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갑’ 혹은 ‘오마이갓’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포털사가 언론에 대한 갑의 입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사실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네이버는 언론사들에 대해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그 것.
지난 해 4월 16일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들에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참고요청’ 메일을 발송, “국가적 재난사고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편집에 대한 항의 및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다수”라며 “뉴스스탠드 운영에 참고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사고 당시 매체들은 대형사고에 대한 속보경쟁으로,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잇따르더니 세월호 관련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맞춰 사고와 관련 없는 뉴스들이 차차 대량으로 송고됐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 환경 및 기술 변화에 따라 지금은 뉴스유통자에게 권력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사례와 같이 포털사가 언론의 뉴스생산에 대해 게이트키핑을 하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포털사는 뉴스 유통사업자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 페이지에 뉴스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포털 이용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 소식이 알려질수록 해당 컨텐츠 혹은 매체의 ‘값’이 높아지는 현상을 낳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사람에 의한 수작업이든 알고리즘에 의한 기계작업이든 포털사의 ‘갑’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블로터 이성규 미디어랩장은 지난 3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알고리즘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꺼내보고 싶다”며, 언론사의 오보에 대해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는 포털사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보에 대해서는 “상위노출을 제한하거나 랭킹을 하락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작업이든 기계작업이든 저널리즘에 상충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검색 페이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최근 양대 포털이 ‘알고리즘’을 내세워 뉴스 공정성 논란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입장이다.
이에 더해, 다음카카오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뉴스페이지를 구성하는 알고리즘 ‘루빅스’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나섰다. ‘포털의 좌편향’ 근거로 새누리당이 내세운 여의도연구소 보고서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하지만, 보고서의 데이터 수집기간은 1월부터 6월까지이며, 루빅스는 6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기간을 고려하면 다음카카오측의 이 같은 반론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팅 내용에 따르면, 예전에는 클러스터 분석 후 에디터들이 정치, 경제, 사회 카테고리별로 분담해서 편집원칙에 따라 기사를 메인에 직접 배치했다. 루빅스 적용 후에는 개인화된 뉴스가 각자의 모바일 화면에 자동으로 배치되도록 하기는 했지만, 언론사 속보나 대형사고 재난재해 기상특보 스포츠중계 경기결과 등 실시간성이 중요한 뉴스는 전체 이용자에게 배치된다.
아직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PC뉴스는 모바일 보다 낮은 단계로 루빅스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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