용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다.
10월 26일에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인
손석희가 뉴스에 직접 출연해 ‘태블릿PC’에 대한 근거 없는 보도를 이어나갔다. (0:44) 당시 JTBC는 태블릿PC 화면을 공개하며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편집하고, 정부 문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른 매체들이 앞 다퉈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태블릿PC’ 이야기는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 국민에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JTBC의 주장은 박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고 – 국민들이 믿도록 만들었다. 태블릿PC에 대한 JTBC의 근거 없는 보도는 국민들을 창피하다고 느끼게 했고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대규모의 촛불시위를 이끌어냈다. 국회와 검찰,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태블릿PC 보도를 국정농단의 ‘근거’로 언급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방송사인 JTBC는 이전에도 세월호 침몰과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거짓된 내용을 방송하였으며, 이 때문에 당시에도 일부 국민들의 시위가 뒤따랐다.
태블릿PC에 대한 JTBC의 보도는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 한국 정부의 국과수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한 이후 해당 기기에 다수의 파일이 생성, 수정, 삭제된 기록이 확인되었다. 또한 국과수 보고서는 태블릿PC 이용자가 여러 명으로 추정되고, 이 때문에
태블릿이 누구의 것인지 결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국과수 포렌식 보고서가 공개된 뒤로도 변희재를 기소한 검사는 계속해서 태블릿이 최 씨의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사들은
태블릿 정밀 검증을 요구하는 변 씨의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태블릿이 탄핵의 ‘스모킹건’이라는 JTBC의 주장이 결국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 실제 법원은 박 대통령 탄핵 재판이나 그 뒤에 이어진 형사재판에서도 태블릿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국정농단’이라는 세련돼 보이면서 새로운(사실은 오래된) 용어는, 박 대통령 탄핵에 관련된 무수히 많은 복잡한 사안과 혐의, 루머,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묘사할 수 있는 편리한 용어가 되었다.
국민들은 특히 ‘순실’이라는 이름의 일개 여자 – 상스럽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의 이름, 심지어 어떤 사람에게는 무당의 이름처럼 들리는 이름을 가진 여자 – 가 국정을 대신 운영하고 있었다는 루머에 분개했다.
‘더러운 잠’이라고 불리는 그림은 이처럼 다양하게 날조된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2017년 1월 24일 국회에서는 이 그림을 내건 ‘예술’ 전시회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후원으로 열리기도 했다. 그림은 박 대통령이 미사일 미니어처(사드THAAD를 상징)를 팔에 끼고 침대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뒤쪽 배경에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최 씨가 마약 주사기 한 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탄핵/촛불집회(Impeachment/Candlelight Protests)
태블릿PC 보도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매우 정교하게 조직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서 군중들은 처음에는 박 대통령 사임을, 후에는 탄핵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점은 당시 촛불집회가 얼마나 인위적으로 조직되었고, 또 얼마나 많은 단체들(
폭력적이면서,
반미종북 성향인 민주노총과 전교조 같은 단체들)가 이를 의도적으로 주도했는가 하는 사실이다.
이 같은 단체들은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게 접근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고 축제 분위기의 집회를 만들어냈다. 핵심 주도세력 중 하나인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축출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외에도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다양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종종
시위를 열었다. 사드(THAAD)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내란선동 혐의로 수감된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탄핵과 무관한 무수히 많은 사안에 대해서도 촛불시위를 열었다. 또한 중국이 자국 유학생들을 은밀하게
시위에 참여케 하면서 촛불시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다음 사진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여러 촛불집회에서 찍은 장면들이다.
2016년 연말부터 2017년 초반까지 서울 시내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이자 친일반북이라고 비난하는 프로파간다 전단지를 비롯해, 사드 반대 전단지, 반미 구호가 담긴 전단지가 널리 뿌려져 있었다.
여기 링크의 탄핵집회 모음 비디오에는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를 볼 수 있다. 비디오의 절반쯤을 보고 있으면, 촛불집회가 그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평화로운 집회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주류 언론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보도하고 시위 규모를 과장했던 반면, 태극기집회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하거나 작은 규모라고만 보도했다. 예컨대 2017년 1월 7일 박근혜 하야 및 탄핵 반대 집회는 경찰 추산으로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를 처음으로 눌렀지만 주류 언론은 이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주류 언론의 편파 보도와 경찰의 편파 행정은 당시 대다수 한국 국민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국정농단’은 불법이 아니다. 이 용어는 헌법에서 찾아볼 수 없고, 어떠한 법률도 불법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하물며 탄핵의 사유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4]
이것은 박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다. 그녀의 탄핵은 헌법 위반이나 불법 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조작이 된 ‘감정’들과 연관되어 있다. 탄핵은 매우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이렇게 성급한 과정 동안 헌법과 다른 법률들은 무시되었다.
탄핵에 관한 대한민국 헌법(The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ROK) on Impeachment)
대한민국 헌법의 65조는 탄핵에 관한 것이며, 66조는 대통령의 의무에 관한 것이다.
탄핵에 관한 헌법 65조:
①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의무에 관한 헌법 66조: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6일 만에 이루어진 탄핵(Impeachment in only 6 days)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성급하게 탄핵시켰다. 청문회도 없었고, 수사도 없었다. 탄핵소추안 의결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6일 만에 신속하게 처리됐다. 이처럼 탄핵 절차는 비합리적으로, 졸속으로 이뤄졌다. 설령 그 자체로 헌법위반이 아니었다고 해도, 독립적인 두 개의 수사가 총 1년 6개월 동안 진행되었던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례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당초 국회는 2016년 12월 6일에 탄핵 관련 청문회를 계획했으나, 예정된 청문회 3일 전에 야당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사건을 논의할 청문회도 없이 탄핵소추안이 미리 제출된 것이다.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3일에 발의되었고, 고작 6일 뒤인 12월 9일 금요일에 표결되었다. 171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안 상정에 참가했다. 더불어민주당(121명 전원), 국민의당(38명 전원), 정의당(6명), 무소속 (6명).[5]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 사이에 충분한 숙려 기간도 없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탄핵 의결 전까지도 탄핵소추안을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다.[6] 중대한 국가적 사안인 탄핵소추안에 대해 정작 국회에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김관영 국회의원이 12월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을 설명하고,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그는 동료 의원들에게 “군중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습니까?”라고 외쳤다.[7] 즉, 그에게 탄핵의 근거는 ‘군중의 외침’이었으며, 어떤 증거로 뒷받침된 구체적인 헌법 위반이나 법률 위반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집권당이던 몇 명의 새누리당 의원은 결의안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내 무시당했고, 곧바로 표결이 시작되었다.[8]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의 세부 사항을 들어보고 파악할 겨를도 없이 표결을 강요당했던 것이다.
한국 국회에는 300명의 의원이 있다. 법안이 통과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적어도 300명 중 200명의 찬성표가 필요했다. 다시 말해 101명이나 그 이상의 인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법안은 통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속한 당이자, 현재 자유한국당이 된 당시 새누리당 의원 62명과 원내대표였던 김무성까지,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소추안은 234명 찬성, 56명 반대, 2명 기권, 7명 무효, 1명 불참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해
연합 전선을 꾸렸다. 그들은 새누리당을
꺾기 위해 뭉치기로 결심했다. 박지원은 탄핵에 필요한 표를 충분히 얻어낼 목적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게 접근했다.
박지원은 2019년 2월 1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새누리당의) 20표가 필요해서 제가 김무성 의원과 만나 ‘안전하게 40표를 확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지원은 “그러니까 김무성 의원이 ‘형님, 40표 됐습니다’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 62표로 탄핵이 가결됐다“고 회상했다. 김무성은 다음날인 2월 15일
페이스북에서 이 사실을 부정하며, 박지원에게 “그 가벼운 입을 다물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개별 항목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졸속으로 표결(All articles lumped together for voting, rather than separately)
탄핵소추안은 여러 개의 항목으로 이뤄졌다. 찬반 여부는 각 항목마다 따로 표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국회는 이 모든 항목을 하나로 뭉뚱그려 표결에 넘겼다.[9] 탄핵 사안들이 대충 하나로 합쳐져 표결됨으로써, 누가 어디에 동의하고 어디에 동의하지 않았는지 구별하기가 어렵게 됐다. 적어도 하나 이상의 항목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이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모든 항목이 한꺼번에 헌법재판소에 넘겨졌다. 닉슨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당시 미국의 법사위원회는 탄핵소추안에 오른 항목들을 각각 따로 다뤘으며, 그 결과 총 5개의 항목 중 3개만을 통과시켰다.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확인되었는가?(Was a violation of the Constitution or the law ascertained?)
헌법 65조 1항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대통령 탄핵이 중요한 국가적 사안인 만큼 최소한의 수사와 근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놀랍게도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직접적인 수사는 물론 증거를 수집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법전에도 없는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이 씌워졌으며, 그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였다.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채, 단순 의혹이나 풍문 수준에서 탄핵절차가 진행되었고, 이는 위헌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역시 탄핵과정에서 무시되었던 수많은 것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무죄추정 원칙(innocence until proven guilty)’은 적용되지 않았다. 2016년 11월 17일에 착수된 수사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3주 전에 착수된 이 수사는 박 대통령의 친구인 최서원(최순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되었다. 박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하나의 공동체라고 주장함으로써 ‘연좌제(guilt by association)' 개념을 적용하였다. 연좌제는 서구 문명권에서 볼 수 없는, 북한 같은 나라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다.
국회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최 씨에 대한 조사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이라 명명했다. 그들은 최 씨의 법적 이름이 아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받지 못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순실’이라는 그녀의 예전 이름을 사용했다. 그들이 최 씨를 조사하면서 증명하고자 한 것이 ‘국정농단’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우선 최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앞서 말했듯 ‘국정농단’ 위반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최 씨에 대한 혐의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박 대통령을 기소할 근거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쩍게도 최 씨에 대한 수사가 착수된 지 3일 만에 최 씨의 재판(구속 기소)이 시작되었다. 판사는 450일이 지난 2018년 2월 13일까지 관련 재판의
유무죄 판결을 보류했다.
국회는 관련 수사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단 6일 만에, 최 씨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시작되던 시기에 박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최 씨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박영수를 임명하는 과정 또한 문제가 있다. 정상대로라면, 국회는 특별수사관이나 그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에게 그 임명 권한이 있다. 결의안에는 국회가 아닌,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려는 두 개의 정당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 이 특별검사를 지명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원래는 국회 전체가 추천한 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헌법에 따른 삼권분립은 정부, 국회, 사법부가 관여하는데 특별검사를 지명할 권한이 국회가 아니라 사실상 야당의 두 정당에게 주어진 것이다. 두 야당은 행정부와 맞먹는 삼권분립의 한 부처럼 행동했고, 이 자체만으로도 헌법 위반이 된다.[10]
탄핵소추안(The Impeachment Bill)
탄핵소추안의 내용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탄핵소추안은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성급하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기를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새로 제출된 문서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뤄졌다. 탄핵소추안의 내용이 수정되었다면 국회에서 다시 표결해야 타당하지만,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결과적으로 국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은, 새롭게 수정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진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 국회의 탄핵 의결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수사결과 대신 신문기사들이 근거 문서로 첨부되었다. 탄핵소추안은 41쪽이었는데, 21건의 첨부자료 중 15건이 언론기사였다.[11]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3일자로 작성되었다. 탄핵소추안의 마지막 페이지(41쪽)의 제목은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라고 되어있으며, 탄핵소추안에 첨부된 문서들을 열거하고 있다. “기타 등등”이란 표현이 삽입돼 있는 제목도 이상하기 그지없다. 탄핵소추안에 첨부된 문서들은 다음과 같다(‘기사’들은 강조하기 위해 볼드체로 했다): [12]
1.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에 대한 공소장
2.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홍탁, 김경태에 대한 공소장
3. 2004년 5월 14일 대통령(노무현)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문[2004헌나1 결정]
4. 1997년 4월 17일 일해재단 설립 전두환, 노태우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문[96도3377]
5. 2015년 10월 27일 경제활성법안, 5대 노동개혁법 처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국회본회의회의록
6. 2016년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7. 최순실, 김종덕-김상률 인사 개입 관련 기사
8. 김종, 최순실·장시호 이권개입 지원 관련 기사
9.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승마협회 조사·감사 관련 인터뷰 기사
10. 장시호,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예산 지원 관련 기사
11. 차은택, 늘품체조 예산 지원 관련 기사
12.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박근혜 대통령 지시한 것이라는 조원동 전수석 인터뷰 기사
13. 정윤회 수사 축소 관련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기사
14.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관련 한일 전 경위 인터뷰 기사
15. 정윤회 문건보도 보복 관련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인터뷰 기사
16. 박 대통령, 각 그룹의 당면 현안 정리한 자료 요청 관련 기사
17. 국민연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관련 기사
18.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면담 관련 기사
19. 2015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실시 보도자료
20. SK와 롯데, 면세점 추가 설치 특혜 관련 기사
21. K스포츠재단, 수사정보 사전 인지 의혹 관련 기사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참고 자료는 언론 기사들이고, 두 개 자료(공소장)는 다른 사람의 혐의에 대한 것이고, 또 다른 두개 자료(판결문)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관한 것이며, 또 다른 두 개 자료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적어도 기사 제목을 보았을 때 최 씨의 국정농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설사 국정농단에 관한 것이 있다고 해도, 국정농단 그 자체는 헌법이나 여타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므로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표결한 탄핵소추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탄핵소추안은 크게 두 종류의 위반 행위 - 헌법 위반과 법률 위반 – 를 지적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말로 시작해서, 첫 첨부 자료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공소장”을 인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수사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인 상태였다. 결국 국회는 수사 결과나 재판관의 확정된 판결에 근거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혐의를 바탕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심각한 혐의를 제기한 것이다.[13]
이처럼 수사 결과도 없이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는 아래와 같이 박 대통령이 “헌법 규정과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하였다”고 고발했다:[14]
1.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2. 법치국가원칙
3.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4. 직업공무원제도
5.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
6. 평등원칙
7. 재산권 보장
8. 직업선택의 자유
9.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10.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가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
11. 언론의 자유
12. [기타] 등
이처럼 중대한 혐의들이 수사도 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은 기이한 일이다. 목록을 보면 마치 그녀가 국가의 모든 체제와 헌법 자체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탄핵소추안에 “[기타] 등”이 서술돼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운데,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의 11개 항목에 포함되지 못한 그 외 모든 것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러한 항목들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15]
국회는 또한 그녀가 “각종 범죄를 저질러 법률의 규정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원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16] 여기서도 끝부분에 모호하기 짝이 없는 “등”이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혐의들은 (소위 국정농단이라고 불리는) 최서원의 국정 개입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JTBC의 태블릿 보도가 그렇게 중요한것이다. 하지만 JTBC가 들고 나온 태블릿은 이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혐의에는 세월호 침몰에 관한 것도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혐의이다. 세월호 침몰의 탓을 대통령에게 돌리며,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그녀의 “실종된 7시간”을 문제 삼았다. 이 7시간 동안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걷잡을 수 없는 소문들이 떠돌았고, 이는 언론 매체에도 고스란히 보도되었다: 그녀가 주름제거 수술을 받고 있었다, 굿을 벌이고 있었다,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비아그라를 먹고 있었다, 불법 마약을 하고 있었다, 등등 갖가지 소문이 보도되었지만, 이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17]
그 밖의 나머지 혐의점에 관한 세부사항은 이 보고서의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다. 2016년 12월 22일, 헌법재판관 강일원은 청구인 자격을 가진 국회 소추위원단에게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9건의 혐의를 5건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18] 청구인은 헌법재판관의 지시대로 12월 27일 “준비서면”(즉, 의결된 탄핵소추안이 아니다)을 새로 제출했다. [19] 2017년 1월 25일, 헌법재판관 강일원은 또다시 청구인에게 재정리를 요구했는데, 다섯 번째 항목 “형법 위배, 뇌물 등”의 삭제를 요구했다.[20] 청구인은 지시받은 대로 다섯 번째 항목을 없앴지만, 2017년 2월 1일 제출한 준비서면 ‘소추사유의 유형별 구체화’에서는 소추사유에 해당하는 몇 건의 항목을 새로 추가했다.[21]
이처럼 재판관이 준비서면을 고치라고 직접 나서서 조언하는 행위부터가 심히 편향된 것이며, 재판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관점에서 탄핵소추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수정을 지시할 것이 아니라) 곧바로 탄핵소추안 기각을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재판관은 두 번이나 수정 지시를 내렸고, 탄핵 재판을 검토할 때에는 청구인이 새롭게 제출한 준비서면을 사용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수정된 준비서면은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이 아니다.
이와 같이 탄핵소추안이 졸속으로 다뤄진 과정, 일관성이 없는 소추사유들은 탄핵과 관련된 법적 절차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문제점 중 일부일 뿐이다.
본 보고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 과정 - 언론(특히 JTBC)의 보도부터 대중 집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 - 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반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부패나 뇌물, 헌법 위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더 크고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자유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주요 기둥인 법치가 심각하게 무너진다는 점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각주(하이퍼링크로 표시된 인용자료는 제외)(Footnotes (hyperlinked references are not listed)):
[1] 김평우, 한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 2017, 서울: 조갑제닷컴, 29.
[2] Ibid.
[3] Ibid.
[4] 김평우, 한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 72, 대한민국 헌법 65조.
[5] 채명성, 탄핵 인사이드 아웃, 2019, 서울: 기파랑, 18.
[6] 채명성, 19.
[7] Ibid.
[8] Ibid.
[9] 채명성, 20.
[10] 김평우, 19.
[11] 대한민국 국회, 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 Seoul, December 2016.
[12] Ibid.
[13] 대한민국 국회, 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 2.
[14] Ibid.
[15] 김평우, 탄핵을 탄핵한다, 2017, 서울: 조갑제닷컴, 72.
[16] 대한민국 국회, 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 2.
[17] 변희재, 손석희의 저주, 2017, 서울: 미디어실크, 28-32.
[18] 김평우, 한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 83.
[19] 채명성, 90.
[20] Ibid.
[21]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