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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의 가짜인생⑥] 출입국기록으로 총 3학기 재학, 60학점 수료?…연구재단 “박사신고 대상 맞다”

2017년 봄학기 80% 한국에 체류…성적증명서 사실상 가짜 기록…몽골어 논문은 연구재단 신고대상

“저는 몽골국립대에서 하나하나 공부해서 (학점) 다 땄어요. 이건 대단한 겁니다. 여기 성적증명서도 있어요. 다 끝냈어요. 놀랍지 않아요?” 

지난해 8월 20일 방송에서 ‘가짜박사’ 김정민 씨는 몽골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한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했다. 몽골국립대에서 부당한 처사를 당했다는 거다. 카자흐국립대에서 2012년 ‘박사수료’ 한 뒤 논문 완성을 위해 몽골국립대로 학적을 옮기는 과정에서 몽골국립대에선 논문만 쓰기로 약속돼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막상 입학하자 카자흐국립대에서 이수한 학점은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수업을 다 들으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

김 씨의 몽골국립대 성적증명서에는 총 12과목, 60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나온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일이 수업 듣고 60학점을 다 땄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학점을 전부 이수해야 “논문심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도 했다. 몽골 정부의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이 말은 맞다. 최소 60학점을 이수한 뒤 최종 논문심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몽골국립대에서 60학점을 전부 이수했다는 그의 주장은 지난해 8월 27일 방송, 9월 6일 방송에서도 반복됐다. 하지만 이건 몽골국립대에서 5년(2012~2017년) 동안 공부하고 박사가 됐다는 그의 ‘썰’이 그나마 유효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여기에는 몽골어도 제대로 못하는 그가 남들보다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이랬던 김 씨는 1년이 지나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쏟아냈다. 본지 취재팀이 2014년 6월 몽골 외교부 최대 학술행사에 김 씨가 연세대 교수를 사칭하고 참가한 사실을 보도하며, 몽골에서 대학교수 행세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다급해진 그는 “세미나가 있을 때만 몽골에 잠깐 머물고, 끝나면 곧바로 한국에 왔는데, 내가 무슨 몽골에서 대학 수업을 했다는 건가?”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마치 자살골을 넣듯이, 김 씨는 최근 이같은 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열심히 박사과정 수업을 들어 60학점을 모두 이수했다는 1년 전의 주장과, 세미나가 있을 때만 몽골에 갔다는 최근의 주장은 완전히 모순된다. 그의 ‘출입국기록’을 봐서는, 몽골에 잠깐씩 머물렀다는 최근 주장이 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본지의 연이은 단독보도로 김 씨의 실제 몽골국립대 재학기간은 길어야 2년(2015~2017년)이라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김 씨는 몽골국립대를 길어야 총 4학기를 다닌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의 출입국기록을 보면 후하게 쳐준 추정이다. 마지막 학기인 2017년 봄학기(2월~5월 중순)에 그는 무려 80% 가까운 기간(81일)을 한국에 체류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기간에 학교에 나가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 그는 3학기를 다녔다고 볼 수 있다.

3학기라도 성실하게 학교를 다녔는지 출입국기록을 보면 그것도 아니다. 입학 첫 학기인 2015년 가을학기(9월~12월)는 63일(53%)을 국내에서 보냈다. 수업이 버젓이 있는 학기 중인데도 절반 넘는 기간을 한국에서 지냈다. 2016년 봄학기(2월~5월 중순)도 비슷하다. 학기의 절반에 가까운 47일(45%)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나마 2016년 가을학기(9월~12월)는 조금 낫다. 총 37일(31%)을 한국에서 보냈다. 하지만 빡빡한 박사과정 수업이 학기 내내 있음에도 한 달 넘는 기간을 학교에 나가진 않은 건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70% 기간을 몽골에서 보낸 게 맞는지 장담할 수 없다. 출입국증명서는 국내에 있는 기간과 외국에 나간 기간만 보여준다. 그 외국이 몽골일 수 있지만, 김 씨가 자주 들락거리던 카자흐스탄일 수 있고, 일본일 수도 있는 거다.

결국 그의 출입국기록까지 감안하면, 김 씨가 실제 몽골국립대를 다닌 기간은 학기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2017년 봄학기는 제외, 총 3학기에 불과하다. 몽골 고등교육법을 적용받는 몽골국립대 학사 규정에 따르면, 박사과정 학생에게 제시하는 한 학기 수강신청 학점은 총 10학점이다. 때에 따라서는 15학점까지 신청 가능하다는 문구도 있지만 박사과정 학생 대부분은 한 학기에 10학점을 이수한다는 뜻이다.

설령 김 씨가 무리해서 3학기 연속으로 15학점을 이수한다 해도 총 45학점에 불과하다. 졸업에 필요한 60학점 조건에 한참 미달이다. 하지만 이같은 가정은 그의 출입국기록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앞서 말했듯 2015년 가을학기와 2016년 봄학기에 그는 한국에서 절반 가까이 보냈기 때문이다.

몽골 최고의 수재들보다 50%나 많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한 학기 15학점 이수는 몽골어도 제대로 못하는 김 씨로서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이렇게 본다면 김 씨가 갖고 있는 ‘성적증명서’도 가짜라는 것이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총 12과목, 60학점 이수는 그의 실제 재학기간과 출입국기록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기록이다.

김 씨가 한국연구재단에 박사학위 신고를 못하는 이유도 결국은 출입국기록 때문이다. 출입국기록은 김 씨가 가장 제출을 꺼리는 아킬레스건과 같다. 법무부에서 발급하는 서류이므로 김 씨 입장에선 장난칠 여지가 없다. 출입국증명서는 박사학위 신고자가 정상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학업을 수행했는지 파악할 때 필요한 서류다.



본지 취재팀은 한국연구재단에 출입국기록을 얼마나 살펴보는지 질의했다. 단순히 출입국증명서만 내면 넘어가는 건지, 내용까지 살펴보는지 물었다. 재단 담당자는 “내용까지 검토한다”고 답했다. 학기 중에 절반 이상 한국에 머문 기록이 재학기간 대부분인 출입국기록을 누군가 내는 경우, 그 이후 단계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재단 심의위원회에 넘겨 전문적인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출입국기록 때문에 심의위원회에 넘어간 사례를 자신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신고자 대부분이 출입국기록에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박사였다는 것. 만일 출입국기록에 문제가 있다면, 신고 자체를 꺼려서 애초에 신고 자체를 못 하지 않겠냐는 거다. 김 씨가 만일 신고를 한다면 재단 입장에서 처음 경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박사신고에 걸림돌이 되는 건 비단 출입국기록만이 아니다. 성적증명서도 문제다. 연구재단은 입학일자가 나와있는 성적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성적증명서는 입학일자가 기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출입국기록과 대조만 해도 가짜 성적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학위증도 문제가 되는 건 마찬가지다. 가운데 글씨 전체가 아래로 기운 채 비뚤어져 있고 테두리를 벗어난 부분도 있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라고 볼만한다.

김 씨는 최근 들어 자신의 박사학위는 연구재단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구재단에 박사신고도 못한다는 비아냥은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연구재단이 제시한 신고 제외대상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해당 국가의 사용언어 또는 UN공용어 이외의 언어로 작성된 논문으로 취득한 박사학위는 신고 제외대상”이라는 규정을 잘못 해석해 자신처럼 몽골어(해당 국가의 사용 언어)로 논문을 쓴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을 정확히 해석하면, 해당국가의 사용언어도 아니고 UN공용어(영어 등)도 아닌 언어로 작성된 논문은 신고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몽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한국어나 일본어로 논문을 쓴 경우 신고하지 말라는 의미다.

본지는 재단 담당자에게도 확인했다. 재단 측 공식답변서에는 “일본에서 일본어 혹은 영어로 논문을 작성한 경우 신고대상에 해당한다”는 예시를 들었다. 이에 재단 담당자에게 추가로 전화 문의를 했다. 본지 기자가 “몽골국립대에서 박사학위 받은 사람이 몽골어로 논문을 썼다면 신고대상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6일 방송에서 연구재단에 제출할 서류를 다 준비했다고 큰소리쳤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고를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20일 방송에서 기관에 취업하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면 연구재단에 박사 신고를 해야 하지만, 자신은 그럴 일이 없으므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해 8월 30일 방송에서 국내의 한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었다가 취소된 적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진작 연구재단에 박사 신고를 했어야 한다. 김 씨의 팬이든 안티든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은 김 씨가 이제는 당당하게 연구재단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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