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임으로 선임된 김창룡 인제대 교수에게는 벌써부터 닉네임이 붙었다. ‘가짜뉴스 전문가’가 그것이다. 다른 표현을 빌자면 ‘가짜뉴스 감별사’쯤 될 것이다. 언론이 붙여준 별칭이 의식됐는지 신임 상임위원은 기자들에게 “가짜뉴스를 때려잡자고 온 것처럼 야당이 얘기하는데 가짜뉴스 일만 하러 온 것은 아니다”라며 “통신 등의 분야는 열심히 공부해 성과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사람이 해당 분야를 공부해 성과를 내겠다는 말에서 역설적으로 감이 잡힌다. 지난 9월 이낙연 총리가 자비로 100여 권을 구입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방통위 소속 공무원들에게 선물로 돌렸다는 책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에 적혀 있듯, 가짜뉴스를 때려잡기 위해 방송사에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온 국민에 강제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고 의욕을 다지는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가짜뉴스 감별사 김창룡 상임위원으로 들어앉힌 방통위가 앞으로 나갈 방향은 명약관화하다. 좌파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각각 공동대표 실행위원 출신의 방통위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주도적으로 보수우파의 입을 틀어막으려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일 것이다.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는 명분으로. 그와 동시에 보수우파에 대한 탄압도 더 고강도로 진행될 것이 틀림없다. 아무리 약을 쳐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를 끝까지 박멸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비슷한 집요함이 이번 인사에서 느껴진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김 위원의 책 ‘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 목차 중 ‘왜 가짜뉴스는 사라지지 않는가?’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묻어난다면 과민한 것인가. 혹시 현재 권력은 국민 절반 이상을 바퀴벌레와 같은 혐오의 대상,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오싹해질 정도다.
최시중 비판 본인 칼럼부터 기억하길
방통위에 가짜뉴스 전문가들만 넘쳐나니 방통위 노조가 “현재 구성된 방통위 상임위원에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가 없다”며 “전문가 부재로 방통위가 과연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정보통신 분야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핵심 아닌가. 방송과 통신 융합환경이 날마다 변화하는데다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시기에 방통위 상임위에는 전문가가 없고 이제 통신을 공부해보겠다는 아마추어들로만 넘쳐나니 노조나 관련 산업계나 이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어이없을까 싶다. 어찌됐든 현 정권의 방향이 그렇다면 좋다.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는 의지가 불타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사람들도 아니니 신임 상임위원에게 몇 마디만 당부하자.
김 상임위원은 그야말로 화려한 이력의 언론계 인사다. AP통신 서울특파원, 국민일보 기자, 서울텔레콤 외신기획팀차장, 시사저널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 실행위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KBS 창원 시청자위원,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경남중재부 위원 등 그야말로 언론계 각 분야를 두루 경험하고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다른 말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에게 경고했던 본인의 말 그대로를 실천해주길 바란다. 2008년 5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방통위원장인가 청와대 홍보수석인가’ 칼럼에서 김 위원은 방통위의 ‘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정치권과의 중립’을 무척 강조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서 언론 홍보나 대응이 미흡했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의 직책과 신분을 본인 스스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또 “최 위원장의 언행을 종합하면 방통위는 이 정부 홍보를 위해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충성심 높은 방통위원장에게 스스로 사퇴 결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위원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의 신분은 좌파를 위한 ‘가짜뉴스 감별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방송통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상임 방통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