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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벌새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종종 벌새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벌새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일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사기꾼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먼저,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데 벌새를 보았다고 착각했을 수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 중에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없는 것을 보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도 벽에 모기가 앉아있는 줄 알고 다가갔더니 아무것도 없었던 경험을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본 것은 진짜 벌새였을까

사실 나도 어렸을 적 벌새를 본 적이 있다. TV에서만 보던 벌새를 시골 들판에서 목격하고 들떠서 잡으려고 쫓아다니다가 끝내 놓친 기억이 있다. 

그럼 헛것을 보고 쫓아다녔던 것일까? 내가 헛것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다. 내가 본 물체들 중에 헛것을 보고 착각한 경우는 아무리 많게 잡아도 0.01%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본 것이 진짜 벌새일 확률은 99.99%가 넘는다는 의미일까?

진짜 벌새를 목격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우리나라에 벌새가 날아온 적은 없다지만 이따금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새들이 길을 잃고 날아들어 발견되기도 한다. 누군가 외국에서 벌새를 들여왔다가 놓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지기는 쉽지 않은 아주 희귀한 일이다.

어쩌면 다른 비슷한 무언가를 벌새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벽에 붙은 먼지를 모기로 착각하거나, 길바닥의 반짝이는 물체를 동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벌새와 비슷해 보이는 생물이 있다.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박각시나방은 크기나 날갯짓이 벌새와 비슷해서 사람들이 벌새라고들 많이 착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볼 가능성이 0.01%라고 해보자. (실제로는 그보다 낮을 것이다.) 내가 벌새를 보았을 때와 까치를 보았을 때 그것이 진짜였을 확률이 똑같이 99.99%라고 할 수 있을까? 

까치를 보았다면 까치는 흔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것이 까치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벌새를 보았다면 우리나라에서 벌새를 본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렸을 적 본 벌새가 진짜일 확률이 99.99%라고 믿기는 어렵다. 아마도 박각시나방을 보았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내가 벌새를 쫓아다녔던 당시 벌새가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도, 박각시나방의 존재도 몰랐었다. 이런 지식을 갖게 된 지금은 더 이상 그것이 벌새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벌새 비슷한 것을 보더라도 벌새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확률을 적용할 때 무조건 확률 자체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확률이 실제에 다가갈 수 있다. 

유방암 검사의 실제 정확도는?

유방암을 진단하는 90%의 정확도를 가진 검사가 있다고 해보자. 10번 검사하면 9번은 정확하다는 의미이다. 

1%가 유방암을 가진 집단이 있다. 100명 중 1명만 유방암이고, 99명은 정상이다. 

이들에게 검사를 한다면 검사가 틀릴 확률이 10% 이므로 정상인 사람 99명 중 10%인 10명은 암이라는 잘못된 결과를 받을 것이다. 암에 걸린 1명은 90%의 정확도이니 암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즉, 100명을 대상으로 검사했을 때 11명이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런데 실제 유방암을 가진 사람은 이 중 1명밖에 없다.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진짜 유방암인 비율은 검사의 정확도인 90%가 아니라 1/11, 약 9%에 불과하다.

검사의 정확도가 90%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체 집단 중 1%만 유방암이라는 배경 사실 때문에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유방암일 확률은 90%가 아닌 9%가 되는 것이다. 

사뭇 직관에 어긋나는 듯 느껴지지만 이것이 통계학에 기반한 계산이 말해주는 진실이다.

이런 통계학적 원리를 적용하면 내가 아무리 99.99%의 정확도로 사물을 본다고 하더라도, 내가 본 벌새가 진짜 벌새일 확률은 99.99%는커녕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늘에 떠 있는 물체는 UFO일까

하늘에 하얀 점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가져다 외계인이 타고 온 UFO라고 하는 주장도 가망이 없다.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가 증명된 적이 없고, 설령 외계인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구까지 날아오는 것은 현재까지 밝혀진 물리법칙에 의하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UFO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런 배경지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UFO의 증거를 찾았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예전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

UFO 같이 보이는 물체가 찍혔더라도 사람들은 이제 다른 설명을 찾는다. UFO가 아닌 물체를 착각했다거나, 촬영 과정에서 이상이 생겼거나, 조작했을 가능성 등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더 합리적인 대안들이 있다.

UFO나 외계인 따위의 주장은 이제는 잘 믿지도 않거니와, 믿거나 말거나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 의심 없이 받아들이다가 피해를 입는 일들이 많다.

부적을 쓰고 굿을 해서 액운을 막아야 한다는 무당이나 중들의 꾐에 넘어가 재산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굿을 하고 부적을 써서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는 주장이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조차도 전 세계를 통틀어 시험에 통과한 사례가 없다. 당신이 만난 무당이 전 지구상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그것을 믿어야 할까? UFO를 봤다는 주장만큼이나 가망 없는 일이다.

사이비의학과 미신

의학계에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난치병에 특효가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부산에서는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가짜 암치료제를 수십억 원어치를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판매해왔다고 하는데 암치료제의 정체는 톱밥과 깻묵을 달인 물이었다. 피해자들은 주로 판매자들이 허위로 작성한 인터넷 후기를 보고 현혹돼 구입했다고 한다.

이것이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이 가짜 약을 복용한 수많은 환자들은 효과가 없음을 증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13년 동안이나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가짜약을 구입한 환자들 중 병원에서 받은 치료 때문에 혹은 저절로 호전된 환자들은 가짜 약이 효과가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암이 악화된 환자들은 ‘암은 치료가 어려운 병이니 나에게는 효과가 없나보다’라고 생각해 약이 가짜라고 의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심을 한다 하더라도 자신만 효과가 없는 것인지, 약이 가짜인지 약을 복용한 사람들 스스로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 톱밥과 깻묵이 아닌 ‘진짜’ 약재들도 다르지 않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상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가 최소 수백만 수천만 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밝혀져 이름이 붙은 수만 해도 백만 종이 넘는다. 이 중에서 특정한 질병에 치료효과를 가진 것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그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증명할 수 없지만, 의사들이 사용하는 약들은 과학자들의 엄밀히 테스트를 통과한 것들이다. 

반면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동식물을 이용해 만든 약재들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지구상의 동식물 중에 약효를 가진 종류는 극소수라는 배경을 계산에 넣자. 그러면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약장수들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방송과 언론도 무턱대고 믿을 수 없어

TV나 언론에 소개되는 특이한 주장들도 마찬가지로 의심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그런 주장을 왜 다른 전문가들은 이제껏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특이한 세안법으로 동안을 유지한다는 주장부터 해서, 도시를 떠나 산에 들어가 살아서 병을 고쳤다, 무슨 버섯을 달여 먹고 암을 고쳤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아주 낮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언론은 썩 믿을만한 근거가 아니다. 전문가집단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사실에서 벗어난 이상한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새롭지 않은 주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니 못하니, 근거가 있든 말든 이목을 끌만한 내용을 다룬다. 비판을 받으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방송이나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방송과 언론이 엉터리 사기꾼들을 자꾸 내보내니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속게 된다. 한국에는 벌새가 없는데 벌새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꾸 내보내는 꼴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박각시나방을 벌새라고 믿게 될 것이다.

실제 전문가 집단은 그런 주장에 반대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는 방송에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학계의 이단아들이나 사이비 전문가의 비율이 높으니, 합리적 의심을 하고 싶어도 그것이 전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해독이나 한의학 따위가 방송과 언론에서는 각광받는 치료법처럼 소개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독은 해외의 여러 전문가들이 엉터리 주장이라고 반박해왔고, 한의학 치료법은 대부분 검증을 받지 않았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었고, 기껏해야 치료의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한의학을 현대의학과 대등하게 대우하기는커녕, 여러 대체요법들 중 하나에 불과한데 황당하게도 서양에서 한의학이 각광받고 있으니 우리도 더 육성하고 활성화시켜야한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사이비의학에 속지 않으려면 방송을 믿기보다는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의 의견을 물어보는 편이 낫다. 내가 만난 의사가 혹시 치우친 견해를 가지진 않았는지 의심스러우면 또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보라. 그것이 방송을 믿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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